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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57401048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5-02-18
책 소개
목차
도박의 천재
아버지와 딸
탈출
복수를 꿈꾸다
동행
스승과 제자
카지노의 시험
범과 매
여름 섬
시간은 흘러
위험한 사람들
사자 사냥
함정
도망자
재회
슬픈 연인
갈등
결전
최후의 승자
세번째 만남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까 그자가 속임수를 쓰긴 했네. 그런데 그 속임수 말이야, 자기가 이기려고 쓴 게 아니었어.”
“그게 무슨 소리요? 알아듣게 말을 해보시오.”
용팔이 애꿎은 송 씨에게 버럭 화를 내며 물었다.
“다섯 판을 하면 그중 한두 판은 꼭 자네가 이겼는데 그 이기는 판에 모두 속임수를 썼단 말일세. 만약 자네가 내리 지기만 한다면 게임을 하지 않고 가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부러 속임수를 써가면서 져줬단 말일세. 다시 말해 자네는 그 남자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면 그 테이블에서 돈을 딸 확률이 거의 없다는 소리야.”
“연습한 게 맞아? 대답하는 데 10초나 걸려서는 실제 테이블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맞는 말이었다. 담배 연기와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 음악, 오가는 술잔, 심리적 압박감을 모두 고려하자면 하우스 도박장에서의 카운팅 기술의 정확도와 시간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선영은 밤이고 낮이고, 카드가 다 닳아 없어질 정도로 카운팅 연습을 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자 카드를 보자마자 확률부터 나오는 수준이 됐다. 그러나 재휘는 거기에 대해서도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카드 카운팅은 기본 중의 기본이야.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베팅이지. 노련한 겜블러는 백 번을 죽더라도 한 번의 기회가 오길 기다려. 다른 겜블러를 관찰하고 그 각각에 확률을 붙여야 해. 어떤 카드에 돈을 얼마나 거는지, 콜을 많이 부르는지, 레이즈를 자주 부르는지, 시드머니 대비 몇 퍼센트의 위험을 걸고 승부를 보는지 각 겜블러의 모든 확률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데, 용팔은 한마디 타박도 없이 마지막 살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선영은 끅끅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가슴만 움켜쥐었다. 진흙 구덩이에 빠졌던 인생을 겨우 건져내 보듬어줬건만, 이 따뜻했던 사람들을 제 발로 끊어냈으니 이보다 더 멍청하고 후회스러운 일이 뭐가 있을까.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울음으로 뭉개진 통곡 소리가 용팔의 전화로 흘러나왔다. 용팔은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재휘는 내가 어떻게든 해보마. 넌…… 넌 돌아와선 안 된다. 알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