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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초등 전학년 > 동시/동요
· ISBN : 9791192986562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6-04-15
책 소개
도서출판 b에서 ‘줄탁동시’라는 이름의 동시집 시리즈를 마련했다. 줄탁동시(啐啄童詩)라는 말에는 ‘어린이가 선생님, 부모님과 함께 읽는 동시’라는 뜻이 담겼다. 알 껍질 안쪽에서 쪼아대는 것을 줄(啐)이라 하고, 그 소리를 듣고 어미 닭이 알 껍질 밖에서 쪼아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어린이가 시를 읽기 시작하며 넓은 세상을 만나고자 할 때, 알 껍질의 안팎에서 병아리와 어미 닭이 동시에 쪼듯이 함께 힘을 보태자는 마음이 담겼다.
곽해룡 시인의 동시집 <뿔>이 첫 번째 알을 깨고 나왔다. 시인은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언제 뿔이 돋아나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뿔은 누구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세상에 물어보기 위함이라는 이유도 말이다.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고, 조금 더 궁금해하고,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하는 생각의 뿔들이 아이들을 더 단단하고 자유롭게 만들 것을 믿는 시인이다.
시집의 구성도 눈에 띈다. 1부와 2부의 시는 열 편이 넘는데 3부는 네 편밖에 안 된다. 4부는 하물며 스무 편이 넘는데, 5부는 달랑 다섯 편이다. 왜 그랬는지 시인에게 물어봤다. 독자들도 궁금하겠지만 말하지 않겠다. 궁금하면? 오백 원. (시인의 의도를 찾아가는 것도 시 읽기의 큰 즐거움일 테니까.)
첫 시가 「뿔」이다. “거울을 본 적 없는 어린 송아지는 / 어미 소처럼 자기 머리에 / 힘센 뿔이 달려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근사한 뿔을 믿고 겁 없는 송아지들이” 씩씩하게 세상을 향해 뿔질을 해대는 거다. 이 어린 송아지가 조금 삐딱하게 바라본 사물들, 살면서 만난 사람들과 기억들, 길에서 마주친 생명들에게 말을 건넨다. “왜 그래?”
시인은 사랑스러운 어린 뿔들을 “저금통”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동전 하나 넣으면 / 넣은 만큼만 쌓이는 그런 저금통 아”니라 “온몸이 투입구여서 / 세상 모든 걸 받아 들이”고 종국에는 “세상보다 내가 더 커지는”(「저금통」) 저금통이란다. 이렇게 상큼하고 감각적인 시선이 시집 곳곳에 숨어 있다. 어느 구석에 가면 쿰쿰하기도 하고, 아리기도 하고 따습기도 한 시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시집에는 그림을 넣지 않았다. 시인은 그림이 없는 동시집이라는 작은 형식을 고집했다. 시를 읽는 일은 글자 사이에 숨은 풍경을 독자 스스로 그려 보는 일이라고 시인은 생각한다. 좋은 글과 좋은 그림이 만나 더 큰 울림을 주는 동시집이 많이 있지만, 이번만큼은 좋은 그림 ‘자리에’ 독자의 수많은 ‘다른 풍경’이 들어서길 원했다. 이 시집에는 마침표도 없다. 일부러 생략했거나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겠다는 시인의 의지이다.
목차
여는 글ㅣ 뿔이 돋는 순간∙5
1부 나는 조금 삐딱한 사물
뿔∙13 빨래집게∙14 내 손이 더∙15
낙서∙16 저금통∙18 삼각김밥∙20
바람개비∙22 보물찾기∙23 말도 상한다∙24
악수∙26 깡통∙27 도어락∙28
에어쇼∙30 운동화 주인∙32 뒷짐∙34
2부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사물들
겨울 유리창∙37 빨래∙38 연못 보육원∙40
날개옷∙42 장례식∙43 꽃밭 목욕탕∙44
지팡이∙46 치매∙47 고모의 유언∙48
천국에 오신 할머니∙50 백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52
늦은 초대∙54 꼬부랑 할머니∙55
3부 착한 척 연습
수업 시작∙59 하늘 글쓰기 수업∙60
운동회∙62 벚나무 신호등∙63
4부 길에서 마주친 사물들
달밤∙67 염소∙68 나비∙69
푸른 교향곡∙70 꽃상추∙72 물안개∙73
칼치∙74 보리∙76 고등어∙77
바다∙78 병아리∙80 양파∙81
펭귄∙82 올챙이∙83 자벌레∙84
딸기의 꿈∙85 민들레꽃∙86 초승달∙87
민둥산 억새∙88 물고기∙89 산개구리∙90
거울 속에 사는새∙92 숭어가 뛰는 저녁∙93
5부 쓸데없는 생각이 소중해
황금 똥을 누는 소∙97 지하철에서∙98 전복∙101
죽은 별∙102 벼랑에서 자란 소나무∙104
ㅣ시인의 노트ㅣ 작은 형식에 대하여∙107
저자소개
책속에서
빨래집게
빨래집게는
입이 하나
손가락이 두 개
서로 자기가 에이스라고
손가락을 눕혀
‘A’ 자를 그리고 있다가
젖은 옷을 물려주면
손가락을 세워
‘V’ 자를 그린다
겨울 유리창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방 물기가 모두
유리창에 모여 있네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줄 알았는데
물은
추운 곳으로도 흐르네
전복
구멍 숭숭 나고
그을린
용접공 아버지 작업복 같은
껍질
안쪽엔
열두 가지 빛
오늘도
바닥을 기지만
가슴속엔
무지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