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1
박지원 지음(탁양현 옮김) | 퍼플
10,800원 | 20150806 | 9788924031447
2장. 6월 24일, 신미일의 여정
1. 1780년 6월 24일에
6월 24일, 신미일.[六月二十四日, 辛未.]
아침부터 보슬비가, 온종일 뿌리다가 말다가 한다.[朝小雨, 終日乍灑乍止.]
오후에 압록강을 건너, 30리를 걸어, ‘구련성’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午後渡鴨綠江, 行三十里, 露宿九連城.]
밤에는 소나기가 세차게 퍼붓더니 이내 갰다.[夜大雨卽止.]
앞서 ‘용만’의 ‘의주관’에서 묵은 지, 열흘 동안에, 선물용 특산물이 모두 도착했고, 떠날 날짜가 매우 촉박하였는데, 장마가 져서, 양쪽 강물이 몹시 불어버렸다.[初留龍灣義州?, 十日, 方物盡到, 行期甚促, 而一雨成霖, 兩江通漲.]
그동안 쾌청한 지도, 벌써 나흘이나 되었는데, 물살은 더욱 거세어져서, 나무와 돌이 함께 굴러 내리며, 탁류가 하늘과 맞닿았다.[中間快晴, 亦已四日, 而水勢益盛, 木石俱轉, 濁浪連空.]
2. ‘압록강’의 발원에 관하여
이렇게 물살이 거센 것은 대체로 압록강이 먼 곳에서 발원하는 까닭이다.[盖鴨綠江, 發源最遠故耳.]
당나라의 역사서를 참고한다면, 고려의 ‘마자수’는, ‘말갈’의 ‘백산’으로부터 발원하는데, 그 물빛이 마치 오리머리처럼 푸르러서, ‘압록강’이라 불렀다고 하였다.[按唐書, 高麗馬?水, 出靺鞨之白山, 色若鴨頭, 故號鴨綠江]
여기서 ‘백산’은, 곧 ‘장백산’을 말하는데, ‘산해경’에서는 이를 ‘불함산’이라 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이라고 일컫는다.[所謂白山者, 卽長白山也, 山海經稱不咸山, 我國稱白頭山.]
백두산은 모든 강이 발원되는 곳인데, 그 서남쪽으로 흐르는 것이 곧 압록강이다.[白頭山爲諸江發源之祖, 西南流者爲鴨綠江.]
또 ‘황여고’에서는, 천하에 큰 물 셋이 있으니, ‘황하’와 ‘장강’과 ‘압록강’이라고 하였다.[皇輿考云, 天下有三大水, 黃河長江鴨綠江也.]
‘진정’이 지은 ‘양산묵담’에서는, ‘회수’ 이북은 ‘북조’라고 일컬으니, 모든 물이 ‘황하’로 모여들므로, 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없는데, 다만 북으로 고려에 있는 것만을 ‘압록강’이라 부른다고 하였다.[兩山墨談 陳霆著云, 自淮以北爲北條, 凡水皆宗大河, 未有以江名者, 而北之在高麗曰鴨綠江.]
대저 이 강은, 천하의 큰물로서, 그 발원하는 곳이, 시방 한창 가뭄이 들었는지 아니면 장마가 졌는지, 천 리 밖에서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이 강물이 이렇듯 넘쳐흐르는 것을 보니, 저 백두산의 장마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고 하겠다.[盖是江也, 天下之大水也, 其發源之地, 方旱方?, 難度於千里之外也, 以今漲勢觀之, 白山長霖, 可以推知.]
하물며 이곳은 예사 나루가 아니므로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此非尋常津涉之地乎.]
3. 장마철의 ‘압록강’
그렇게 한창 장마철인지라, 나룻가에 배 대는 곳은 찾을 수도 없으며, 강 중류의 모래톱마저도 흔적이 없어서, 사공이 조금만 실수를 한다면,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정도이다.[今當盛?, 汀步艤泊皆失故處, 中流礁沙亦所難審, 操舟者少失其勢, 則有非人力所可廻旋.]
그리하여 일행 중 통역원들은 다투어 옛 일을 끌어대며, 날짜 늦추기를 강력히 요청하고, 의주 부윤 ‘이재학’ 역시 하급 관리인 ‘비장’을 보내어서, 며칠만 더 묵도록 만류했으나, 사신의 우두머리인 ‘정사’는 기어이 이날 강을 건너기로 결정하여서, 임금에게 보낼 보고서인 ‘장계’에는 이미 날짜를 써 넣었다.[一行譯員迭援故事, 固請退期, 灣尹李在學亦送親裨, 爲挽數日, 而正使堅以是日爲渡江之期, 狀啓已書塡日時矣.]
4. ‘노참봉’과 ‘정진사’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보니, 짙은 구름이 꽉 덮였고, 비가 내리려는 조짐이 온 산에 가득했다.[朝起開?, 濃雲密布, 雨意彌山.]
청소가 끝나자, 행장을 정돈하고서, 집에 부치는 편지와 모든 곳의 답장을 손수 봉하여 파발 편에 부치고 나서, 아침 죽을 조금 마시고, 천천히 관아에 이르렀다.[?櫛已罷, 整頓行李, 手封家書及諸處答札出付撥便, 於是略?早粥, 徐往?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