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선언
조진태 번역 및 편집 | 부크크(Bookk)
0원 | 20170915 | 9791127222017
"저자
카를 하인리히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출간연도
1848
분야
정치사상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거닐고 있다-공산당이라는 유령이, 이런 문구로 시작하는 공산당선언만큼 세계 곳곳에서 널리 읽혀지고 현대의 세계의 향방에 심각한 영향을 준 정치적 문서는 따로 없을 것이다. 이 문서는 1959년까지 86개 국의 언어로 출판되었다고 보고되고 있고, 사회주의 국가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제국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책은 4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제1장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로 제목이 붙여져 있으며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역사를 돌아보고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라는 2대 계급이 역사 속에서 등장한 과정을 살펴보고 프롤레타리아의 승리가 불가피한 것임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이 장의 모두에는 그 유명한 글귀가 적혀있다. 실로 명쾌한 문장이다. 아마도 두 사람은 이 첫 문장을 쓸 때까지 이것저것 말을 써보고 지우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귀가 너무나 명쾌하기 때문에 문제를 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의 모든 역사라면 도대체 어디까지 소급해 올라가는가. 계급투쟁이라고 할 때의 계급은 어떠한 구체적인 내용을 의미하는가. 정말 이렇게 단정할 수가 있는 것인가.
이 책이 쓰여진 것은 1847년 12월부터 다음 해의 1월에 이르지만, 1888년의 영어판에서 엥겔스는 이 곳에 주를 붙여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라는 것은 문서로 기록된 역사 전체를 의미하고 그 이전의 사회조직은 원시공동체이고, 거기서는 계급분열이 없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주석을 붙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둘은 도이치 이데올로기 이래로 역사의 연구를 정력적으로 진행해 온 것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고, 가령 고대 로마 이래의 역사는이라고 썼다면 무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박력이 없을 것이다. 정치적 문서이기 때문에 박력을 높이기 위해서 다소 과장되게 썼을 것이다.
그러면 계급이란 무엇인가. 두 사람은 이 문장 바로 뒤에 자유민과 노예, 귀족과 평민, 영주와 농노, 동업조합의 두목과 직인의 예를 들고 있다. 따라서 생산관계 속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다르고 생산수단에 대한 관계가 다르고, 따라서 사회적 노동 관계에 있어서 행하는 역할, 사회적 부의 배당을 취득하는 방법과 양이 달라지는 것이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이라는 엄밀한 내용이 고려되지 않고, 대충 억압하는 집단과 억압당하는 집단으로 생각된 것으로 보인다. 즉 두 사람이 문제로 삼고 싶었던 것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라는 근대의 양대계급인 것이고, 이야기를 그 쪽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 근대 이전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이 역사의 연구서가 아니고 정치적 문서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두 사람의 논지를 따라 가보자. 미 대륙의 발견, 아프리카의 회항은 동인도나 중국의 시장을 만들어 내고 미국이나 기타의 식민지와의 교역을 활발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공업이나 상업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고 봉건사회의 동직길드적인 공업의 경영방식은 매뉴팩처로 대체되었다. 자본가가 소유하고 있는 작업장에서 분업체제에 의해서 노동자가 수공업에 종사하는 매뉴팩처는 생산력을 높였으나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곧 수요에 응하지 못하게 된다. 그때 증기와 기계가 도입되고 근대적 대공업이 형성되고 그 통솔자로서의 근대 부르주아지가 출현했다. 세계시장을 배경으로 한 공업, 상업, 교통이 발전함에 따라 부르주아지는 자본을 증대시키고, 근대의 대의제(代議制) 국가에서 독점적인 정치적 지배력을 쟁취한 것이다.
지배권을 장악한 부르주아지는 봉건적, 가부장적, 목가적인 제 관계를 모두 파괴하고 적나라한 금전관계로 대체시켜버렸다. 그리하여 부르주아지는 생산용구를, 생산 제 관계를, 사회적 제 관계 전체를 끊임없이 변혁해 간다. 생산과 소비를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고, 교통도 세계적으로 하고 농촌을 도시의 지배를 받게 하고서, 자유경쟁에 적합한 사회제도, 정치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부르주아지의 지배와, 그것의 기초를 이루는 소유 제 관계는 곧 두 가지 점에서 위협을 받게된다. 그 하나는 주기적으로 닥치는 공황이다.
그것은 거대해진 생산력이 생산수단의 사유를 축으로 하는 부르주아적 소유관계와 맞지 않게 되고, 이 소유관계가 생산력의 장애가 되고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발전이다. 생산수단을 갖지 않는 임금노동자는 자기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파는 것밖에는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기계의 도입에 의해서 노동이 단순화되기 때문에 노임도 생활할 수 있는 최저의 선까지 하강한다. 그리고도 노동시간의 연장, 기계의 운전속도의 상승에 의해서 노동의 양이 증대된다. 또한 여성노동의 동원에 의해서 노임은 더욱 저하된다. 그러자 노동자의 투쟁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노동자는 직접 착취하고있는 부르주아 고용주에게 산발적으로 요구를 제기하고, 또 기계를 부수기도 한다. 그러나 곧 다수의 노동자가 공장지대에 모이고, 또한 같은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에, 단결해서 싸우려고 하게 된다. 싸움은 패배하는 일이 많지만 그래도 자기들의 힘이 자각되고 단결이 커져간다. 이리하여 프롤레타리아 운동은 다수자의 이익을 위한 다수자의 자주적인 운동이 된다. 프롤레타리아트는 공공연하게 혁명을 일으키고 부르주아지를 폭력적으로 타도하여 지배권을 장악하게 된다. 부르주아지는 스스로 묘를 파게 되는 것이다.
제2장 프롤레타리아와 공산주의자에서는 공산주의자의 목적과 과제를 밝히면서 공산주의자에게 덮어씌운 비난의 잘못을 지적한다. 이 장은 그냥 넘어가는 경향이 있으나 정확하게 읽으면 사회주의 국가들이 당면했던 문제들을 다루는 귀중한 시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공산주의자는 프롤레타리아트 전체의 공통의 이익을 강조하고 주장한다. 실천적으로는 가장 단호하고, 끊임없이 추진하는 자세를 취하고, 이론적으로는 프롤레타리아 운동의 조건, 진로, 일반적 결과를 이해하고 있다. 공산주의자의 당면 목적은 프롤레타리아트를 계급으로 형성하는 것과, 부르주아지의 지배를 타도하는 것, 프롤레타리아트의 손에 정치적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부르주아적 생산관계와 소유관계를 폐지하여 생산수단을 사회화하고 개체적 소유를 실현하고 계급차별을 소멸시키기 위해서이다.
이 진정한 목적이 달성되면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으로서의 지배는 폐지되고 각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하나의 결합사회의 형성이라는 궁극의 목적이 실현되는 것이다. 이 당면의 목적, 진정의 목적, 궁극의 목적이라는 세가지 목적의 연결을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가령 당면의 목적이 절대화되고 진정한 목적이 잊혀지면 독재적인 공산당의 지배라는 두려운 사태가 생기게 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부르주아적 소유를 폐지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사적 소유의 폐지란 것은 부르주아적인 사적 소유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부르주아적인 사적 소유라는 것은 임노동을 착취하는 소유, 원래 사회적인 힘인 자본을 개인이 갖는 소유, 다수자가 무소유의 상태로 몰려지는 소유, 노동이 자본이나 화폐나 지대와 같은 독점가능한 것으로 전환하는 소유인 것이다.
따라서 그 폐지는 노동이 노동자를 위한 소유를 만들어내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고, 개인들의 개체적 소유가 부르주아적 소유로 전화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흔히 오해되고 있는 것처럼, 생산수단의 사회화, 사적 소유의 폐지는 개인들의 개체적 소유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진정한 개체적 소유를 표현하는 것이다. 똑같이 자유, 교양, 법, 가족, 교육 등도 부르주아적인 특수한 방식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으로 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렇게 설명하고 프롤레타리아트가 정치적 지배권을 장악했을 때의 구체적인 방책들을 제시한다. 여기서 두가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프롤레타리아트를 지배계급의 지위로 높이는 것을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 프롤레타리아트는 사회의 다수자이기에 그 지배는 당연히 민주주의가 된다는 것, 두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는 부르주아적 생산양식을 변혁하는 방책들은 "나라에 따라 다를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점인데, 각기의 나라들의 구체적인 조건들에 따라 혁명의 진행방식이 다르다고 두 사람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앞선 나라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방책으로서 제시되는 주요한 항목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1. 토지의 국유화, 2. 강도 높은 누진 소득세, 3. 상속권의 폐지, 4. 망명자와 반역자의 재산 몰수, 5. 국가자본에 의한 국립은행의 설립, 6. 전체 운수기관의 국유화, 7. 국유공정의 확대, 8. 만인평등의 노동의무, 농경산업군의 설치, 9. 농업경영과 공업경영의 통합, 농촌과 도시와의 대립의 제거, 10. 공공의 무료교육, 아동의 공장노동 폐지, 교육과 물질적 생산과의 결합.
이리하여 결합사회를 만든 제 개인의 손에 전 산업이 집중되었을 때에 계급으로서의 프롤레타리아트의 지배도 폐지되고 궁극의 목적이 실현되는 것이다.
제3장 사회주의적, 및 공산주의적 문헌에서는 이제까지 나타난 이들 문헌을 1. 반동적 사회주의, 2. 보수적 사회주의 혹은 부르주아 사회주의, 3. 비판적 유토피아적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로 분류하고 그것들의 한계를 밝히면서 비판하고 있다. 내용의 검토가 필요한 것은 3항이다. 생시몽, 푸리에, 오웬, 등의 체계는 "본래의 사회주의적 및 공산주의적 체계"라는 평가가 주어지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생각해낸 사회조직이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대표하고 있고 계급대립의 소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시대에는 아직 계급투쟁의 형태가 발달하지 않았고, 그들 자신이 노동자계급과 생활을 같이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개혁을 전체사회에, 아니 지배계급에 호소하고, 프롤레타리아트 자신의 정치적 혁명적 행동을 비난하고 소규모의 실험에 의해서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했다. 여기에 그들의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제4장 여러 야당에 대한 공산주의자의 입장은 기본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자 계급의 목적과 이익에 일치한다면, 공산주의자는 다른 야당과 공동전선을 취하지만, 항상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노동자에게 명확한 계급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예컨대 독일의 경우, 부르주아 혁명을 직접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서막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선언"은 끝으로 결연하게 다음과 같이 맺고 있다. 지배계급이 되는 공산주의 혁명 앞에서 전율하게 만들어라. 프롤레타리아는 이 혁명에 의해서 쇠사슬 이외에는 잃는 것이 없다. 그들이 획득하는 것은 전세계이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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