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자 쇼스타코비치를 만나다
하창식 | 부산대학교출판문화원
20,900원 | 20250627 | 9788973168385
이 책은 공학자이자 수필가인 필자가, 융합적 시선으로 예술 혹은 예술가를 다룬, 세 번째 에세이집이다. 고전 음악가 중에서 특히 독일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루드비히 판 베토벤(1770~1827년)과 역시 독일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년), 그리고 이 책에서 살펴 보는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1906~1975년), 세 작곡가는 그들이 겪었던 삶 자체의 고난을 넘어 인류에게 위대한 음악과 정신을 선사하였다. 베토벤은 난청이라는, 음악가에겐 치명적인 육체적 고통을 겪었고, 말러는 자신의 태생 배경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런가 하면 쇼스타코비치는 전체주의적 공산 정권 구소련의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스탈린(1878~1953년) 체재 아래, 매일 매일을 삶과 죽음의 언저리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이 세 작곡가들에게는 자신들의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음악으로 이겨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책에서 다룰 쇼스타코비치는 1906년에 태어나 1975년에 서거한 러시아의 천재 작곡가이다.
물론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마다 같지 않을 것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의 공산주의 체재하에서 가혹한 비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 음악가들에게도 비판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러시아 출신 미국 작곡가이자 발레음악 〈불새〉의 작곡가인, 이고르 표도로비치 스트라빈스키(1882~1971년)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가리켜 구제불능으로 편협했다고 무시했으며, 프랑스의 작곡자이자 음악이론가인 피에르 불레즈(1925~2016년)는 쇼스타코비치를, 올리브유를 짜고난 찌꺼기에 비유하면서 구스타프 말러를 세 번 압착한 아류라고 혹평하기도 했다.2)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쇼스타코비치에 대해 알게 되면서 필자의 가슴에 와닿은 느낌은, 그가 ‘20세기에 부활한 베토벤’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그의 삶과 음악 세계는 육체적 고난을 딛고 환희의 음악을 인류에게 선사한 베토벤과 닮아있다.
필자가 쓴, 『공학자, 베토벤에 빠지다』(도서출판 문창별, 2024년)와 『공학자, 예술의 융합을 이야기하다』(도서출판 문창별, 2025년)에서도 이미 언급하였듯이, 필자는 융합적 시선으로 책을 읽고,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아가 융합적 시각으로 영화를 보고,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 게다가 공학자가 본업인 탓에, 일반 문학 비평가나 음악 칼럼니스트, 도슨트(Docent) 또는 영화 비평가들과 달리, 공학자 특유의 분석적 눈으로 예술을 접한다.
그러니 독자들은 이 책 또한, 쇼스타코비치의 삶과 음악 세계를 다룬 책들의 내용을 포함하지만,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쇼스타코비치를 다루고 있음을 눈치챌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음악 전문서로서는 뭔가 부족한 듯하지만, 그냥 읽기에 편한 에세이 같은 책이다.
이 책에 가볍게 적힌 쇼스타코비치의 삶과 음악에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이 필자가 쇼스타코비치를 ‘20세기에 부활한 베토벤’이라고 부르고 싶은 까닭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