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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잡지 > 교양/문예/인문 > 교양
· ISBN : 9791195325870
· 쪽수 : 160쪽
목차
Ap· eritif 아페리티프, 식전주
· 먹고 마시고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Amuse Bouche 아뮈즈 부슈, 한입 요리
· 최현석의 댓글창
Entre 앙트레, 전채 요리
· 셰프란 무엇인가
· 미슐랭 스타 셰프
· 대중문화 속 셰프
Poisson 푸아송, 생선 요리
· 최현석의 인생 요리
· 크레이지 레시피
Vin rouge 뱅 루주, 곁들이는 술
· 단편 <우울氏의 一日>
· 엘본 더 테이블 풍경 I
Viande 비앙드, 고기 요리
· 최현석 심층 인터뷰
· 그가 담은 일상 풍경
· 냉장고와 텃밭
· 즐거운 취미생활
Fromage 프로마주, 치즈
· 절친 오세득 인터뷰
· 주방 막내 한만재 인터뷰
· 스타 셰프 레스토랑
Dessert 데세르, 후식
· 통영 생선 구이 조옥선 인터뷰
· 엘본 더 테이블 풍경 II
리뷰
책속에서
- ‘food & life’ 中
도시락 반찬은 늘 같았다. 계란말이가 아닌 날을 꼽는 게 더 빨랐다. 질릴 법도 했지만 한식집 찬모였던 어머니에겐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손맛이 있었다. 날마다 계란, 계란, 계란이었지만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중학교 2학년 자율 학습 시간, 몰래 도시락을 까먹는데 선생님이 들이닥쳤다. “야, 너 이리 나와, 입 벌려.” 쩔쩔매며 벌린 입엔 계란말이와 밥이 한가득이었다. 순간 커다란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정신없이 뺨을 맞다가 코피를 주룩 쏟았다. 복도에 꿇어앉아 계란과 눈물과 핏물이 엉긴 밥알을 우물거렸다. 이런 제길. 그 와중에 그게 또 맛있었다. 목구멍으로 밥을 넘기며 생각했다. ‘이놈의 계란말이는 수치심을 넘어선 맛인가.’
“몇 밤 자면 아빠 와?” 어머니는 명란을 준비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었다. 똑 닮은 부자에게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입맛이었다… 명란젓이 왜 맛있는지 어릴 적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저런 건 고양이나 먹는 거지.” 그랬던 음식이 이젠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 되었다… 아버지처럼 총주방장이 된 지금, 최현석은 아버지가 썼던 긴 모자의 무게를 실감한다. 왜 그렇게 집에만 오면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하셨는지도. 그리고 거짓말처럼 아버지 입맛을 꼭 닮아 간다.
주방장은 손재주가 뛰어난 최현석을 특별히 예뻐했다. “맛을 알아야 만든다”며 각종 드레싱과 치즈를 한 숟가락씩 퍼서 먹였다. 주방장은 쓰레기통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달걀 껍데기는 겹쳐서 버려라, 도마 물기 닦아라, 물 아껴 써라, 세제 많이 쓰면 한강 물고기 다 죽는다...” 습관, 습관, 습관. 최현석은 스승 덕분에 하나부터 열까지 요리의 기본을 익혀 갔다. 스승은 뭐든 한 번 보여 주면 귀신같이 따라하는 제자를 편애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