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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86688236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15-12-15
책 소개
목차
비 내리는 날
라면과 김치
동물원에서 생긴 일
타돌이와 타순이
생명 존중 수업
천국으로 가는 자이언트 드롭
아빠랑 나랑
사랑하는 대상이 생기면
내가 태어나기 전에
백호 구하기 작전
다시 만난 강산이
작가의 말 - 괜찮아, 힘을 내!
리뷰
책속에서
“송이야, 엄마 김치가 최고지?”
엄마는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이 김치를 버무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작년에 손수 담근 김치는 여기 있는데 엄마는 어디로 간 걸까? 김치통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엄마 생각이 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꺼내 먹었고, 김치찌개를 끓일 때는 할머니가 보내온 묵은지만 썼는데 벌써 다 먹어 버렸다. 그나마 조금 남은 김치에는 스멀스멀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앞으로 평생 엄마가 담근 김치를 맛볼 수 없다고 생각하자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 '라면과 김치' 중에서
천천히 걸어가다가 마지막 방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거기, 놀랍게도 호랑이가 한 마리 있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뒷걸음을 쳤다. 송곳니가 흉측하게 튀어나와 있어서 호랑이라기보다 괴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하게 생긴 괴물.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오랫동안 씻지 않아 더럽기는 했지만 백호가 분명했다. 시멘트 방 안에서 얼마 동안 이렇게 혼자 있었던 것일까?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위어 있는 데다 군데군데 털까지 빠져 있었다. 그 모습에 두려운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으면서 묘한 호기심이 일어났다. 백호는 엄마도, 형제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혼자 끊임없이 맴돌고 있었다. 불안한 듯 서성이는 것이 마치 내 모습 같았다.
- '동물원에서 생긴 일' 중에서
나는 장난 삼아 마이크를 뽑아 들고 말했다.
“지금부터 천국으로 가는 놀이 기구 운행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안전띠를 매 주세요.”
마이크도 작동은 되지 않았지만 제법 폼이 났다. 앞에 있는 버튼을 꾹 누르고 다시 말했다.
“이 놀이 기구를 타면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김희진 씨가 있는 하늘나라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기계 장치에 불이 들어오며 ‘윙’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서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네 심장이 튼튼한지 한번 시험해 봐.’
자꾸 누군가 그렇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나는 주위를 슬쩍 둘러보았다. 텅 빈 놀이공원은 괴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고요했다.
- '천국으로 가는 자이언트 드롭' 중에서
엄마, 이제 알았어요. 내가 정신을 잃었을 때 엄마가 왜 그렇게 슬퍼 보였는지,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에 내가 잠깐 어리석은 생각을 했어요. 엄마, 약속할게요. 엄마 바람대로 한 송이 꽃처럼 어여쁘게 자라 멋진 어른이 되겠다고. 착한 일도 많이 하고 훌륭한 일도 많이 해서 오래오래 살다가 천국에 갈 거예요. 그러니까 엄마도 약속해 주세요. 밝고 빛나는 천국에서 언제나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겠다고.
- '내가 태어나기 전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