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y of Sex and Desire 성과 욕망의 철학
홍경실 | 마르고 닳도록
15,500원 | 20250430 | 9791198789433
PROLOGUE |
우리는 정말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What do you truly desire?)
철학박사로서 대학 강단에서 철학을 가르쳐 온 지 어느덧 30여 년, 많은 학생들이 내게 던진 질문 가운데 지금도 가장 생생하게 기억나는 질문이 있다.
“교수님, 우리가 진정 원하는 건 도대체 뭘까요?”
이 질문이 그토록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하지만 인간(人間)의 존재와 삶의 본질(本質)을 깊숙이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생을 무언가를 욕망(欲望, Desire)하며 살아간다. 좋은 직장, 높은 사회적 지위, 따뜻한 사랑, 편안한 삶—그리고 오늘날 무엇보다 자유로운 성(性)과 욕망의 충족까지, 인간은 끝없이 무언가를 원한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이 원하고 있는 것이
정말 당신 자신이 원하고 있는 것인가?”
현대는 성적으로 가장 자유로운 시대라고 불린다. 우리는 데이팅 앱(Dating App)을 통해 하루에도 수십 명과 대화하고, Open Relationship이나 Polyamory처럼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관계들이 유행한다. AI와 VR 기술은 인간의 성적 욕망을 가상 세계에서 해소할 수 있는 기회마저 열어주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정말로 자유롭고 만족하고 있는가?
우리는 가장 개방된 시대를 살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Are we truly free, or simply lost?"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운가, 아니면 길을 잃었는가?)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그송(Henri Bergson ; 1859~1941)은 인간의 삶을 '직관(直觀, intuition)'을 통해 바라보았다. 그는 인간의 욕망을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창조적 생명력(Élan Vital, 生의 躍動)으로 규정했다. 욕망은 억압하거나 부정할 대상이 아니라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근본적인 에너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욕망을 억압하거나 반대로 맹목적으로 소비하도록 강요할 뿐,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성(性)을 단지 상품화하거나 쾌락(快樂)의 도구로 축소시키고, 우리는 끝없는 쾌락의 소비자(消費者)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자극을 원하지만, 그럴수록 공허(空虛)와 불안(不安)은 깊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철학자 푸코(Michel Foucault ; 1926~1984)의 말은 우리를 더 강하게 흔든다.
"성은 단지 쾌락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문제다."
(Sex is not just about pleasure. It's about power)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는 욕망만이 '정상'이며,
그렇지 않은 욕망은 '비정상(非正常)'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성적 자유란 무엇인가?"
정말 자유롭게 욕망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가 허락한 범위 안에서만 허용되는 선택인가? SNS와 가상현실(假想現實)의 시대, 우리는 실제 관계보다 더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가상 관계에 빠져든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묻자.
"Virtual intimacy는 Real intimacy를 대체할 수 있는가?"
(가상적 친밀성은 현실적 친밀성을 대체할 수 있는가?)
우리 시대는 겉으로는 모든 것을 허락하면서도, 진정한 친밀함과 연결(連結)을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 "우리는 정말 사랑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사랑을 소비하고 있는가?"
나는 이 책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성(性)과 욕망을 철학적으로 깊이 있게 탐구하고자 한다. 어렵고 고루한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 사례들, 즉 Netflix와 Webtoon 속 이야기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SNS 속 사례들과 언어들을 한글과 영어, 한자를 자유롭게 섞어 현대적이고 감각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이를 통해 여러분은 철학적 사유가 어렵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단지 성과 욕망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욕망을 탐구한다는 것은 곧 인간 자신을 탐구하는 것이며, 인간 존재의 본질적 의미를 묻는 철학적 탐구다.
성(性)과 욕망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을 통해, 여러분이 진정 원하는 삶, 진정한 자아(自我)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다음과 같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여러분에게 던져본다.
"What do you truly desire?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함께 욕망의 세계를 향한 흥미로운 지적(知的) 여행을 떠나 보자. 아마도 이 여정이 끝났을 때, 여러분은 이전과는 다른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 성과 욕망의 본질을 함께 탐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