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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87777052
· 쪽수 : 380쪽
· 출판일 : 2017-02-05
책 소개
목차
등장하는 고양이들
고양이 지도
인간 지도
프롤로그
1 떠오는 해
2 그림자족의 영역
3 정해진 길
4 도움의 손길
5 사나운 새
6 야망을 가진 고양이
7 낯선 무리
8 바람족의 영역
9 동굴 깊숙한 곳
10 별족의 뜻
11 새로운 사냥 기술
12 떠나야 할 시간
13 또 다른 꿈속
14 어둠 속의 목소리
15 사자고양이의 습격
16 내면의 속삭임
17 동굴 속 목소리
18 계속되는 시련
19 추방자들
20 눈앞의 파괴자
21 잔인한 야망
22 남겨진 핏자국
23 은빛 고양이
24 사건의 단서
에필로그 377
리뷰
책속에서
스톰퍼는 눈을 뜨고 잠을 쫓으면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해 내려 애썼다. 그는 강족 진영의 갈대 보금자리 대신에 마르고 버석거리는 고사리 덤불에 누워 있었다. 머리 위에는 뒤엉킨 뿌리들이 얽혀 있는 동굴의 흙 천장이 있었다. 저 멀리에서 희미하게 규칙적인 굉음이 들렸다. 처음엔 어리둥절했던 스톰퍼는 자신이 해가 빠져 들어가고, 땅 끝으로 끝없이 씻겨 나가는 물 가까이에 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이윽고 자신과 브램블클로가 목숨을 건지기 위해 물속에서 안간힘을 썼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라 몸을 움찔했다. 그리고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아직도 짜릿한 맛이 느껴져서 침을 뱉어 냈다. 강족인 스톰퍼는 물에 익숙했다. 강족은 숲을 가로지르는 강에서 편안하게 수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종족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거센 물살이 밀려나갔다 밀려들어오는 짜디짠 물에서는 강족 고양이조차 안전하게 헤엄칠 수가 없었다.
다른 기억들도 밀려왔다. 별족은 네 종족에서 각각 하나씩을 선택하여 ‘미드나이트’의 예언을 듣기 위한 길고 위험한 여행에 나서도록 했다. 두발쟁이 보금자리를 지나고, 개들과 시궁쥐들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도 하며 미지의 땅을 건너온 그들은 마침내 믿기 어려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미드나이트가 오소리라는 것이었다.
미드나이트가 들려준 무시무시한 예언을 떠올리자 스톰퍼는 다리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두발쟁이들이 새로운 천둥길을 만들기 위해 숲을 파괴하고 있었다. 모든 종족들은 숲을 떠나야만 한다. 종족들에게 이를 알리고 새로운 터전으로 이끄는 것이 별족에게 선택받은 고양이들의 임무였다.
스톰퍼는 일어나서 동굴 주변을 둘러보았다. 절벽 꼭대기로 이어지는 굴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왔고, 부드럽고 상쾌한 공기가 흘러 들어오면서 소금물 냄새도 실려 왔다. 오소리 미드나이트는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았다. 스톰퍼의 바로 옆에는 누이인 페더테일이 코 위로 꼬리를 말고 잠들어 있었다. 그 바로 아래쪽에는 용맹한 그림자족 전사인 토니펠트가 조용히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두발쟁이 보금자리에서 시궁쥐에게 물린 상처가 조금 견딜 만해진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미드나이트의 약초 창고에 있던 무언가가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잠들 수 있도록 도와준 덕분이었다. 동굴의 맞은편, 조금 떨어진 곳에는 바람족 훈련병인 크로포가 어두운 회색 털가죽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사리 덤불 사이에 푹 파묻혀 있었다. 동굴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는 토니펠트와 남매지간인 브램블클로가 몸을 쭉 뻗고 있었다. 그 옆에는 스쿼럴포가 몸을 잔뜩 오그리고 자고 있었다. 스톰퍼는 두 천둥족 고양이들이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에 갑자기 솟아난 질투심을 떨쳐 버리려 애썼다. 그는 스쿼럴포가 가진 용기,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좋아했지만, 그럴 만한 자격이 없었다. 둘은 종족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스쿼럴포에게는 브램블클로가 훨씬 더 좋은 짝이 될 것이다.
스톰퍼는 이제 동료들을 깨워서 숲으로 돌아가는 긴 여행을 시작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직 망설여졌다.
‘조금 더 자게 두자. 앞으로 닥칠 일을 감당하려면 우리 모두 있는 힘을 다 모아야 할 테니까.’
리프포와 소렐테일이 가시금작화 터널에 미처 도착하기도 전에, 파이어스타가 높은 바위 아래에 있는 그의 거처에 나타났다. 그레이스트라이프와 샌드스톰이 그를 따라서 공터로 나왔고, 신더펠트도 절뚝거리며 뒤를 따랐다. 파이어스타는 바위 꼭대기로 뛰어올랐고, 나머지 세 고양이들은 바위 아래 앉기 편한 장소를 찾았다. 기울어져 가는 ‘낙엽지는계절’의 햇살 속에서, 파이어스타의 불꽃 색깔 털가죽은 그의 이름에 걸맞게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스스로 먹이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나이가 찬 고양이들은 모두 여기 높은 바위 아래로 와서 종족 회의에 참석하시오.”
지도자가 외쳤다.
리프포는 모여드는 고양이들 쪽으로 소렐테일이 자신을 슬며시 밀고 가자, 배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너는 파이어스타가 무슨 말씀을 하실지 알지, 그렇지?”
얼룩무늬 전사가 물었다.
리프포는 암울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거 알고 있어.”
소렐테일이 말을 이었다.
“다들 그림자족에게 꼬리를 뜯기기라도 한 것 같은 표정으로 돌4아왔잖아.”
“차라리 그런 일이었다면 좋겠어요.”
리프포가 중얼거렸다.
“천둥족의 고양이들이여! 나는…….”
파이어스타가 입을 뗐다가 잠시 멈추고 깊은 숨을 쉬었다.
“과거 어떤 지도자가 자신의 종족을 지금 내가 눈앞에 두고 있는 암흑 속으로 이끌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도자의 목소리는 흔들렸다. 파이어스타는 샌드스톰의 침착한 눈빛에서 힘을 얻으려는 듯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
“얼마 전에 레이븐포가 내게 천둥길에서 두발쟁이들의 활동이 더 많아졌다고 경고한 바가 있습니다. 그때는 그 일이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곳은 우리 영역이 아니기에 특별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긴장된 침묵이 공터에 내려앉았다. 파이어스타가 그렇게 심각하게 말한 적은 별로 많지 않았다. 리프포는 아버지가 얼마나 망설이며 이야기를 해 나가는지, 얼마나 힘들게 억지로 말하고 있는지를 알 것 같았다.
“우리 순찰조가 뱀바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천둥길을 떠나는 두발쟁이 괴물을 보았습니다. 그 괴물이 땅을 파헤치고 나무를 쓰러뜨렸습니다. 그 괴물이…….”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돼요!”
수트퍼가 끼어들었다.
“괴물들은 절대로 천둥길을 떠나지 않아요.”
“파이어스타가 또 꿈을 꾼 건 아니겠지, 그렇지?”
더스트펠트가 파이어스타에게 들리지 않게 아주 작게 말했지만, 리프포는 그 웅얼거리는 말들을 놓치지 않았다.
“밤늦게 질긴 먹이를 먹고 악몽을 꾼 건 아닐까?”
“입 다물고 들어.”
파이어스타의 친척인 클라우드테일이 더스트펠트를 쏘아보았다.
“나도 봤어요.”
그레이스트라이프가 바위 아래에서 확인해 주었다.
그 말과 함께 죽음과 같은 정적이 흘렀다. 리프포는 의심과 공포가 담긴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고양이들을 지켜보았다. 소렐테일이 리프포를 돌아보았다.
“네가 본 게 정말로 그런 거니?”
리프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어땠는지 상상도 하기 힘들 거예요.”
“신더펠트는 뭐라고 했나요?”
원로들 사이에 앉아 있던 스페클테일이 물었다.
“별족은 아무것도 안 보여 주었나요?”
의무관 고양이가 일어서서 흔들림 없는 푸른 눈으로 종족을 마주 보았다. 그녀는 다른 어떤 고양이들보다, 심지어 파이어스타보다 더 침착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