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2248680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5-09-2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왜 나는 이 이야기를 써야 했는가
1장 흙먼지 속에서 자란 책임감
1. 장남으로 태어난 삶의 무게
2. 수학여행비 2만 원
3. 공부가 밥 먹여 주지 않는다
4. 자취 생활
5. 굴복하지 않은 마음
6. 돈보다 더 간절했던 기회
7. 등록금 93만 원
8. 젊음과 노동, 그 교차점
2장 군복을 입은 이유
1. 장교 지원서 한 장
2. 군인이 직업이야?
3. 장교라는 직업
4. 입대 전 아빠가 되다
5. 책임감과 두려움 사이
6. 사랑은 불장난
7. 두 개의 전선
8. 군인의 삶
3장 군대는 내 사명이었다
1. 솔선수범
2. 상관의 믿음, 부하의 신뢰
3. 가족보다 우선이었던 부대
4. 사소한 업무도 목숨처럼
5. 부대는 나의 전부
6. 인정의 무게
7. 남들보다 더, 항상 더
8. 천직이란 믿음
4장 꿈꿔 본 적 없는 전역
1. 진급 누락, 날벼락
2. 왜 나인가?
3. 전역 통보 이후의 막막함
4. 군 생활 22년
5. 나에게 군복은
6. 가족에게 느꼈던 미안함
7. 진짜 나를 묻기 시작한 순간
8. 정체성의 흔들림
5장 사회라는 전장
1. 냉정한 사회
2. 스펙과 무관한 시장
3. 전역 전후 골든 타임
4. 3년간의 재학습, 재적응
5.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몸부림
6. 가치의 재정의
7. 살아남는 법, 살아가는 법
8. 다시 나를 세우다
6장 2막을 여는 사람들
1. 2차 베이비부머, 그들 이야기
2. 훈련받은 리더
3. 사회의 준비
4. 좌절과 재도약의 경계
5. 경험을 방식으로
6. 멘토의 필요성
7. 꾸준한 배움
8. 함께 길을 만드는 사람들
7장 군복을 벗었지만 사명은 계속된다
1. 이어지는 사명
2. 군인의 철학
3. 실전에서 얻은 리더십
4. 책을 쓰는 이유
5. 기업과 사회를 잇는 다리
6. AI 시대, 군 경력의 변환
7. 나는 소령이었다
8. 끝나지 않은 책임, 계속되는 길
에필로그 이제는 길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장교가 어떤 일을 하는지, 군대가 어떤 세계인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필요한 건 오직 ‘학비’였고, 그 조건을 해결해 줄 유일한 제도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 순간 나에게 군복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도구였다. 생존을 위한 본능이, 망설임 대신 바로 ‘군 장학생 지원서 한 장’을 꺼내 들게 했다.
사실 첫 지원은 허무하게 날려 버렸다. 지원 일정을 잘못 알아 접수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지원서 접수를 해야 하는 마지막 날, 막노동을 하고 있었으니 마음이 허탈했고, 스스로가 한심하기까지 했다. 당시 학생군사교육단 행정실장(소령)을 찾아가 무릎 꿇고 눈물로 사정을 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렇게 기회를 놓치는 구나’ 싶어 며칠 동안 스스로를 원망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한학기가 지나 2차 모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준비했다. 그리고 결국,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 순간의 기분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가슴이 뜨거웠다.
“정말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구나.”
“이번엔 출신, 소속 다 묻지 않고 블라인드 평가 할 거다. 진짜 공정하게 간다.”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군대라는 조직 안엔 늘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암묵적 관행과 흐름이 있었다. ‘공정하게 하겠다’는 선언이 늘 공정한 결과를 보장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생각을 바꿨다.
‘그래, 이럴 때일수록 더 해야지. 남들보다 더. 항상 더.’
그때부터 밤낮이 없었다. 정비 도구 하나하나 먼지를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고, 정렬하고. 수천 개의 부품을 내 손으로 점검했다.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고, 가장 늦게까지 남았다. 부대 간부들은 물었다.
“그 정도까지 할 필요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그렇게 안 하면 불안한 사람이에요.”
계급은 질문 목록에 없었다. 경력의 연도는 흥미 사항이 아니었다. 그 현실이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수백 명의 인원을 이끌었고, 전쟁을 가정한 작전을 수립했고, 수많은 위기 상황을 판단해 본 경험이 있었다. 그 모든 걸 ‘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정작 그 말이 필요한 곳은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묻는 경우가 많았다.
“군에서의 경험이 민간 기업 환경에 맞을까요?”
“조직 문화가 너무 달라서 어려우실 수도 있을 텐데요.”
그때 처음 깨달았다. 나는 ‘충분히 준비된 사람’이라는 착각 속에 있었다는 것. 시장이라는 공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냉정하고 실용적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지금 당장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포지션에 맞는 경험, 실무를 할 줄 아는 능력, 그리고 ‘이 일을 맡기면 되겠다’는 명확한 신뢰.
한 기업의 면접장에서 겪은 일을 잊을 수 없다.
면접관은 내 이력을 천천히 훑은 뒤, 조용히 말했다.
“경력 정말 훌륭하세요. 그런데 저희는 마케팅 자료를 오늘부터 바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그 말은, 나에게 이렇게 들렸다.
“당신은 준비돼 있지만, 지금 우리에겐 필요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