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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69813839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25-08-15
책 소개
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 선정
이금이 작가의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완결판 출간!
광복 80주년, 국가와 사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 역사의 목소리
누구보다 간절하게 삶을 살아낸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1940년 일제강점기 당시 일자리를 준다는 일본의 말에 속아 사할린으로 간 사람들이 있다. 돈을 벌어 오로지 식구들 세끼 먹이고,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계약 기간 동안만 잠시 떨어져 지내면 된다고 생각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사할린 탄광에서는 사망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고, 월급도 들은 것과 달리 강제 저금 후 푼돈만 지급됐다. 저금된 돈은 계약 기간이 강제로 연장되어 행방을 알기 어려웠다. 일본이 조선에 시행한 ‘국가총동원법’으로 사할린에 간 사람들은 이후로 일본과 소련의 지배 아래서 조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무국적자로 살아야 했다. 소설 속 단옥네 이야기는 사할린 한인 1세대가 겪은 일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출간되는 『슬픔의 틈새』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주단옥, 야케모토 타마코, 다시 주단옥 그리고 올가 송까지. 이름과 국적이 몇 번이나 바뀐 80년의 세월 동안 숱하게 조국에게 배신당하면서도, 누구보다 간절하게 자기 삶을 개척해나간 ‘주단옥’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펼쳐 보인다. 온몸으로 역사를 끌어안고 살아낸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국가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40여 년 동안 꾸준히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이들에게 시선을 둔
이금이 작가의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완결판 출간!
1984년 새벗문학상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금이 작가는 올해로 41년째 작가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동안 동시대 어린이, 청소년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이들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직접 취재해 문학으로 조명하는 일을 이어온 작가에게 ‘일제강점기 한인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은 필연과도 같은 작업이었다.
작가의 첫 역사소설인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사계절출판사, 2016)는 10년 동안 작가가 마음속에 품어온 인물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일제강점기에 서로 다른 신분을 가지고 태어난 두 소녀가 주체적으로 자기 운명을 헤쳐나간 이야기는 국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아랍어, 이탈리아어 판권이 수출되면서 해외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이 작품으로 이금이 작가는 2018년 IBBY 아너리스트에 선정되었다. 더불어 2024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아동청소년문학의 정전이 동시대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지’를 보여준다는 평과 함께 한국 문학의 위상을 굳건하게 했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로 시작한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은 『알로하, 나의 엄마들』(창비, 2020)에 이어 『슬픔의 틈새』를 마지막으로 출간 기준 9년 만에 완성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출간되는 『슬픔의 틈새』는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닌, 강제로 조국을 떠나야만 했던 사할린 한인들의 질곡 깊은 역사에 대한 존중이자 누구보다 간절하게 삶을 살아낸 이들을 위한 증언이다.
“1945년 8월 15일은 조국이 해방을 맞은 날이지만,
사할린 한인들에게는 고향과 가족을 잃은 날이었다.”
소설은 1943년 3월, 단옥네가 고향 다래울을 떠나 남사할린(화태)으로 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일본이 조선에 시행한 ‘국가총동원법’의 일환인 줄 모르고,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화태 탄광으로 떠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찾아 먼 길을 떠난 가족들 그리고 고향에 남은 또 다른 식구들까지. 돌아오기 위해 떠난 이날의 여정이 영원한 헤어짐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간신히 도착한 화태에서 아버지와 재회한 것도 잠시, 1944년 본토로의 ‘전환배치’라는 명령 하에 일본은 노무자들을 이중 징용하면서 또다시 가족들과 갈라놓는다. 속수무책으로 가족들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건 비단 소설 속 단옥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93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 당시 사할린 한인 1세대들이 겪은 실제 역사다.
사할린 한인들이 강제 징용으로 떠나온 남사할린은 원래 러시아 땅이었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사할린 남쪽의 통치권을 넘겨받아 40년간 지배했다. 당시 일본은 선주민이 부르던 이름에서 따와 남사할린을 가라후토라 명명했고, 조선인들은 한자 음대로 화태라 불렀다. 하지만 1945년 소련-일본 전쟁으로 남사할린은 다시 소련의 통치를 받았다. 몇 번이나 지배 체제가 바뀌는 동안 사할린의 한인들은 일본인도, 소련인도 당연히 조선인도 아니었다. 1945년 8월 15일, 조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사할린 한인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항구에서 귀국선을 기다리던 조선인들을 찾아온 건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는 소련군의 명령 그리고 일본의 스파이라는 누명과 핍박뿐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때 문제가 될까 싶어 무국적자로 살아온 사할린 한인들에게 8월 15일은 또다시 조국에게 배신당한 날이 되었다. 그 뼈아픈 시간들 속에서 한인들은 갈 수 없는 조국과 그곳의 가족들을 가슴에 묻고, 사할린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웃하고 연대하며 살아가기 시작한다. 거스를 수 없는 역사 앞에서도 매일 먹여야 하는 식구들의 끼니와 자라나는 자식들의 뒷바라지라는 현실은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기에, 1세대 한인들은 슬픔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여성들의 삶은
함께 아끼고 보듬으며 나아가는 길이 얼마나 단단하고 경이로운지를 보여준다
이중 징용으로 만석을 떠나보낸 덕춘과 탄광 사고로 다리를 다친 정만을 대신해 생계를 이끈 치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했던 그녀들이 일궈온 터전을 딸들인 단옥과 유키에가 이어받으면서 소설은 당시 여성의 삶에 집중한다. 앞 세대가 그래왔듯이 다음 세대의 여성들 역시 조국과 타국에서 받은 숱한 배신과 비관을 안고,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발걸음을 또다시 기약되지 않은 미래로 내딛는다. 소설은 그 길에 선 여성들의 일대기를 1940년에서 2025년까지의 시간으로 펼쳐 보인다.
당시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된 노무자들 가운데는 한인들만 있던 것이 아니다. 소수의 관리직을 제외한 일본인들 역시 조선인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 노무자였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이 많은 탄광 마을에서 유키에네는 결코 온전히 섞여 들 수 없는 존재였다. 일본인이면서 여성인 유키에는 단옥과는 또 다른 의미의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다. 일본은 1946년에서 1949년 사이 사할린 내 자국민들을 귀환시키면서 일본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대상을 제한했다. 한 가족이었지만 유키에네는 일본인인 치요와 유키에만 귀환할 수 있었고, 치요와 정만 사이에서 태어난 두 동생들도 해당이 안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유키에는 오히려 또래인 단옥에게 가족과 같은 유대와 정을 느낀다.
누구도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 땅에서 단옥과 유키에는 서로에게 조선인과 일본인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사할린에서 산 세월이 조선에서 지낸 시간을 넘어서고, 그들에게 사할린은 떠나야 하는 타국이 아닌 발 딛고 살아가는 터전이 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내고, 부모나 형제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털어놓고, 결혼을 해 아이를 키우면서 울고 웃는 삶의 순간을 나눈다. 소설 속 여성들의 삶은 흔들릴지언정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애쓴 모습으로 진한 울림을 전한다. 민족과 국적을 떠나 새로운 공동체로 살아간 두 가족은 사회적 소수자로서 함께 아끼고 보듬으며 나아가는 길이 얼마나 단단하고 경이로운지를 보여준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문학의 의미
“우리가 함께 연루된 이야기로써의 역사”라는 공동의 책임 의식
소설에서 인물들은 그저 역사 속에 놓인 개인이 아닌, 당당하게 자기 삶을 살아낸 존재로 오롯이 서 있다. 작품은 두 가족의 일대기를 다루며 스무 명이 넘는 인물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들이 사할린으로 오게 된 이유는 비슷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어린 시절 사할린으로 온 단옥은 조국에서의 기억을 안고 있지만, 자식과 손주들이 있는 사할린을 떠나고 싶지 않아 한다. 반면 사할린에서 태어난 동생 광복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한다. 유키에는 일본으로 돌아갈 몇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이 뿌리 내린 곳에서 살길 원하며 사할린에 남았다.
이처럼 『슬픔의 틈새』 속 인물들은 삶에 대한 자기만의 고민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저마다 생명력 있는 모습으로 독자에게 전해진다. 작가는 혹여라도 인물들을 쉽게 판단해버릴까 매 순간 경계하며, 직접 사할린으로 가 한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작품의 배경이 된 지역을 발로 찾아다녔다. 2018년 여름, 불현듯 작가를 찾아온 한 문장에서부터 시작된 이 소설은 7년이 지난 뒤에야 마무리되었다.
여행지로 사할린이 언급되는 순간 심장이 요동쳤다. 그때 내 가슴속에는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의 태술이 들어 있었다. 소설에서 죽음으로 마무리된 그가 계속 잊히지 않는 이유는 할 이야기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런 태술과 사할린이라는 미지의 공간이 조우하는 순간, 한 문장이 전류처럼 나를 휘감았다.
‘죽은 줄 알았던 태술이 사할린에서 살고 있었다.’ _작가의 말
작가의 첫 역사소설 속 인물인 ‘태술’이 이끈 사할린으로의 여정은 작가에게 ‘단옥’이라는 소녀를 만나게 했다. 작가는 어느덧 태술보다 선명하게 마음속에 자리 잡은 단옥과 함께 끝까지 소설 속을 걸어, 7년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썼던 초고를 모두 버리고, 소설을 새로 쓰며 인물들의 목소리에 더 가까이 귀 기울이는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이금이 작가는 이번에도 그 입구를 찾아냈다”는 강화길 소설가의 말처럼 작가는 또다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길을 냈다. 문학으로 과거를 경험하는 일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타인과 연결된 장소라는 감각을 상기시킨다. 그 감각은 어떤 과거로부터도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책임을 지운다. 이 공동의 책임 의식은 조형근 사회학자의 말처럼 “흥미로운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함께 연루된 이야기로써의 역사”로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를 대하게 한다. 우리는 그렇게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빚으로도, 빛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슬픔의 틈새』는 국가와 사회가 외면해온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조명하는 동시에,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문학의 의미를 진정성 있게 보여준다.
“이들이 사할린에서 살게 된 건 슬픈 역사 때문이지만, 이들은 그 슬픔에 머물지 않고 ‘슬픔의 틈새’를 찾아 뜨겁게 사랑하고 당당히 살았다. 한국의 민족사도, 일본의 민족사도, 소련-러시아의 거대한 역사도 이들의 삶을 온전히 포괄할 수 없다. 이들은 작은 틈새에서 살았던 경계인이지만, 그 틈새야말로 얼마나 찬란하고 당당한 것인지.” _조형근(사회학자)
*등장인물
덕춘: 단옥의 어머니. 1943년 성복, 단옥, 영복 세 자녀들과 함께 남편을 만나러 사할린으로 간다.
만석: 단옥의 아버지. 1940년 강제 징용으로 사할린 탄광에 갔다가, 1944년 이중 징용으로 또다시 가족들과 헤어진다.
단옥: 1931년생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간 사할린에서 일생을 산다. 단옥, 타마코, 올가 송으로 이름이 바뀌어왔다.
치요: 유키에의 어머니. 전남편 히데오를 탄광 사고 후유증으로 떠나보내고, 정만과 재혼한다.
정만: 만석의 의형제 중 한 명. 유키에의 의붓아버지. 조선에 아내와 딸을 두고, 홀로 사할린 탄광으로 강제 징용을 왔다.
유키에: 단옥과 둘도 없는 친구 관계. 1932년생으로 일본인 어머니와 재혼한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살아간다.
태술: 만석과 정만의 의형제.
진수: 단옥의 남편. 제주도 출신으로, 사할린 제주도 마을에서 산다.
성복: 단옥의 큰오빠. 1943년 사할린으로 가는 도중 연락이 끊긴다.
영옥: 단옥의 여동생. 조부모와 고향 다래울에 남아 있다 연락이 끊긴다.
영복: 단옥의 남동생. 생후 22개월 당시, 엄마 품에 안겨 사할린에 온다.
해옥: 단옥의 여동생. 1943년에 사할린에서 태어나 우미코, 해자, 해옥으로 이름이 바뀌어왔다.
광복: 단옥의 막냇동생. 1945년에 사할린에서 태어났다.
용재, 성재: 유키에의 남동생.
목차
1부
세 개의 바다를 건너
1943년
흰 밤, 검은 낮
1943년
따뜻한 겨울
1943년
서늘한 여름
1944년
남겨진 사람들
1944년
뜨거운 여름
1945년
행렬
1945년
우글레고르스크
1946년
2부
귀환선
1946~1949년
다시, 시작
1949년
혼담
1950년
결혼
1951년
무국적자
1957년
3부
선택
1958년
갈림길 1
1960년
갈림길 2
1961년
얼어붙은 땅
1963년
마지막 잔치
1964년
슬픔의 틈새
1966년
4부
단옥, 타마코, 올가
1988년
무너지는 둑
1992년
뿌리 1
1995년
뿌리 2
1996년
1945년 8월 15일
1999년
심장의 반쪽
2000년
유언
2025년
작가의 말
참고 자료
저자소개
책속에서
단옥 눈에는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달린 듯한 섬의 모양새가 더 먼 곳으로 헤엄치려는 물고기 같았다. 그 물고기 모양의 섬은 남북으로 나뉘어 남쪽에만 붉은색이 칠해져 있었다. 그곳이 화태였다. 화태는 아버지가 계신 곳, 밥 세끼를 다 먹을 수 있는 곳, 마음껏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가면 그 커다랗고 신비한 물고기가 자신을 등에 태워 더 넓고 멋진 세상으로 데려다줄 것만 같았다.
사할린은 원래 러시아 땅이었다. 1905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사할린의 남쪽을 넘겨받아 통치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선주민인 아이누족이 부르던 이름에서 따와 남사할린을 가라후토라고 명명했고, 조선 사람들은 한자의 음대로 화태라고 불렀다. 자작나무가 많은 섬이라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