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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현대미술
· ISBN : 9791193598115
· 쪽수 : 279쪽
· 출판일 : 2026-04-20
책 소개
목차
1 : 도시의 사람들 : 서울
2 : 광장, 감시, 자유 : 베를린
3 : 되돌아온 기억 : 베이징
4 : 인간과의 접촉 : 뉴욕
5 : 대화 : 서용선×이영희×안성진
텍스트가 보여 주는 풍경 : 간판
제한적이되 자유로운 휴식 : 카페
정지된 시간의 흐름 : 대중교통
리뷰
책속에서
도시의 인물을 그리는 것이 한 시대의 표현이 될 수 있지만, 이 시대의 적절한 미술 양식일 수 있느냐 하는 데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을 제작하면서, 또 도시의 무표정한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건물과 거리와 기계의 소음 속에 끼어 있는 약하지만 끈질긴 생명체로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 지하철역으로 몰려 들어가는 인파, 내가 그들을 의식하듯 그들도 모두 서로를 의식하고 있지 않은가.
맑고 투명한 눈앞의 세계를 어떻게 하면 완전하게 그려 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맑고 투명한 세계라는 것 자체를 의심하게 되고 세계의 구조를 들여다보려는 욕망을 포기하면서 문득 나를 둘러싼 이 사회가 꿈틀거리면서 격동하는 것을 느꼈다. 나를 둘러싼 주위와 자연의 실체들을 다시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이 세계의 작은 부분임을 깨달았다. 자신의 몰아적 환상 공간에서 벗어나, 나라는 우주 속의 부분적 실체로서 새롭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보이는 의자와 건물, 사람들 하나하나가 나와 동등한, 내 사고의 무한 공간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존재로서 무게 있게 다가오게 되었다. 나는 안정된 걸음걸이로 도시의 거리를 천천히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여유 있는 눈길로 나를 둘러싼 도시를 바라볼 수 있었다.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 수없이 걸어 다니고 차를 기다리고, 일을 하고, 많은 건물 사이로 사람과 차 들이 이동하고, 그리고 땅속에서 전철이 굉음을 내며 달리고, 사람들이 지하보도를 부지런히 들락거리는 것이 보였다.
뉴욕 맨해튼의 미놀타 카메라 선전이 꽉 찬 고층 건물들의 심장처럼 헐떡이고 도쿄, 서울의 밤하늘에 광고판 네온 모델들이 계속해서 번쩍인다. 수없는 허상의 모델들, 그들이 밤만 되면 우리의 시각을 포위한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가로막는다. 어떻게든 이 포위망을 뚫자. 우리의 머릿속에 샘물처럼 흐르는 뇌세포 물질은 그것들과 섞이지 못하기 때문에.
〈상상적 광고〉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92년 1월과 2월 파리와 뉴욕을 동시에 여행하면서 느낀, 현대 도시에서의 광고의 강력한 시각적 침투에 대한 생각을 스케치하여 그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