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얼마나 윤리적인 선택인가

Chapter 1 ESG의 개념과 역사적 배경
CSR, CSV 그리고 ESG
ESG의 역사적 배경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의 변화

Chapter 2 의사결정과 행위의 윤리성
기업윤리와 윤리경영
목적론
의무론

Chapter 3 기업의 본질과 목적
주식회사의 탄생
법인이론: 존재론과 집합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기업

Chapter 4 윤리경영 실행체계
윤리경영의 유형
윤리경영 실행체계의 구성요소
윤리경영 행동강령

Chapter 5 ESG 공시 및 글로벌 규제 현황
글로벌 ESG 공시기준
국내 ESG 공시기준
주요 ESG 평가체계

Chapter 6 ESG 평가체계와 윤리경영
K-ESG 가이드라인
중소기업 ESG 표준 가이드라인
ESG 평가체계의 윤리성

Chapter 7 윤리경영 관점의 ESG 리스크 사례
엔론 회계부정 사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태
디젤 게이트: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카카오페이 주가폭락 사태
지멘스의 윤리경영 도입

Chapter 8 적극적인 윤리경영: 임팩트 비즈니스
임팩트 비즈니스
이해관계자 중심 비즈니스 모델
[사례연구] 소농인 · 소상공인을 위한 가치사슬 혁신모델

저자 서문
오늘날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주주, 고객, 종업원, 협력사 그리고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 등 모두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의사결정과 행동이 요구되는 일이다. 특히 ESG로 대변되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영역에서의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이슈이다.
필자는 ESG 이슈를 윤리경영의 관점에서 논의하고자 한다. 오늘날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정에 사용되는 ESG 평가체계에서 윤리경영 실행체계는 거버넌스의 하위 차원으로만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윤리경영 실행체계는 ESG 평가체계의 일부 요소가 아니라 기업경영의 전략적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윤리(ethics)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라는 의미를 갖는다. 기업 윤리학에서 윤리의 문제는 경영자의 의사결정과 기업구성원의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윤리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윤리경영은 기업윤리를 실천하기 위해 경영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조직구성원의 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조직 내부의 시스템이다. 따라서 ESG 평가체계는 윤리경영 실행체계의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본서는 한양대학교의 명품 강좌를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공개하는 HY-MOOC(하이무크) 플랫폼에서 선정한, 필자의 강의 ‘ESG와 윤리경영’의 내용을 기반으로 구성하였다. 필자는 이 강의 영상을 제작하면서, “ESG는 과연 기업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얼마나 윤리적인 선택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하였다. 그래서 본서는 필자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제1장에서는 ESG의 개념을 소개하고 오늘날 ESG가 산업계에서 중요한 이슈가 된 역사적 배경에 관해서 기술하였다. 국내에서는 2021년 3월 31일, 대한상공회의소 창립기념일 행사를 기점으로 ESG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지구 생태계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었고, 그러한 관심이 수십 년간 국제사회의 노력과 협력으로 지속되면서 ESG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제2장에서는 윤리학의 주요 이론인 목적론과 의무론 관점에서 기업윤리와 윤리경영의 개념을 탐색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 애덤 스미스, 제러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에 의해 발전된 목적론은 눈에 보이지 않는 행위가 아닌 눈에 보이는 결과를 토대로 윤리적 정당성을 판단하는 사상이다. 반면 임마누엘 칸트, 존 롤스에 의해서 정립된 의무론은 행위의 옳고 그름을 행위의 결과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규범을 기준으로 윤리성을 판단하는 사상이다. 윤리성 판단에 대한 두 사상이 시사하는 바는 경영 의사결정과 기업구성원의 행위에 대한 윤리성은 기업의 본질과 목적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제3장에서는 기업의 본질과 목적에 관해서 법인이론을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법인이론은 크게 집합론과 존재론으로 구분된다. 집합론은 기업을 주주 및 경영자와 같은 구성원의 집합체로 본다. 따라서 주주와 구성원을 중시하며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동일시한다. 또한 집합론 관점에서 경영자는 주주의 대리인이다. 반면 존재론은 기업과 구성원을 별개의 존재로 본다. 따라서 기업 자체를 중시하고, 기업과 주주의 이익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존재론 관점에서 경영자는 기업의 대리인이다. 이와 같이 기업의 본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경영자의 역할이 달라진다. 그동안 산업계에서 기업의 본질과 목적은 집합론의 관점에서 정의되어온 경향이 있다. 최근 들어 이해관계자 중심 기업경영 논리가 널리 수용되면서 존재론적 관점에서 기업의 본질과 목적이 재정의되고 있다.
제4장에서는 윤리경영 실행체계의 구성요소에 관해서 기술하였다. 윤리경영 실행체계는 행동강령, 전담조직, 교육에 의한 공감조성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여기서 행동강령은 경영자의 의사결정과 조직구성원의 행위를 윤리의 영역으로 끌어내기 위한 인센티브의 속성을 갖는 행동지침이라고 하겠다. 학자들의 논의에 근거했을 때, 윤리경영 행동강령은 규범 차원과 가치 차원의 행동지침으로 구분된다. 규범 차원의 행동강령은 법과 제도적 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소극적 윤리경영 실행체계로 정의할 수 있고, 가치 차원의 행동강령은 동기부여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적극적 윤리경영 실행체계로 정의할 수 있다.
제5장에서는 글로벌 ESG 공시와 규제에 관해서 기술하였다. 주요 글로벌 ESG 공시기준으로는 ISSB(국제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의 S1, S2 공시기준, 유럽연합의 ESRS(유럽 지속가능성 보고기준) 그리고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 관련 공시기준이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의 공시기준들을 고려하여 2024년에 한국회계기준원이 KSSB(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공시기준 초안을 마련하였다. 이처럼 ESG와 관련한 국내외 흐름은 법과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앞으로 자산규모가 큰 대기업이나 수출주력기업들은 이러한 공시기준에 대비해야 한다.
제6장에서는 윤리경영 실행체계 관점에서 ESG 평가체계를 분석하고 그 한계점과 개선방안에 관해서 기술하였다. ESG 평가체계의 분석자료로는 산업통산자원부와 한국생산성본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배포한 ��K-ESG 가이드라인��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배포한 ��중소기업 ESG 표준 가이드라인��을 사용하였다. 분석결과, 두 평가체계 모두 규범 차원의 진단항목과 평가지표가 가치 차원의 항목과 지표보다 2~3배 많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분석에 기초했을 때, 현행 ESG 평가체계는 소극적 윤리경영 실행체계를 토대로 설계되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ESG 평가체계가 기업경영의 리스크 관리 차원을 넘어서 사회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기업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 윤리경영 실행체계 관점에서 진단항목과 평가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제7장에서는 윤리경영 관점에서 ESG 리스크 사례를 살펴보았다. 21세기 최대 기업사기 및 부정부패 사례로 언급되는 미국 기업 엔론의 회계조작 사건과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태는 거버넌스(G) 영역의 리스크이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으로 상징되는 디젤 게이트는 환경(E)과 사회(S) 영역의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사례는 기업이 법과 제도를 위반했던 전형적인 사례이다. 반면 2022년 초에 있었던 카카오페이 주가폭락 사태는 경영자의 의사결정이 주주 및 이해관계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서 발생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ESG 리스크가 법과 제도의 차원에서만 관리되었을 때에 어떠한 한계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업이 ESG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면 주가의 하락, 법적 제재와 거액의 과태료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매운동 등으로 이어져 기업의 가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독일의 다국적 기술기업 지멘스의 경우는 그러한 위기를 적극적인 윤리경영 실행체계의 구축과 실천을 통해 극복한 사례라고 하겠다.
제8장에서는 ESG 경영의 한계를 뛰어넘어 가치창출을 추구하는 기업경영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임팩트 비즈니스에 대해서 알아보고 관련 사례를 기술하였다. 임팩트 비즈니스는 “재무적 수익과 함께 긍정적이고 측정가능한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창출하기 위한 비즈니스”라고 정의된다. 일반적인 비즈니스와 달리 임팩트 비즈니스는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가치창출활동에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이루어진다는 특성이 있다. 여기서는 임팩트 비즈니스의 속성을 고려한 이해관계자중심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두고 있는 농식품가공유통 기업의 사업성과를 중심으로 사례분석을 하였다.
오늘날 학계와 산업계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ESG를 법과 규제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면 기업의 경영자와 구성원이 비도덕적(Amoral) 경영의 영역에 머무르도록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특히 ESG 이슈는 근본적으로 인류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에게 부여되는 책임과 의무라는 점을 상기했을 때, 우리는 ESG 문제를 가치창출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ESG 경영성과와 기업의 재무적 성과 간의 영향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연구결과들은 ESG 경영성과가 재무적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긍정론과 그 반대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부정론 그리고 두 요인 간에 어떠한 통계적 상관관계도 성립되지 않는다는 무용론으로 나타난다. 이는 ESG 경영을 잘한다고 해서 기업의 재무적 성과가 좋다고 단정할 수 없음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그 이유가 ESG 경영은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의 소극적 윤리경영 실행체계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기업이 재무적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치창출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필자는 경영자와 기업조직의 구성원이 ESG 경영의 한계를 뛰어넘어 가치창출을 위한 의사결정과 행동을 추구해야 함을 주장한다.
부족함이 많은 글이지만, ESG와 윤리경영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에 공감하여 본서를 기꺼이 출판해주신 도서출판 청람의 이수영 대표님, 본서의 내용을 HY-MOOC 플랫폼의 동영상 강의로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한양대학교 교육혁신처장 류호경 교수님과 교육혁신팀 문혜임 선생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SG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본서가 발간된 뒤에 국제질서와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른 보완되어야 할 내용은 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www.youtube.com/@임팩트스토리 채널을 통해서 소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
끝으로 인류사회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협력하는 모든 분께 경의를 표하며 그분들과 함께하는 여정에 본서를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