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아픈 학교, 공동체로 회복하기
김성천, 공후재, 서용선, 이슬아, 이윤경 | 살림터
15,300원 | 20241026 | 9791159302916
모든 교육 주체가 아프고 병든 사회,
실상과 원인의 진단 그리고 회복을 위하여
학교와 교육현장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객체화하고 소외되며 응집력을 상실한 교육 주체들 사이에는 서로 메우기 힘든 골이 깊을 대로 깊어져 있고, 뜻있는 분들과 단체의 노력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좀처럼 체감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서로의 아픔은 치유되기는커녕 불치병이 우려될 정도의 중증 질환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많은 현상이 여전히 독소를 뿜어내며 교육현장의 혈관을 오염시키고 신경계를 마비시키고 있다. 응보적 패러다임에 입각한 각종 법률 강화와 법화(法化) 현상의 심화, 공적 서비스 강화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금쪽 같은 내 새끼 중후군’, 취약한 교권 보호 시스템, 학교 내부의 민원과 갈등을 처리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과 리더십의 부재, 코로나19 이후 정서·행동·학습 차원의 위기 학생 증가….
이쯤만 해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너무도 오랫동안 바뀌지 않고 방치된 교원 정책, 소통과 상호작용과 협력이 사라진 소위 ‘독박주의’의 교직 문화, 전문성도 현장성도 없는 사람들이 줄기차게 쏟아 내는 법률과 조례, 교육부와 교육청이 만들어내는 면피성 각종 지침과 매뉴얼, 온갖 서류와 절차를 요구하면서 현장을 지원하지 못하는 경직된 관료 행정의 심화, 학부모와 소통 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일부 교원, 세대 특성을 반영한 젊은 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 양상,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박탈과 탈정치화 현상 등 돌아봐야 할 주제들 등은 나열하기만 해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모든 것은 학교공동체 붕괴로 귀결되었다.
실천 사례들을 통해 함께 찾아가는
신뢰와 소통의 ‘열린 교육공동체’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경험과 실천 배경이 다양한 저자들-교원, 학부모, 연구자, 국회 관계자 등이 ‘아픈 학교’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모였다. 이들은 지혜를 동형화(同形化)와 이형화(異形化)의 균형을 도모하는 가운데 다양한 시선을 담아내게 되었다. 각자 위치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학교공동체 회복이라는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수렴했다. 그 공동체는 동일한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이견 없는 공동체’가 아니라 관점 차이가 주체 간에 분명하지만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차이 공동체’며, ‘열린 공동체’다.
필자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교사와 관리자, 교사와 교사, 학부모와 학부모, 교사와 학부모의 연대와 협력으로 노출된 문제를 의미 있게 풀어간 실천 사례들을 제시한다. 미국의 위기대응 시스템도 소개하며 우리 상황을 조금 더 객관화하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학교자치와 공동체, 대화와 소통, 상식이라는 기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바탕에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있으며, 선생님들이 고생하고 있고 학부모가 이들을 지원한다는 여전한 신뢰가 있다. 필자들은 법률과 민원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거버넌스와 참여, 소통과 회복적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실천 사례에 주목한다.
한편, 이 책에 실린 글에는 여러 이론과 선행연구, 면담, 통계 자료, 국내외 사례, 내러티브 등이 총동원됐다. 1부에서는 현실을 진단하고, 2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분석했으며, 3부에서는 실천 사례와 가능성 및 대안을 제시했다. 누군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넘어, 각자 처소에서 할 일을 찾아 먼저 실천해 보자는 확고한 입장과 의지를 담았다. 분명 어려운 길이지만 누군가는 그 길을 걸어야 하는 것으로, 그 가능성을 ‘당위’가 아닌 ‘실천 사례’로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