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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8965419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2-01-28
책 소개
목차
제1부
엉덩이로 책 읽는 우리 가족•13/갈비뼈의 무덤•14/거위와 눈을 마주치다•15/국경을 지키는 일•16/풍경 소리•18/한 번도 못 들어본 말•19/헛것•20/골목•22/유령의 발자국•23/버스 기사 S시인의 운행일지•24/고등어 신호•26/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27/만두가게•28/라일락 필 때•30/멸치 떼•31/우럭•32
제2부
사람의 열매•35/교보문고•36/살구처럼•38/갈매기 떼•39/서열•40/복수초•42/사골국•43/빗소리라는 철학서•44/사양산업•46/다시•47/귀가 슬픈 사람•48/샌드위치 맨•50/꿈•52/사과껍질•53/나물 옆에 따닥따닥 붙어서•54/모과•56
제3부
얼굴•59/블로그 시집•60/도시락 뚜껑에 쓴 시•62/만재도 할머니 이야기•63/도토리 시인•64/떠다니는 집•66/배려•67/빨래 저항•68/운주사 석불•70/비둘기호 열차•71/절벽 계단•72/석이버섯•74/조기가 사는 법•75/졸업 사진 한 장•76/맨드라미•78/철공소의 감나무•79/토란잎•80
제4부
바오바브나무•83/숨은그림찾기•84/봉숭아•85/곰보 여자•86/오동잎•88/오토바이 비석•89/운주사 일주문•90/구룡포에서•91/큰 놈•92/단풍•94/운주사•95/줄기를 노래함•96/책 읽어주는 에어컨•97/풀잎 창작과•98/손바닥 이불•99/헝가리 연인•100
해설 신상조(문학평론가) • 101
저자소개
책속에서
별명이 이동화장실인 마눌님이
뒤가 너무 급해서
주위에 있는 남산 중앙도서관으로 들어간다
덩달아 딸도
엉덩이를 붙잡고
따라 들어간다
아들 녀석도 꼭 누가 핏줄이 아니랄까봐
불고기버거에 감자튀김 콜라
3종 세트로 따라 들어간다
이윽고 줄줄이 엄마를
따라서 나오는데
남산 중앙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모조리 다 읽고 나오는 표정들이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맞는가 보다
장하다,
엉덩이로 책 읽는 우리 가족
― 「엉덩이로 책 읽는 우리 가족」 전문
소래를 지나가는 버스는
아직도 불심검문을 한다
무슨 사상을 숨기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죄다 검은 비닐봉지에다
꽃게나 새우를 숨기고 탄다
문제는 꽃게나 새우가
집게다리나 수염을 이용해서 슬그머니
승객들에게 냄새 테러를 가한다는 데 있다
지독하다
그러니까 검은 비닐봉지는
사상을 가린다
소래 어물전 상인들도
무슨 부끄러워할 일도 아닌데
하루 종일 일한 작업복과
작업복을 따라온 비린내를
검은 비닐봉지에다 숨기고 타는지
검문하면 화부터 낸다
소래 사람도 못 믿냐고
그래 검은 비닐봉지가 당신들을
못 믿게 만든다고
시인들도 못 믿냐고
그래 당신들이 쓴 시가
검은 비닐봉지처럼 모두다 가려서
그런다고
― 「버스 기사 S시인의 운행일지」 전문
세상 모든 나무들은
열매를 네모나 세모처럼 각이 지게 내지 않는다는 것을
내 머리에 떨어져
저만치 굴러가는 은행 알을 보고 새삼 깨닫는다
열매가 무기가 되지 않게
동그랗게 궁굴릴 줄 아는 마음이
사뭇 고맙다
사람의 열매인 자식도
동그랗게 말아서 세상에 내보내야 하지 않겠나
누구에게 떨어져도
무기가 되지 않게
― 「사람의 열매」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