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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문화/예술/인물 > 한국인물
· ISBN : 9791190105392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1-12-2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남원으로
권번과 기생
일본말을 가르쳐라
사그라드는 독립운동
이별
춘향제
이쁜 춘향이
두 영정
또다시 쫓겨나다
60년 만에 돌아온 춘향이
작품 속으로
·최봉선은 누구인가?
·기생과 권번
·춘향제와 춘향 영정 수난사
·현실에서 만나는 ‘백 년 동안 핀 꽃’ 속 장면들
·우리나라 무궁화 역사와 광한루 무궁화
추천사
리뷰
책속에서
눈앞에 웅장한 건물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광한루였다. 커다란 지붕이 날개를 활짝 편 봉황 같아서 금세 날아갈 것만 같았다.
“와! 언니야! 광한루다! 엄청 크다!”
“그렇구나. 나도 태어나서 이렇게 큰 건물은 처음 본다.”
그런데 광한루가 이상했다. 분명 광한루는 사방이 탁 트인 누각이라고 들었는데 창이 모두 닫혀있었다.
“언니야, 광한루 문이 다 닫혀 있네. 위아래 모두 꽉꽉 문을 닫아 놓은 게 누각 같지가 않데이.”
“저기 재판소라고 쓰여 있구나. 광한루를 재판소로 쓰는 모양이다. 조선 팔도 어디든 중요한 건물 중에 일본 놈들이 가만 놔둔 곳이 없으니.”
“언니야, 조용히 해라. 누가 들으면 어떡하려고? 일본 놈이 뭐꼬?”
수련은 주위를 살피며 봉선에게 주의를 줬다. 다행히 일본 군인들은 저 멀리 있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갈 수도 있는 세상이었다.
“조센징들, 모두 흩어져라!”
“노래 부르지 마라!”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
순사들이 말을 타고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쫓아냈다. 물속에 있던 사람들이 허겁지겁 족대를 걷고 밖으로 나왔다. 다슬기를 잡던 여자들은 다슬기 통도 제대로 못 챙기고 부랴부랴 밖으로 나와 도망치듯 뛰어갔다. 평화롭고 즐겁게 금암어화를 즐기던 요천이 순식간에 난리 통이 되었다. 횃불을 든 사람들이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을 챙기며 섶다리를 건너 마을로 돌아갔다. 순사들은 조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또다시 만세운동이 일어날까 봐 겁이 나는 것이다.
(중략)
“누가 먼저 노래를 했나?”
일본 경찰서장이 와서 기생들에게 소리를 쳤다.
“제가 먼저 했습니다.”
최봉선이 나섰다.
“권번 기생들이 오밤중에 왜 요천까지 나와서 노래를 하나? 당장 돌아가지 못할까?”
“은어잡이 구경 좀 하면서 흥을 돋워 준 것뿐인데 뭐가 잘못됐단 말입니까?”
“열녀 춘향이의 상징물을 만들자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가?”
정광옥이 무척 궁금해하며 물었다.
“지금 우리 조선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슴 속에 있는 답답함을 춘향이를 통해 풀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춘향이가 목숨을 걸고 정절을 지키다가 끝내 신분을 거슬러 어사 부인이 된 이야기는 우리 조선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설날도 없애고 우리 이름, 우리말과 우리글도 못 쓰게 하는 이 현실이 언젠가는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합니다. 멀리서 독립운동하는 분들이 힘들게 싸우고 있는데 정작 이 땅에서는 아무런 희망 없이 살아간다면 어떡하겠습니까? 불의에 저항한 춘향의 정신을 보면서 민족정신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