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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인도/티베트/네팔여행 > 인도/티베트/네팔여행 에세이
· ISBN : 9791191382877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만 리 길도 한 걸음으로 시작된다 / Guide 1 네팔의 술
2 사람을 알자면 하루 길을 같이 가보라 / Guide 2 밀크티(찌아)
3 산 설고 물 설다 / Guide 3 네팔의 물
4 고양이가 알 낳을 노릇이다 / Guide 4 트레킹하면서 먹은 네팔의 음식
5 굿에 간 어미 기다리듯 / Guide 5 티벳 불교의 상징물
6 화가 복이 된다 / Guide 6 소나무, 전나무, 향나무
7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본다 / Guide 7 안나푸르나 초등
8 한 자 땅 밑이 저승이다 / Guide 8 밀레르파
9 2월에 김칫독 터진다 / Guide 9 히말라야 타알, 블루쉽, 야크, 소/버팔로
10 여북하여 눈이 머나 / Guide 10 트레킹의 지루함을 날려버릴 책
11 섣달이 둘이라도 시원치 않다 / Guide 11 예티와 신비동물학
12 오뉴월 맹꽁이도 울다가 그친다 / Guide 12 배낭 꾸릴 때 유용한 팁
13 방귀 자라 똥 된다 / Guide 13 동충하초
14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 / Guide 14 네팔과 커피, 커피와 알콜
15 온양온천에 헌다리 모이듯 / Guide 15 비타민나무
16 백 리만 걸으면 눈섭조차 무겁다 / Guide 16 버터와 치즈
17 사람이 궁할 때는 대 끝에서도 3년을 산다 / Guide 17 천리향
18 취객이 외나무 다리 잘 건넌다 / Guide 18 눈표범
19 씨를 뿌리면 거두기 마련이다 / Guide 19 포카라의 유흥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일 하루만 새 포터를 기다렸다가 모레부터 다시 트레킹을 하면 된다. 내게 시간은 충분하지 않은가. 별 문제 없다. 다만 빔이 의도적으로 나를 속인 건 괘씸했다. 그의 거짓말이 내 즐거움을 짓밟아서 화가 났다. 정말 그깟 돈 때문에 이 사달이 벌어졌을까.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면,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내가 불쌍하고
만약 그의 말이 거짓이면, 의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불쌍했다.
이래저래 나만 손해였다. 트레킹 끝나면 여행사에 가서 따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밤이 깊도록 사건 정리 - 정황 검토 - 진실 재구성 - 불만사항 항목별 정리 - 분노 - 마음 진정 - 원망의 사이클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생각의 무간지옥에 갇힌 나는 괴로움에 오랫동안 뒤척였다.
- 〈4. 고양이가 알 낳을 노릇이다〉 중에서
“스와르가 다와르.”
맹숭맹숭해 보이는 거대한 산이 동네 뒷산처럼 푸근하게 서 있다. 보기와 달리 이 산의 높이는 5,000m에 육박한다. 보디빌더 같은 산이다. 탱탱하고 우람하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처럼 비현실적이지 않고 마동석처럼 친근하다. 산이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가졌다는 걸 왜 30여 년간 몰랐을까. 산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있었던 걸까. 하긴 트레킹 전에는 등산도 몇 번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지금 안나푸르나에 와 있으니 이것 참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6. 화가 복이 된다〉 중에서
집중하려는 일련의 의식적인 노력 없이 나는 먹고 자고 걷는 그 순간에 몰입했다. 어제도 내일도 사라졌다. 말 그대로 나는 현재를, 그 순간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저녁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오늘 걸어온 길이 생각나지 않았다. 억지로 기억을 짜내야 겨우 지나온 길이 그려졌다. 마치 지금, 여기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이 죄다 사라져버린 느낌이랄까. 내 평생 이런 삶의 충만함을, 현재를 오롯이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트레킹의 묘미는, 멋진 풍경을 보고 평소에 안 쓰던 다리를 호되게 쓰며 모험담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늘 시간에 쫓겨 살던 내가 더 이상 시간을 의식하지 않게 되는, 새로운 관계설정 말이다. 시간이 멈추니, 나라는 존재가 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 〈7.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본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