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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99285330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5-09-25
책 소개
목차
우리와 너 … 7
울보만 오는 곳 … 26
펫 로스 증후군 … 43
외톨이클럽 … 63
창백하게 반짝이는 … 92
소금꽃 공중 정원 … 120
리뷰
책속에서
나는 빙하가 녹아 세계 곳곳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세상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에 빙하가 무엇이냐고 엄마에게 물었는데, ‘우리가 쌓아 올린 많은 것’이라는 이상한 대답을 들었다. 열세 살인 지금은 그 대답이 무슨 뜻인지 안다.
빙하는 우리가 쌓아 올린 많은 것이니까 빙하가 녹을수록 우리의 삶에서도 당연하던 것이 하나씩 사라진다. 녹아내린 빙하는 땅으로 밀려왔다.
우리는 바다에서 살 수 없다. 쌀도 바닷물로 키울 수 없다. 돼지도, 강아지도 바닷물을 마시면 죽는다. 비가 오지 않아도, 사리만 되어도 온 도시가 바닷물에 잠겼다. 우리는 바다에서 절대 살 수 없는데 바다에서 살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옛날 사람처럼 산다. 태블릿PC로 보던 교과서는 조금만 방심해도 소금물에 젖었다. 어른들은 태블릿PC를 고치는 데 드는 돈과 종이 교과서를 말려 쓰는 데 필요한 돈을 계산했다. 종이 교과서가 훨씬 쌌던 모양이다. 우리는 태블릿PC가 아니라 교과서를 보고 공부한다.
나는 신발을 벗고 상담실로 들어갔다. 소파 같은 쿠션에 몸을 기대니, 큰 모키모키가 작은 모키모키 여러 개를 내 품에 안겨 주었다.
“이 친구들은 작은 모키모키야! 껴안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질 거야.”
큰 모키모키는 바퀴로 움직여서 늘 도르륵 소리가 났다. 내가 작은 모키모키 중에서도 듬직하게 안기 좋은 애를 고르는 동안, 큰 모키모키는 몸을 움직여 상담실 문을 닫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
“내 짝꿍이 울고 싶을 때 너한테 위로를 받았다고 해서 찾아왔어.”
“그렇구나. 서민이도 울고 싶은 일이 있어?”
“나는…….”
목에서 울음이 올라왔다. 또 눈에 눈물이 고이는 기분이 들었다.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어……. 머핀이 너무 아파했는데, 엄마가 치료도, 안락사도 포기하고 그냥 죽게 두었어. 그래서 더 화나고 슬퍼.”
머핀은 엄마가 나를 임신한 해에 아빠가 공사장에서 주워 온 강아지였다. 고운 갈색 털이 머핀 색이랑 비슷해서 머핀이 되었다.
전민석이 소리 지르기 시작하자 나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야! 핸드폰 안 치워?”
“너부터 주먹 내려! 지금 찍고 있다? 바로 스트리밍 한다?”
나는 진짜 인터넷에 올릴 각오로 녹화 버튼을 눌렀다.
“둘 다 그만해.”
나를 때리려는 전민석의 팔을 연우가 잡아서 내렸다.
하나둘 등교하던 친구들이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수라장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선생님! 임연우가 또 전민석 때려요!”
“아니야! 전민석이 나를 때리려 한 거야!”
하지만 내 말을 들어주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느긋하게 교실로 들어오던 선생님은 곧바로 우리 셋을 교무실로 데려갔다. 우리는 한참 잔소리 듣고 나서 겨우 풀려났다.
“너는 왜 끼어들어서 일을 키워.”
“눈앞에서 너를 괴롭히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있어!”
연우는 더 따지지 않았다. 나는 연우와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등교 시간이라 복도에 애들이 복닥거렸지만, 연우와 나란히 걸으니 우리 둘의 발소리만 들렸다.
교실 안으로 몸을 들이미니 익숙하고도 소름 끼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