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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94028642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5-11-20
책 소개
한윤섭 작가가 펼쳐내는 이야기 판타지아!
“이야기가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고요? 어떤 이야기가요?”
“세상의 모든 이야기. 지금도 쏟아져 내리고 있잖아.
너도 가만히 느껴 봐.”
이제부터 ‘이야기’ 파노라마가 시작된다!
■ 기획 의도
‘생각’의 고리를 이어 ‘이야기’로 가닿는 한윤섭 특급 창작 동화!
2010년 《봉주르, 뚜르》로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첫발을 내디딘 한윤섭 작가는 그동안 《서찰을 전하는 아이》, 《해리엇》, 《너의 운명은》, 《숲속 가든》 등을 통해 참신한 구성과 세련된 문체, 독특한 세계관으로 어린이와 어른 독자 모두에게 꾸준히 선택받고 사랑받는, 흔치 않은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쓴 새 동화 《이야기의 신》을 선보인다.
올 초에 펴낸 《숲속 가든》에서 김지은 문학 평론가에게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 장인’이라고 칭송받았던 한윤섭 작가는 《이야기의 신》에서 아예 작정하고 대차게 ‘이야기’를 화두로 내세운다.
‘이야기’의 시작은 우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 존재한 순간부터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주 속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새로운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웃기는 이야기, 슬픈 이야기 등등.
이야기는 지나간 시간의 추억이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이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이고, 살아 보지 못한 삶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그런 이야기 속에 살기에 우리도 스스로 이야기가 됩니다. 《이야기의 신》을 읽은 아이가 쓸데없는 생각도 더 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무언가에 이야기를 입혀 보는 경험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런 생각에서 시작한 동화입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_‘작가의 말’에서
즉 우리 모두가 이야기를 지을 수도 있고, 또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은 작가가 특정한 인물을 내세운 뒤 이러저러한 줄기를 엮고 얽어서 끌고 가는 여느 동화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양새를 띤다. 노트인지 책인지 알쏭달쏭한 매개체, 즉 ‘이야기의 신’을 내세워 독자와 함께 빈칸을 채워 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이야기의 재미에 스르르 빠져드는 것을 넘어,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를 짓고 있는’ 신비롭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바야흐로 한윤섭 작가만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의 맛과 힘을 제대로 만날 수 있게 된다고 할까.
■ 이 책의 특징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상상력을 깨워 ‘나만의 이야기’를 빚다
매일 같은 시각, 같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할머니.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나’는 어느 날 할머니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놀랍게도 할머니는 이미 내 생각을 모두 꿰뚫고 있다. 매일 어디를 보고 계시느냐는 나의 물음에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한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 지금도 쏟아져 내리고 있잖아. 너도 가만히 느껴 봐.”
그날부터 나는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짓는다. 평범한 아파트의 풍경, 놀이터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먼발치에 보이는 자동차까지, 할머니는 그 모든 일상의 장면에서 신비롭고도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길어 올린다. 지독한 음치였으나 악마와 거래해 딱 오천 번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남자, 사람처럼 살금살금 걸어서 움직이는 나무, 방금 주차장으로 들어왔지만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 흰색 자동차…….
“세상 사람들이 다 쓸 데 있는 생각만 하면 너무 재미없을 거야. 아무것도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겠지. 쓸데없는 생각은 상상으로 가는 문이야.”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만드는 사이, 나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세상이 달리 보이면서 내 안의 상상력이 점점 부풀어 오른다. 매일 걷던 길이 새롭게 느껴지고, 별로 신경 써서 보지 않았던 풍경들이 다가와 말을 거는 듯하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가 앉아 있던 벤치 주변을 며칠째 서성이며 조바심을 내는 나를 보고, 건너편 벤치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다가와 책을 한 권 건넨다. 그런데 책장을 펼치는 순간……!!
쓸데없는 생각은 바로 ‘상상력으로 가는 문’!
《이야기의 신》은 이야기란 것이 반드시 특별한 경험을 해야만 쓸 수 있거나 정해진 틀에 맞춰 써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한윤섭 작가 특유의 화법으로 일깨우며 ‘쓸데없는 생각’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누군가를 가만히 바라보며 떠올린 상상이나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은 엉뚱한 생각에서도 얼마든지 이야기의 씨앗을 건져 올려 가지를 뻗어 낼 수 있음을 깨우치는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거나 까맣게 잊고 있었던 상상력에 대한 감각을 조근조근 깨우며, 그 전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한윤섭 작가만의 새 이야기 장르를 펼쳐 낸다.
자, 이쯤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에 비치는 풍경을 지그시 눈에 담아 보는 건 어떨까? 그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장면이 영화처럼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질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쩌면 나만의 《이야기의 신》을 펼치고 첫 줄을 적게 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지도…….
목차
책 보는 할머니
전설의 뮤지컬 배우
사라진 운전자
움직이는 나무
아주 작은 줄기
천사를 만났다
작가의 말
책속에서
<책 보는 할머니>
나는 조심스럽게 책을 집어 들었다. 표지에는 ‘이야기의 신’이라고 적혀 있는데, 인쇄된 글이 아니라 굵은 펜으로 직접 쓴 제목이었다. 책장을 넘겨 보았다.
“이건 책이 아니라 노트네요?”
“노트라고 할 수도 있고, 책이라고 할 수도 있지.”
좀 이상한 대답이었다. 할머니는 그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먼 곳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매일 어디를 그렇게 보고 계시는 거예요?”
“세상을 보고 있지. 세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여기 앉아 있으면 이야기가 쏟아져 내리거든. 비가 오는 것처럼 말이야.”
할머니가 또 이상한 말을 했다.
“이야기가 쏟아져 내린다고요? 어떤 이야기요?”
“세상의 모든 이야기. 지금도 쏟아져 내리고 있잖아. 너도 가만히 느껴 봐.”
그 순간, 나는 할머니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알 수 없는 말들을 계속할 리가 없었다.
<전설의 뮤지컬 배우>
“그가 어른이 되고 나서, 뮤지컬 한 편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아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거야. 무대에서 노래하던 배우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거든. 자신도 그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 하지만 그건 꾸어서는 안 될 꿈이었어. [중략]
어쨌든 꿈이 생겼으니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어. 음치를 고쳐 준다는 곳을 찾아다녔지. 하지만 아무리 유명한 병원과 음치 클리닉에 가도 소용이 없었어. 처음에는 다들 자신만만했지만, 결국엔 모두 포기하고 말았지. 그런데도 꿈은 사라지지 않고 더 커져만 가는 거야. 풍선처럼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계속 부풀어 올랐어.
그렇게 꿈이 부풀어 올라 터져 버릴 것 같던 어느 날, 잠들기 전에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 거야. 노래를 멋지게 잘 부를 수만 있다면 자신의 젊음까지 내어 줄 수 있다고, 신이 있다면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주고 노래를 사고 싶다고. 그 정도로 간절했던 거지.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밤, 누군가가 저 사람을 찾아온 거야. 사실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어. 잠자고 있던 방으로 찾아온 거니까. 검은색 중절모에 멋진 양복을 입은 사람이었는데, 사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이 되지 않았어.
그 사람이 한 가지 제안을 했지. 노래를 아주 잘 부를 수 있게 해 주겠다고, 그 대신 젊음을 가져가겠다고. 저 사람은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다는 말에 그만 판단력을 잃고 그 제안을 수락했어. 그런데 그게 악마였던 거야.”
<사라진 운전자>
“근데 너, 지금 저 차에 가 보고 싶지 않니? 차 안에 혹시 뭔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할머니가 주차장에 있는 차를 보았다.
“지금 말한 것들은 그냥 이야기일 뿐이잖아요. 일부러 가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쩐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차에 가 보면 실제로 뭔가 있을 것만 같았다.
“맞아. 저기 있는 차는 현실이고, 네가 만든 건 그냥 이야기일 뿐이지.”
이야기가 그쯤에서 끝나 다행이었다. 그사이 맞은편 벤치에는 뮤지컬 할아버지가 나와 있었다. 할아버지는 전날과 같이 책을 들고 벤치에 앉아 발성하듯 목을 풀었다.
“혹시 저 할아버지, 아는 분이세요?”
“아니, 모르는 사람이야. 여기 앉아 있을 때 몇 번 본 적은 있지.”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할머니의 말대로 그건 우연일 뿐이었다.
“나는 이제 가 봐야겠다. 너한테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들었으니 오늘은 그걸로 충분해.”
할머니는 그렇게 벤치를 떠났다.
‘세상에 없던 이야기’, 나는 그 말을 생각하며 한동안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햇볕이 나무 사이사이로 내려오고 간간이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다 흰색 자동차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흰색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차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는지 먼지가 뿌옇게 쌓여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운전석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