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속 시간 여행
국향 전희돈 | 부크크(bookk)
11,300원 | 20250805 | 9791112036117
시집 『별빛 속 시간 여행』 작품 소개
이 시집은 흙의 자리에서 말을 캐는 시인의 고뇌로부터 시작해, 밤하늘의 별들을 따라 시공간을 유영하고, 그 여행의 끝에서 다시 자신의 목소리와 마주하는 한 편의 대서사 시와 같습니다.
제1부: 흙과 말의 자리 -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시어
1부는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시인의 소박한 일상과 창작의 고뇌를 노래합니다.
**「옥수수를 삶아, 하늘을 본다」**에서는 툇마루에 앉아 옥수수를 베어 무는 평범한 순간에서 세상 시름을 잊는 충만함을 발견합니다. "대단하지 않아도 충분한 날들"이라는 구절처럼, 소박한 풍경이 주는 위로를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반면 **「씹히자, 불타자」**와 **「칼날 위에 눕다」**에서는 "심장을 태워, 눈을 찔러라", "피 흘리며 쓴다"와 같은 격렬한 언어를 통해 독자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고자 하는 시인의 치열한 창작 정신을 보여줍니다. 일상과 창작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는 시인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제2부: 별빛 속 시간 여행 - 우주적 상상력의 향연
2부에 이르러 시인의 시선은 땅에서 하늘로, 그리고 우주로 향합니다. 이곳에서 '시간'과 '공간'은 물리적 제약을 넘어 자유롭게 유영합니다.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별빛 속 시간 여행」**은 "내 집 안방"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이 별빛을 통해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우주적 공간으로 변모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노래합니다.
「북극성, 나의 길잡이」, 「시리우스와 약속」, 「베가의 꿈」 등 여러 별들에 얽힌 시편들은 각 별의 특성을 인간의 감정(고요, 약속, 꿈, 용기, 고독 등)과 연결하며, 독자를 광활한 상상력의 세계로 이끕니다. 이는 단순한 천문학적 관심을 넘어, 별과의 교감을 통해 삶의 지혜와 방향을 찾으려는 시인의 철학적 사유를 보여줍니다.
제3부: 돌아온 자의 시선 - 여행 끝에 마주한 현실
우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시인은 익숙했던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래, 별들 여행 갔다」**에서는 "수만 광 년을 건너온 마음은 / 이제 더 이상 같은 풍경을 / 같은 눈으로 보지 못한다"고 고백합니다. 여행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겪은 시인의 낯설면서도 깊어진 시선이 느껴집니다.
특히 **「정치인 우주망명선」**과 같은 시에서는 현실, 특히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냅니다. 우주적 시선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꼬집는 위트와 비판 정신이 돋보입니다.
제4부: 늙어가는 별의 노래 - 존재와 소멸에 대한 성찰
4부에서는 '늙어가는 별'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생명과 문명, 그리고 소멸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늙어가는 별 (a)」**에서는 빛을 잃고 붉어지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별의 모습에 인간의 삶을 투영하여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소멸의 과정을 그립니다.
「늙어가는 별 (c) - 나무는 시를 쓰고 물고기는 철학했다」, 「늙어가는 별 (i) - 공룡 시대, 그냥 그렇게 살았다」 등의 연작시들은 기술과 경쟁이 없는 태초의 세계를 그리며, 현대 문명이 잃어버린 '존재 그대로의 가치'와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합니다.
제5부: 홀로 남은 목소리 - 시와 시인의 운명
마지막 5부에서 시인은 다시 시의 본질, 그리고 독자와 멀어진 현대 시의 현실에 대한 고독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게 시냐」,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싶어」**에서는 독자에게 가 닿지 못하는 난해한 시들에 대한 자조와 비판을 담아내며, 진정성 있는 소통을 갈망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모두가 떠난 낭독회, 그리고 미련」**은 텅 빈 객석에 홀로 남아 시를 읽는 시인의 모습을 통해, 그 모든 외로움과 절망에도 불구하고 시를 놓지 못하는 '미련'이야말로 시를 계속 쓰게 하는 원동력임을 고백합니다.
시집의 대미를 장식하는 **「그리운 엄마」**는 가장 근원적인 그리움의 대상을 노래하며, 모든 시적 여정의 뿌리가 결국 '사랑'과 '그리움'에 있음을 보여주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