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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동남아시아여행 > 동남아시아여행 가이드북
· ISBN : 9791186561010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5-05-30
책 소개
목차
Prologue
한눈에 보는 여행 정보
01. 싱가포르
여행 전야 / 무계획 자유지상주의자 / 리틀 인디아 / 싱가포르의 얼굴 / Come as you are! / 내게 맞는 신발 / 버짓 트래블러 / 이터널 선샤인 / 콘크리트 정글 / 건들건들 쭈뼛쭈뼛 / 싱가포르의 밤
02. 말레이시아
1 쿠알라룸푸르
밀림을 헤치고 / 유실물 보관소 / 지긋이 바라보기 / 여행을 믿습니까 / 바투 동굴
2 코타키나발루
설핏 그립고 살포시 행복한 / 어리석은 경계선 / 친근한 울림 / 반짝이는 밤 / 인투 더 와일드
3 페낭
나는 전주에 가는 거야 / 한참이라는 시간 / 내 꿈은 릭샤꾼 / 바투 페링기 해변
03. 태국
1 핫야이
국경을 건너 / 오 마이 백팩! / 거긴 뭐 하러 가는데? / 미소와 손짓
2 치앙마이
먼 길 돌아 치앙마이 / 타박타박 동네 산책 / 한밤중 쫓겨나다 / 세상에서 가장 긴 30분 / 향수병 치료약
3 빠이
걸음이 느린 친구 / 콧날로 바람을 가르며 / 순간에 머무는 연습 / 언젠가 다시, 빠이
4 방콕
그리 멀지 않은 거리 / 가난하게 살고 싶은 청년 / 전 재산 6만 7천 원? / 방콕의 택시기사 / 짧은 순간은 소중하다 / 일시 정지
04. 라오스
1 루앙프라방
아시아의 스위스 / 여행자의 친구 / 착한 바가지 / 위로 한 그릇 / 유토피아
2 방비엥
방비엥 가는 길 / 잇츠 세이프! / 누구나 백만장자
3 비엔티안
고장 난 자전거 / 맨발로 거닐다 / 코프 센터 / 어느 열여덟 살 / 어느 25일 / 분홍 아저씨 / 곱짜이 라이라이
Epilogue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섯 살 무렵 천오백 원이 든 동전지갑을 잃어버린 것이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분실이다. 이십 년이 넘게 흘러도 정확한 액수를 기억할 만큼 당시 경험은 내 작은 세계를 뒤흔드는 거대한 충격이었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지갑을 찾아다녔다. 내가 걸어온 길을 되밟으며 땅바닥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 사람은 무언가를 잃어버리며 살아간다는 것을.
- ‘유실물 보관소’ 중에서
사람들은 내게 물었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왜 떠나왔느냐고, 여행을 다녀와서는 무엇을 얻어왔느냐고. 혹시 내 대답을 듣는다면 나를 한심하다 여길지도 모르겠다. 아끼다가 닳아 없어져버릴 것 같은 젊음을 낭비하기 위해 떠나왔고, 그것을 한 치의 아낌없이 흥청망청 낭비해버리고 돌아왔다. 긴 시간을 지불하고 얻어온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젊음을 낭비하고 빈손으로 돌아온 게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여행은 인생의 한 시절을 그리 흘려보내도 충분히 좋다 느낄 만큼 묘하게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똑똑하게 살아야 한다고 핸드폰마저 스마트폰이라 부르는 세상에서, 여행은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어리석게 사는 법을 가르쳐준다. 나와는 평생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던 장소에 애써 찾아가는 법이나 다시 옷깃을 스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 헤프게 웃어주고 시간을 내어주는 법, 마음만 먹으면 매일같이 볼 수 있었던 해돋이를 태어나 처음 보는 사람처럼 가슴 벅차게 바라보는 법 따위를.
- ‘인투 더 와일드’ 중에서
뚝뚝 기사는 나를 아무 거리에나 내려주었다. 언제나 제대로 된 목적지 없이 뚝뚝에 올라타니 언제나 그들이 내려주는 곳에서부터 나의 여행은 시작된다. 내가 가야 할 목적지를 말하는 것은 마치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한강으로 가달라고 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운전하는 사람이 생각하기에 가장 괜찮은 한강으로 데려다주길 바라며. 치앙마이의 아무 거리에 떨어진 나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너른 마당을 가진 이층짜리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갔다. 그렇게 문득 발을 들인 곳이지만, 시원한 물 한잔을 내어주며 넉넉하게 웃음을 짓는 여주인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 ‘먼 길 돌아 치앙마이’ 중에서
아빠가 누구에게나 정직한 택시기사였는지, 요금을 두 배씩 부르며 외국인 등이나 치는 택시기사였는지 나는 모른다. 아빠가 좋은 아빠였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니까.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고, 지금의 나는 그때로부터 너무 멀리 와버렸다. 아빠 없는 아이처럼 보이기 싫었던 나는 애써 씩씩한 척하며 자라났다. 씩씩한 척 사는 게 버거울 때마다 나는 약해지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혹은 아빠만 있다면.
아빠를 미워하는 동안 나는 내가 흘린 눈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느릿느릿한 시간의 배를 타고 슬픔의 강을 건넜다. 제 밥벌이 하는 어른이 될 즈음에야 꽤나 건조하고 사실적인 이해의 땅이 나타났다. 슬픔에 질척거리지 않는 그 땅을, 이제는 담담하게 밟고 걸어간다. 한 남자를 단지 아빠라는 이유로 원망하기에 그는 그저 젊고 어리석었다는 것을, 내 인생이 이러하듯 아빠의 인생이 그러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의 아빠 나이가 되어보니 조금은 알겠다.
크게 디귿자를 그리며 달려온 택시가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섰다. 이마에 주름살이 깊게 패인 택시기사가 웃으며 처음 불렀던 만큼 택시비가 찍혀 있는 미터기를 가리킨다. 얄미운 그 표정에 기억도 나지 않는 아빠의 얼굴이 겹쳐져 마음이 약해진다. 내가 졌다. 택시기사에게 외국인으로서 졌고, 아빠에게 딸로서도 졌다고 생각했다. 이길 수 없는 게임에서는 져도 억울하지 않은 법이다.
- ‘방콕의 택시기사’ 중에서
하루에 필요한 만큼만 갖고 더 욕심내지 않는 삶이 가뿐하니 부럽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냉장고, 더 넓은 부엌이 아니라 어쩌면 하루 몫의 먹거리, 하루 몫의 희망, 하루 몫의 위안이고 사랑이 아닐까. 승려들에게 시주한다고 해서 누군가의 몫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저 주고받는 이가 함께 풍족해질 뿐. 그것을 알기에 루앙프라방의 탁밧 행렬은 매일같이 이어진다. 원래 세상에는 모든 사람들이 나누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음식이 있다고 들었다. 누군가가 굶는 것은 음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나누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탁밧 행렬이 끝나면 여행자들은 자다 만 잠을 자기 위해 숙소로 돌아간다. 이때다. 이른 아침의 루앙프라방을 호젓하게 구경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아무도 없을 거라는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좁은 골목길에 부지런한 새벽시장이 열려 있다. 한낮에는 휑한 골목이었는데, 아침마다 동네 사람들을 위한 장이 열리나보다. 농부들은 하루치 장사를 하고, 아낙들은 하루치 장을 본다.
- ‘위로 한 그릇’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