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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0105583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3-07-27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출항
우리 살림 우리 것으로
목소리는 유성기를 타고
을축년 대홍수
조선성악연구회
소리의 고향 남원
독립 자금
길고 긴 기차 여행
북간도의 눈물
강제 동원
나가사키와 군함도
에필로그
·부록·
작품 속으로
사진으로 만나는 작품 속 공간
참고 자료
책속에서
추월은 만정허여 산호주렴에 비치어 들 제
청천의 외기러기는 월하에 높이 떠서
뚜루루루루루루 낄룩 울음을 울고 가니
심황후 기가 막혀 기러기 불러 말을 헌다.
구슬픈 노랫소리가 경복궁 마당에 울려 퍼졌다. 하얀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은 키 작은 여인이 뽑아내는 <심청가>의 한 대목 ‘추월만정’이었다. 조선물산장려회에서 주최한 전국 판소리 명창 대회를 보러 온 수천 명의 사람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중선이 호들갑을 떨며 대문에 들어섰다.
“언니, 드디어 언니 소리판이 나왔다면서요?”
“그래, 신기하구나. 내 목소리가 이 동그란 판에 들어가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화성이도 와 있으니 같이 들어 보자.”
세 남매는 소리판을 들고 유성기 앞으로 모였다. 이화중선이 조심스럽게 소리판의 포장지를 벗겼다. 표지에는 이화중선의 얼굴 사진이 크게 인쇄되어 있었다.
“언니 사진도 있네. 아이고야, 실물보다 잘 나왔네.”
이중선이 호들갑을 떨며 소리판의 사진을 쓰다듬었다.
“누이, 어서 여기에 소리판을 올려놓으시우. 내가 태엽을 감을 테니.”
이화중선이 유성기의 동그란 곳에 소리판을 살그머니 올려놓았다. 그러자 이화성이 상자 옆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뺑뺑뺑뺑 돌렸다.
이화중선은 자기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렸을 때 굶주렸기 때문에 누구보다 배고픈 이들의 심정을 잘 알았다. 목포에 살 때는 정말 자주 굶었다. 돈을 벌러 떠난 아버지를 기다리며 남의 집에 얹혀살 때라 배고프다고 칭얼거리지도, 밥 달라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살았다. 그래서 비쩍 마른 아이들만 보면 애간장이 탔고 그런 아이들을 도와주는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