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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뇌과학 > 뇌과학 일반
· ISBN : 9791192229737
· 쪽수 : 406쪽
· 출판일 : 2025-12-10
책 소개
모네의 ‘빛을 잃은 뇌’, 호퍼의 ‘불면의 뇌’, 칼로의 ‘고통스런 뇌’, 루소의 ‘상상하는 뇌’
고흐의 ‘우울한 뇌’, 고야의 ‘광기의 뇌’, 웨인의 ‘망상의 뇌’, 몬드리안의 ‘성찰하는 뇌’…
그리고 이들을 느끼고 공감하는 ‘당신의 뇌’에 관한 이야기
그림을 그리는 뇌, 감상하는 뇌, 분석하는 뇌에 관한
가장 과학적이고 예술적인 서른 가지 이야기들
이 책의 저자는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신경세포(뉴런)를 들여다보고 강의실에서 의대생들에게 뇌 의 구조와 기능을 가르치는 의과대학 교수다. 뇌과학 관련 SCI 논문을 다수 게재하는 등 학문적 성취를 이어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엘스비어(Elsevier)가 공동 산출한 ‘세계 상위 2% 과학자(World’s Top 2% Scientists)’ 명단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리며 국제적으로 연구업적을 인정받았다.
그런 뇌과학자가 방과후 연구실을 나와 향하는 곳은 뜻밖에도 아틀리에다. 저자는 오래 전부터 ‘리현’이라는 서양화가로 활동하며 개인전 7회와 단체전을 6회 이상 열었고, 2023년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상과 2024년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은상(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주관)을 비롯해 전국 규모 미술공모전에서 모두 16차례 수상했다. 과학자이자 예술가로서 두 가지 역할을 해온 대표적인 융합형 지식인이자 ‘아티언티스트(Artientist)’다.
그런 까닭에 저자의 뇌는 종종 과학과 예술을 오가며 작동한다. 가령 ‘현대 신경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ón y Cajal)이 미세한 신경세포를 손으로 직접 그린 <소뇌의 푸르키녜 뉴런>(373쪽)에서 창작의 모티브를 얻는다(카할은 뉴런이론을 확립하고 신경세포의 미세구조를 정밀하게 시각화한 공로로 19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화실에서 모델의 표정을 그리는 순간 모델의 머릿속 전두엽과 신경전달물질의 반응에 골몰하기도 한다.
“지금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기억을 떠올리고 있을까?”
가끔 화실에서 모델의 얼굴을 그리다 보면 그의 눈빛 너머 ‘생각’이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해답은 머릿속 ‘뇌’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화가들은 모델의 표정이 아닌 뇌 자체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에게 뇌는 단순한 생물학적 기관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상징하는 특별한 주제였습니다. 르네상스 시기부터 뇌는 신체기능을 조절하는 장기를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자아의 중심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지요. 뇌의 해부학적 이미지가 예술 속으로 유입된 것입니다. 르네상스라는 시대가 여느 인문학자 못지않게 뇌과학자에게도 매력적으로 읽히는 까닭입니다.” _ 76쪽 ‘인문주의자들이 그린 뇌 해부도’ 중에서
실제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두개골 내부의 뇌실과 감각경로>를 그렸다(77쪽). 이 그림은 오늘날 신경해부 도해모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다빈치가 남긴 뇌해부도들은 인간정신의 중심을 심장(heart)에서 뇌(brain)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됐다. 프랑스 신고전주의 대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제자 니콜라 앙리 자코브는 해부학자 장-바티스트 마르크 부르즈리가 20년에 걸쳐 집대성한 <인체 해부학의 완전한 논고>라는 총서에 다양한 부위의 뇌해부도를 그렸는데, 이는 현재 ‘메디컬 아트’의 전범으로 꼽힌다.
해외학회 참석차 짬을 내어 들른 미국과 유럽의 미술관에서 저자의 뇌 반응은 좀더 특별해진다. 이를테면 <수련>(26쪽)에서 모네의 ‘빛을 잃은 뇌’가, <별이 빛나는 밤>(139쪽)에서 고흐의 ‘우울한 뇌’가,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70쪽)에서 호퍼의 ‘불면의 뇌’가, 렘브란트의 <자화상>(342쪽)에서 ‘성찰하는 뇌’가 ‘저자의 뇌’에 포착되곤 한다. 순간 저자의 머릿속은 온갖 궁금증들로 복잡해진다. ‘도대체 클레의 측두엽은 어떻게 작동했기에 이토록 붓질이 거칠고 투박해진 걸까?’, ‘색채가 붉어지고 경계마저 뭉개진 모네의 시각피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결국 저자는 풀리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궁금증들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 읽고 목록을 만들어 글로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모인 글들이 노트북 폴더 밖으로 나와 이 책 <미술관에 간 뇌과학자>가 되었다.
‘뇌과학’이라는 열쇠로 미술관의 내밀한 전시실을 열다
이 책은 모두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장에서는 뇌과학과 미술의 밀월관계를 다뤘다. 모네의 루앙대성당 및 수련 연작에서 색과 형태의 변화를 화가의 뇌를 통해 분석했고, 칸딘스키와 클레의 그림에 나타난 시네스테지아(synesthesia), 즉 공감각을 신경과학의 ‘다감각 융합현상’으로 풀어냈다. 앙리 루소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빚어낸 걸작들에서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원리를 소개했고, 칼로의 고통스런 작품들에서 후각이 불러오는 불편한 기억을 다루기도 했다.
시각예술인 미술은 냄새와 연관성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뇌과학적으로 후각은 감정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감각이지요. 후각정보는 시각정보와 달리 시상을 거치지 않고 후각망울을 통해 곧바로 뇌의 감정회로인 변연계에 전달됩니다. 실제로 냄새는 본능적으로 불쾌감이나 공포감을 가장 빠르고 강하게 불러옵니다.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기둥>이나 <헨리 포드 병원> 같은 고통스런 그림들의 모티브는 냄새였습니다. 화가의 뇌 깊숙이 각인되었던 사고 당시 피비린내, 병원의 소독약 냄새 그리고 적혈구 헤모글로빈 속 철성분이 캔버스에 투영된 것이지요. 칼로는 “냉혹한 기운의 향이 진동했다”며, 고통스런 후각의 기억이 그림에 담긴 배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_ 58쪽 ‘냄새를 그린 화가들’ 중에서
두 번째 챕터에서는 화가들을 괴롭힌 뇌 관련 질환이 그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봤다. 고흐와 실레의 우울증, 웨인과 대드의 조현병, 호퍼의 불면증, 카라바조와 젠틸레스키의 트라우마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이 위대한 작품의 대가로 지불한 정신적 고통을 뇌과학적으로 분석했다.
가령 극심한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렸던 카라바조와 젠틸레스키는 둘 다 성경에 나오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를 그렸지만, 그림 속 유디트는 사뭇 대조적이다. 끔찍한 성폭행의 트라우마를 겪던 젠틸레스키가 그린 유디트의 표정은 매우 단호하다. 반면, 카라바조가 그린 유디트에는 두려움과 망설임이 서려있다. 젠틸레스키가 유디트로 분해 가해자를 응징했다면, 살인을 저질러 도망자 신세였던 카라바조는 목이 잘린 홀로페르네스와 겹쳐진다. 이처럼 그림에 나타난 극단적이고 자기파괴적 충동은 PTSD환자에게서 트라우마 이후 나타나는 현상이다.
PTSD 환자의 뇌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변화는 편도체의 과활성화입니다. 외상을 겪은 이후 편도체는 마치 고장 난 경보기처럼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지요. 젠틸레스키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편도체의 과민반응은 작품 속 과장된 긴장감과 극적인 장면연출로 드러납니다. _ 205쪽 ‘뇌마저 붕괴한 상처는 어떻게 예술이 되었나’ 중에서
세 번째 챕터에서는 뇌를 통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들을 여러 그림들에 적용했다. 르누아르의 햇빛과 멜라토닌, 카사트의 모성본능과 옥시토신, 페르메이르의 행복감과 엔도르핀, 제리코의 생존본능과 노르에피네프린, 고야의 검은 그림들과 도파민, 다비드의 권력욕과 테스토스테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테스토스테론은 흔히 남성성을 드러내는 호르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한걸음 더 들어가면 ‘권력욕구’로 이어진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권모술수의 시간을 보냈던 화가 다비드의 그림들에 권력을 향하는 테스토스테론의 흔적이 짙게 배인 까닭이다.
<나폴레옹 대관식>에서 나폴레옹이 스스로 왕관을 쓰는 장면은 테스토스테론이 최고조에 도달한 순간이다. 전전두엽이 설계한 행동계획, 기저핵이 조율한 추진력, 편도체가 제공한 감정적 각성이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의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권력을 선언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_ 250쪽 ‘나폴레옹 대관식에 흐르는 호르몬’ 중에서
마지막 챕터에서는 화가의 늙어가는 뇌와 그들의 후기 작품세계를 조명했다.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유작 <론다니니 피에타>의 거친 조형미에서 알 수 있듯이, 뇌가 노화하면서 거장들의 운동신경 둔화가 그들의 작품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살펴봤다. 노년에 이르러 화가들은 비록 전성기의 섬세하고 화려한 기법은 잃었지만, 비움의 가치를 터득해 작품에 깊이를 더했다. 이러한 현상은 늙을수록 자기성찰을 담당하는 뇌 회로가 활성화되고, 인지결핍을 단순성과 반복성으로 전환하는 뇌의 선택적 전략에 기인한다. 뇌의 노화가 반드시 퇴화가 아님을 노년기 거장들의 걸작들을 통해서 규명했다.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 피에타>는 노화로 인해 재구성된 뇌의 감정회로가 만들어낸 마지막 고백입니다. 뭉개져 보이는 조각상의 모습은 대리석에서 깨어나지 못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것은 돌덩이로 스며드는 형상, 즉 자연으로 회귀하는 인간 삶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으로 읽힙니다. _ 361쪽 ‘미완성의 미학을 조각한 뇌’ 중에서
목차
머리말 : 그림이 당신의 뇌에 말을 걸어 올 때
Chapter 1. 그림을 그리는 뇌, 감상하는 뇌, 분석하는 뇌
•시간의 색깔을 그린 화가 :색을 잃어버린 모네의 뇌
•왜곡된 색채로 탄생한 걸작들 : 노랗게 물든 고흐와 드가의 뇌
•소리를 그린 화가들 : 감각의 경계를 허문 화가의 뇌
•냄새를 그린 화가들 : 후각을 시각화한 화가의 뇌
•멍 때리는 화가의 뇌 : 그림에 새겨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흔적들
•뇌가 새겨진 예술을 찾아서 : 인문주의자들이 그린 뇌 해부도
•화가의 뇌에 숨겨진 수학적 회로 : 수학적 뇌와 미술적 뇌에 얽힌 오해와 진실
•화가의 뇌가 직조한 풍경들 : 예술하는 뇌의 해부학
•미술관에서 당신의 뇌가 춤을 출 때 : 감상하는 뇌의 해부학
Chapter 2. 상처 받은 뇌가 그린 명화들
•캔버스에 써내려간 우울한 편지들 : 우울증에 빠진 화가들의 뇌
•조율을 거부한 광기의 예술 : 조현병 화가들의 그림에 새겨진 뒤틀린 뇌 회로
•그들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 불면의 밤을 그린 화가들의 뇌
•참을 수 없는 자기애의 초상 : 나르시시스트의 뇌가 해체하고 재구성한 세계
•뇌마저 붕괴한 상처는 어떻게 예술이 되었나 : 화가의 트라우마가 투영된 그림들
•예술은 중독된 삶을 구원할 수 있을까 : 중독된 뇌가 그린 공허한 풍경
Chapter 3 캔버스에 흐르는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흔적
•햇살이 뇌를 비출 때면 르누아르의 그림을 봐야 한다 : 햇빛에 반응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마법
•뇌를 보듬는 엄마의 초상화 : 옥시토신이 만든 모성의 색
•나폴레옹 대관식에 흐르는 호르몬 :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분비로 탄생한 걸작들
•잿빛 캔버스 앞에서 묵상하는 뇌 : 자기성찰의 스위치를 켠 그림들
•루브르의 대작 앞에서 깨어난 뇌의 생존본능 회로 : 노르에피네프린이 물들인 푸른 뇌의 진실
•자율신경계를 비추는 여인들의 광채 : 감정을 조율하는 세로토닌의 빛
•‘소확행’을 그린 화가의 뇌 :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는 그림감상법
•어둠에 갇힌 화가의 뇌 : 도파민 과잉이 불러온 광기의 그림들
Chapter 4 늙어가는 뇌, 깊어지는 예술 그리고 영원한 걸작들
•늙을수록 깊어지는 예술가의 뇌 : 뇌의 노화와 마티스의 후기 작품세계
•두 번의 인생, 두 가지 예술 그리고 두 개의 뇌 : 인생의 뒤안길을 반추하는 화가의 뇌 회로
•가장 위대한 자서전을 그린 화가의 뇌 : 렘브란트의 자화상에 나타난 뇌과학적 변화
•‘미완성의 미학’을 조각한 뇌 : 미켈란젤로의 3개의 피에타에 담긴 뇌과학적 함의
•뇌는 노화할 뿐 퇴화하지 않는다 : 예측가능성과 반복성으로 탄생한 세잔의 걸작들
•무뎌진 뇌신경, 왜곡된 선과 색 : 그림에 나타난 뇌신경 노화의 흔적들
•위대한 유작을 그린 주름진 뇌 : 늙은 화가의 뇌가 선택한 전략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는 ‘눈’으로 세상을 ‘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뇌’로 세상을 ‘해석’합니다. 눈은 단지 빛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창문일 뿐이지요. ‘시각’은 뇌 안에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색을 본다는 의미는 단순히 망막에 빛이 들어오는 과정이 아니라 뇌가 빛의 파장을 해석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감정과 기억을 연결해 하나의 ‘의미 있는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_ [색을 잃어버린 모네의 뇌] 중에서
칸딘스키는 소리를 색으로 느끼고, 색에서 소리를 상상했다고 고백합니다. 이러한 감각 간 연결은 오늘날 시네스테지아(synesthesia)라 불리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공감각(共感覺)이라 불리는 시네스테지아는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신경반응으로, 소리를 들으면 색이 보이거나 색을 보면 특정 소리를 떠올리는 현상입니다. 공감각은 제법 오래 전부터 탐구되어온 개념입니다. 플라톤과 피타고라스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감각의 조화를 논하는 과정에서 음과 색의 관계를 살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_ [소리를 그린 화가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