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속의 만남, 초현실 가상 토크쇼 (클레오파트라vs양귀비 / 유관순vs이완용 단군vs대통령 / 박정희vs김재규)
고승우 | 퍼플
19,000원 | 20251001 | 9788924174281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서로 다른 시대와 세계에 살았던 인물·사상·존재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눈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세기의 미인, 정치가, 종교와 이념, 영웅과 반역자, 필요에 따라 개념과 상징들까지 의인화 시켜 현실 사회에서 불가능한 토크쇼를 펼친다. 그 결과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넘어, 현재와 미래를 위한 통찰을 제공한다.
1부 사상·철학·종교·인간 본성에서는 인간 본성이 마음인가, 물질인가라는 고대적 질문에서 출발해, 21세기 인공지능과 보수·진보 논쟁까지 이어진다.
창조론과 진화론, 기독교와 불교의 대화, 그리고 “인생은 연극무대인가”라는 성찰은 시대를 뛰어넘어 사유의 무대를 확장시킨다.
클레오파트라와 양귀비의 만남, 지상낙원과 인공지능의 대담은 역사와 상상력이 교차하는 흥미로운 지적 유희를 선사한다.
2부 정치·역사·사회·국제관계에서는 박정희와 김재규의 대담, 히틀러와 네타냐후의 격돌, 트럼프와 알 카포네의 불편한 만남이 펼쳐진다.
또한 유관순과 이완용, 일본 총독과 주한미군사령관 같은 상상조차 어려운 대면은 한국 현대사와 국제정치의 심연을 드러낸다.
촛불과 태극기, 여당과 야당 같은 상징적 존재들이 직접 등장해 논쟁을 벌이는 장면은, 우리 사회의 균열과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제3부에서는 단군과 대통령의 역사적 대화, 당대표와 장관의 권력 논쟁, 대통령과 부인의 은밀한 대화를 통해 은 한국 정치사의 이면을 탐구한다.
정치인 구속문제, 촛불과 태극기의 논쟁, 법치주의의 원칙과 한계, 그리고 여당과 야당의 공방은 제도와 현실, 이상과 갈등을 한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이 책은 사람과 사람의 대화를 넘어 개념과 개념의 충돌, 시대와 시대의 공명을 그려낸다. 독자는 마치 역사 속 회의실에 초대된 듯, 불가능한 만남이 던지는 질문 속에서 오늘의 현실과 내일의 가능성을 성찰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활용이다. 국내외 5개의 인공지능을 텍스트 다양한 주제를 극적인 내용으로 가공했다.
방대한 양의 역사적 기록, 논문, 서신 등을 분석하여 각 인물의 사고방식, 말투, 가치관을 통해 토크쇼 주인공들의 개성과 지향성 등을 파악했다.
인공지능이 재구성한 존재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그들의 지혜를 빌려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끝으로 희곡 형식으로 작품을 쓴 이유를 설명코자 한다. 희곡은 행동을 곁들인 대사 중심의 구성으로, 논리를 심층적으로 전개하는데 매우 적절한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SNS가 200자 내외의 짧은 메시지로 소통을 하는 경향이 일반적인데 이런 형식이 폭넓고 깊은 의사전달에는 미흡한 단점이 있다. 복잡한 세상사를 몇 문장으로 담는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단어 하나로 타인과 현상을 극단으로 매도, 묵살하는 풍조가 큰 문제다. 공자가 이르기를 군자는 말을 어눌하게 하라했는데 이는 일단 뱉어버린 말은 주어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튜브 등에서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추론이 아닌 음모론을 양산하는 비정상이 횡행하고 있다. 인류역사상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정보생산자가 될 수 있는 문명의 혜택은 유사 이래 최초인바, 정보사회의 역기능에 편승해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독버섯 역할을 자행하는 반사회적 행위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챙긴다는 확증편향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는 자기를 세우기 위해 남을 끌어내는 식의 폭력적 행태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사회가 상대를 존중하고 미래를 같이 개척할 동반자로 여기는 방향으로 변하려면 심도 깊은 소통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로 과학적으로 접근, 사고하는 것을 일상화하면서 이 책의 희곡 형식으로 토론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