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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58542887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1-03-10
책 소개
목차
박하잎 흩어지다
-모로코 페스
말레꼰 비치
-쿠바 아바나
달팽이 계단 아래에는
-슬로베니아 블레드 성
맹그로브숲의 흔치 않은 일
-캄보디아 시엠립
롱의 완벽했던 데뷔 날
-베트남 다낭
바나나 파는 아이
-인도네시아 바탐
버펄로 소녀 아린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네 꿈을 펼쳐라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
도자기 돌리는 아이
-중국 베이징
너이, 루 그리고 엄마
-라오스 비엔티안
할아버지의 훈장
-태국 파타야
저자소개
책속에서
머리말
세상은 넓어요.
지금껏 내가 보았던 세상은 넓디넓은 세상의 작은 한 조각일 뿐이었어요.
동화를 쓰면서 다른 나라의 아이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많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여행을 하면서 일부러 다른 나라의 많은 아이들을 만났어요. 어린 나이에 가족을 돕기 위해 힘들게 일하는 아이들을 보고는 마음이 아팠어요. 물론 행복한 아이도 많았지만요.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죠? 세상 모든 아이들의 마음은 다 같았어요. 어렵게 일하면서도 희망을 찾고, 외로움 속에서도 사랑을 찾고, 꿈을 꾸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주어진 생활 속에서 나름대로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많이 고마웠어요.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아이들의 눈빛은 모두 맑았기 때문이에요.
페스 가죽시장은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길 위엔 시큼하고, 쿰쿰한 냄새가 끊임없이 콧속을 누비고 다녔다.
외지에서 관광을 온 사람들은 시장 곳곳에 밴 그 냄새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코에다 박하잎을 꽂았다. 박하잎의 화한 향이 콧속 깊이 퍼져 역겨운 냄새를 어느 정도 무디게 해주었다.
열두 살인 마호메트는 작년부터 가죽염색장에서 가죽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작업을 했다. 좋은 가죽을 만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일을 마호메트가 하고 있었다.
가죽염색장에선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고 원하는 염색을 했다. 천 년이 넘도록 전통 방식을 지켜내고 있었다.
마호메트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마호메트와 같은 방법으로 가죽염색을 해서 전통을 이어왔다. 지금은 압둘 형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죽염색을 하고 있었다.
마호메트도 그들처럼 천 년을 이어가는 염색법을 익혀 가죽염색 장인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았다.
페스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곳을 단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 냄새만은 늘 낯설었다. 금방 벗긴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비둘기 똥이나 동물의 오줌으로 가죽을 씻어내야 했다. 그러니 냄새가 지독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이었다. 외지인도 아니면서 코에다 박하잎을 늘 꽂고 다니는 마호메트를 사람들은 별나다 했다.
-‘박하잎 흩어지다-모로코 페스’ 중에서
“후니, 엄마 어때?”
그렇지 않아도 새까만 피부가 쿠바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더 윤이 나도록 그을렸다. 그런 엄마에게 노란색 원피스는 완벽하게 잘 어울렸다.
후니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아프리카에서 왔다. 아주 오래전 가족들과 살았던 아프리카를 떠나 쿠바라는 나라에 처음 발을 디뎠다고 한다. 엄마는 늘 말했다.
“기죽을 필요 없어. 난 아프리카의 용감함을 닮았거든.”
어쩌면 엄마는 마음속으로 늘 그렇게 외칠 수도 있다.
‘난 용감해야 해. 아프리카의 딸이자 후니의 엄마거든.’
올드카, 낡은 자동차를 멋지게 개조한 쿠바의 관광차량을 운전하던 아빠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엄마는 아마 더 자주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엄마, 판타스티코!”(환상적이야)
후니는 일부러 더 큰 목소리로 엄마를 향해 웃었다.
-‘말레꼰 비치-쿠바 아바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