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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가
· ISBN : 9791192836010
· 쪽수 : 854쪽
· 출판일 : 2023-03-06
책 소개
목차
2006년 개정판 서문
1.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
2. 젊은 작곡가, 자리를 잡다
3. 비판과 응답
4. 전쟁 시절: 소강기
5. 스탈린주의의 마지막 시기
6. 해빙기
7. 새로운 삶
8. 마지막 날들
감사의 말
부록: 첼로 협주곡 1번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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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당시에 이미 젊은 세대 작곡가들 가운데 공인된 선두주자는 쇼스타코비치였다. 청각 화성학 시험을 봤을 때가 생각난다. 우리는 글라주노프의 연구실 문가에 모여 있었고 쇼스타코비치가 시험을 치러 들어갔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먼 조성으로 조바꿈되는 대목을 차분한 모데라토 템포로 연주하는 과제 정도를 감당할 수 있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차례가 되었다. 그가 무엇을 연주해야 할지 설명을 듣는 동안 잠시 조용하더니, 닫힌 문 너머의 침묵을 깨고 갑자기 화성들이 프레스티시모의 속도로 폭포수처럼 이어졌다. 엄청난 속도에 우리는 믿기지 않는 듯 경탄했다. 쇼스타코비치는 이어 연구실에서 빠른 걸음으로 나와 신나게 한바탕 쏟아내기 시작했다. 조신한 분위기에서 시험을 치르고 나온 그는 긴장을 풀고 대단한 재치와 활발한 정신을 드러냈다. 우리는 그가 온갖 종류의 장난과 농담, 즉흥적인 패러디를 정신없이 풍성하게 쏟아내는 것을 보았다. _ ‘1.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 중에서
교향곡은 명백한 성공작이었다. 기대했던 대로 소년 작곡가의 등장은 청중을 열광시켰고, 그 여세를 몰아 피아노 리사이틀이 마련되었다.
그래서 미챠(쇼스타코비치의 애칭)는 연습을 해야 했다.
친절한 후원자가 배려하여 그가 한 클럽에 있는 멋진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습하도록 했다. 그는 여기서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연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쇼스타코비치는 실제로는 연습을 아주 조금만 했다. 오히려 클럽에서 당구대를 발견하고는 그 ‘악기’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전에 한 번도 당구를 쳐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실력이 형편없었다. 한참을 이리저리 해본 뒤에 마침내 나는 공 두 개를 구멍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미챠는 하나를 넣었다. 내가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고 돌아왔을 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가 있는 동안 내가 쳐서 공 하나를 넣었어요.”
“잘했네.” 그러고는 우리는 게임을 계속했다. _ ‘2. 젊은 작곡가, 자리를 잡다’ 중에서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 운명의 장난으로 쇼스타코비치와 나는 그라노프스키 거리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우리는 공무원 라비노비치가 ‘인민을 위해’ 마련한 매머드급 음악회 이야기를 나누었다. 쇼스타코비치는 그날 불안한 마음에 홀 바깥의 ‘푸른색’ 로비를 왔다 갔다 했다고 한다. (…) ‘프란쵸스카’가 끝나고 박수가 나오기 시작할 때, 세상에서 가장 상냥하고 친절한 남자, 러시아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읽은 아무개 작가가 로비로 달려 나왔다. 그는 감사의 눈물을 글썽이며 쇼스타코비치의 목을 껴안고 소리쳤다고 한다. “미챠, 나는 자네가 선율이 아름다운 음악을 쓸 수 있을 줄 알았어!” 쇼스타코비치는 그가 이렇게 우정과 한결같은 마음을 내보인 데 감동하여 “차마 차이콥스키의 음악이라고는 말하지 못했어요” 하고 내게 웃으며 털어놓았다. _‘3. 비판과 응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