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남은 줄 알겠지

프롤로그 | 5

1부

기린 | 13
낚시 1 | 15
나팔꽃 | 16
단팥빵 | 18
피에로가 되어 볼까 | 20
구름보기 1 | 22
놀부가 기가 막혀 | 23
게라서 괜찮아 | 25
모래시계 | 26
산수유, 산수유 | 27
저하고 같네요 | 28
이반 솔코비치의 하루 | 29
안 웃으면 어쩔 건데 | 31

2부

서랍속의 나 | 35
우린 청둥오리 | 36
당신이 멈춘 시간 | 37
포인세티아 | 39
물고기, 그 이후 | 40
갯벌인 너는 | 41
하마 | 42
사막의 장미 2 | 43
목련 애상 | 44
쪽배 홀로 | 45
모네에게 | 46
동백 낙화 | 47
홍시 | 48

3부

11월의 춘향가 | 51
고향은 홀로 | 53
나도 모르게 | 55
돌대가리 | 57
낚시 2 | 58
자코메티 생각 3 | 59
빵에 대한 상상력 | 60
나는 나를 닮고 | 61
초지진에서 | 62
바느질 | 63
11월의 편지 | 64

4부

지리산 | 67
황조롱이 일지 1 | 69
황조롱이 일지 4 | 70
황조롱이 일지 5 | 71
황조롱이 일지 6 | 72
황조롱이 일지 8 | 73
생일의 추억 | 75
소문난 집 | 77
우정友情 | 79
내 마음의 방향 | 82
폭포 | 83
상여꽃 | 84
바다를 품다 | 86
구름 추억 | 88
사랑을 위한 뮤지컬 | 89

해설┃심안心眼의 서정이 불러온 아름다운 인생론적 순간들┃유성호 | 92

어머니가 바느질하듯
시를 쓴다

한 땀 마음 한 줄 정성이 시로 빚어져서
눈앞에 선한 어머니 모습

동치미를 꺼내 오는
어머니의 눈 밟는 발소리에
절로 입맛이 돌 듯
추억의 기쁨이 시로 배인다

한 땀 모정의 한 줄 그리움이
바늘 끝처럼 행간을 깨운다
― 「바느질」 전문

이른 봄 햇살이
금가루를 뿌려 놓았다

맑은 하늘 아래
햇볕을 곱게 받으며
어머니와 표정이 환했던 추억이
가슴에서 핀다

천 년 전 중국에서
시집온 처녀가 처음 심었다는
산수유 시목始木
온 마을을 노랗게 물들인 추억같이
어머니는 지금 하늘나라에서도
이 꽃들을 보고 계실까

봄마다 새색시의 설렘같이
환한 꽃송이들을
― 「산수유, 산수유」 전문

빛과 어둠 사이에서
너는 흘러내린다

숨죽이며 살아온 일들도
천차만별의 아픔들도
때에 이르러 멈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나도 너도 아닌
스스로 휩쓸리는 사이에
목숨은 흘러내려

너무 많은 것들의 생애가
서걱거리는 동안
더는 시간이 없다고
갑자기 떠날 때가 올 때까지는
흘러내려야 할 것이다
― 「모래시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