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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89208165
· 쪽수 : 307쪽
· 출판일 : 2019-02-20
책 소개
목차
안녕 봇잡!
최악의 집, 유니콘 코티지
색깔을 보지 못하는 소년
새 친구 비비 룩미니
식스식스와 골든 보이의 정체
써니 계곡 카라반 파크
지하실의 비밀 터널
인간을 닮은 로봇, 파라곤
협박 편지
잔인한 농담
참새오 ㅏ허수아비
웰스프링 과학 혁신 센터
살인 기계의 비밀
아슬아슬한 탈출 작전
소문, 그 너머의 진실
레인보우 머신
마지막 임무
희망에는 날개가 있다
리뷰
책속에서
안녕, 봇잡?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의 영국 런던, 완전 색맹이어서 세상이 온통 회색빛으로만 보이는 열네 살 소년 오든은 엄마 손에 이끌려 홀연히 케임브리지로 이사를 한다. 외삼촌인 조나 블룸 박사가 세상을 떠나며, 오든의 엄마에게 케임브리지 외곽의 허름한 주택을 남겼기 때문이다. 오든에게는 손으로 쓴 편지와 둘로 쪼개진 운석의 반쪽을 남기는데, 운석의 나머지 절반은 케임브리지에 있는 식스식스에게 있다나?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우두커니 서서 신호등 불빛을 바라볼 때가 있다. 불빛은 곧 빨간색에서 노란색으로, 노란색에서 다시 초록색으로 바뀐다. 나는 빨간색이, 노란색이, 초록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나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 어느 날 누군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신호등 불빛의 배열 순서를 바꾼다 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테니까. 나에게는 모두 똑같이 회색이기 때문이다.
초록색, 파란색, 빨간색, 분홍색, 보라색, 노란색……. 나는 이 가운데 그 어떤 색도 구분하지 못한다. 이제는 흑백으로, 아니 흐릿한 회색으로 모든 것을 보는 일에 제법 익숙해져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던 순간부터 이 상태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색을 구분하다가 나중에 이렇게 되었더라면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 테니까.
사실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이랬다. 내 이름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오든 데어인 것처럼. 나는 지금 열네 살이다.
우리 엄마는 색깔을 말하지 않은 채 사물을 설명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개발했다. 그러니까 사물을 구별하는 데 다른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숫자를 이용할 수 있다.
“거기, 두 번째에 있는 것 좀 줄래?”
크기도 가능하다.
“세 번째로 작은 것도.”
숫자와 크기를 동시에 이용하기도 한다.
“다섯 번째 줄에서 네 번째로 작은 거.”
색깔의 명암을 설명할 때는 알파벳이 동원된다. 가장 밝으면 A다. 따라서 가장 어두우면 Z가 된다. 그래 봐야 실제로 쓰는 것은 D까지고, 더 많아 봐야 E까지다. 엄마의 색감은 알파벳 스물여섯 자를 다 쓸 만큼 뛰어나지가 않다.
더 어렸을 때는 그림으로 사물의 색깔을 구분했다. 초록색이면 사과, 파란색이면 물결 두 줄, 이런 식으로. 엄마는 온 집 안의 물건에 그림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였다.
색깔을 보지 못하는 소년
오든은 블룸 박사가 근무하던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 연구실에 몰래 숨어들었다가, 외삼촌이 ‘레인보우 프로젝트’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외삼촌이 레인보우 프로젝트를 통해 색맹인 자신에게 색을 찾아 주려 하다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으며, 그 누군가는 색맹의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는 존재라고 의심을 품는다.
나는 재킷 주머니를 손으로 더듬었다. 스노우플레이크 843A를 한쪽으로 밀고 짧고 뭉툭한 열쇠를 잡았다. 다락방에서 찾은 열쇠였다. 지켜보는 눈이 없는지 주변을 재빨리 살핀 다음, 열쇠 구멍에 열쇠를 밀어 넣고 천천히 돌렸다.
열쇠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양손으로 잡고 힘껏 돌렸다. 여전히 꼼짝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문을 발로 툭 걷어찼다. 엄청난 소리가 긴 복도를 따라 울려 퍼졌다. 순간, 멍청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커다란 고리 손잡이를 힘껏 당긴 다음, 한 번 더 열쇠를 꽂아 돌렸다. 딸깍,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넓은 책상이 보였고, 그 앞으로 화려한 벽난로가 있었다. 창문 아래의 반들반들한 가죽 의자는 하도 넓어서 누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창문 맞은편 벽은 온통 책장이었다. 그런데 책장이 텅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한때는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을 파일이며 서류가 모두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가슴이 쿵쿵거리는 동안, 머리는 엄마와 함께 유니콘 코티지에 도착했던 날로 돌아갔다. 그때도 이렇게 엉망이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 정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지저분하고 산만한 성격의 외삼촌이라 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뭔가 분명히 잘못되었다. 외삼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 방을 난장판으로 만든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은 뭘 찾으려 했던 걸까?
인간을 닮은 로봇, 파라곤
새 학교에서는 비비 룩미니를 만나 친해진다. 트리니티 칼리지에 있는 비비네 집에 놀러 갔다가, 외삼촌이 비비에게 운석 조각의 절반과 편지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오든은 비비와 함께 놀다가 ‘레인보우 머신’이라 적힌 기계를 발견하는데, 이상하게도 배터리가 들어갈 자리가 비어 있다. 두 사람은 배터리를 찾아 헤매다가 지하실에서 사람과 똑같이 생긴 로봇 ‘파라곤’을 찾아내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을 뿐 금속과 전선과 전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등’을 벽에 기댄 채 ‘얼굴’을 ‘가슴’ 앞으로 푹 숙인 모습이 언뜻 졸고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비비가 물었다.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걸까?”
질문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하루였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 형체를 꾹 눌러 보며 대답했다.
“나도 모르겠어.”
“박사님은 왜 이 드론을 여기에 숨기신 거지? 지하에 비밀 터널까지 파고선 문까지 이중으로 달아 놓으셨잖아? 생각해 보니까 이 터널에 전파 방해 장치가 있는 것 같아. 우리 둘 다 쿼티가 안 켜졌어. 그건 절대로 우연일 리가 없어. 왜 그러셨을까?”
“내 생각에 이건 드론이 아니야. 더 발전된 형태야. 로봇 같아.”
……그때 버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커다랗고 동그란 버튼이 쇄골 바로 아래에 박혀 있었다. 초록색일 것 같았다. 초록색은 가라는 의미였다. ……나는 버튼을 눌렀다. 위잉, 소리와 함께 로봇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고음의 위잉 소리는 교실 모니터에서 이서웹이 켜질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곧이어 쉬익, 소리가 들렸다. 로봇의 ‘가슴’이 환해지면서 양 ‘팔뚝’을 따라 차례로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