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 (신종석 장편소설)
신종석 | 도화
12,600원 | 20181123 | 9791186644690
진정한 화和의 길, 一心을 찾아가는 이야기
이 소설은
소설 『원효』로 독자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긴 신종석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팔만대장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도쿄, 지바, 요코하마의 진도 9.7 대지진 현장에서 시작되는 소설 『일심一心』은 21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하지만, 100년 전 일본과 조선 그리고 고려까지 시대배경을 넓히면서 고려대장경판(팔만대장경)의 근원을 좇는 이야기이다. 일본의 현재와 과거는 물론 신라, 고려, 조선을 입체적으로 엮어낸 소설의 구성은 원효, 의상, 의천과 같은 인물들을 과거가 아닌 현재로 생생하게 불러온다. 특히 사건의 중심을 이루는 무불 탁정식, 요코야마 야스타케, 히라노 대통 대승정의 입체적이고 현장감 있는 면면은, 100년의 시공간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현실감이 있다. 소설은 이런 인물들을 바탕으로 일본이 오백 년 동안 끊임없이 고려대장경판을 탐낸 이유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스스로를 그 속에 운명적으로 합일시키는 인물들의 사연을 다각도로 조망한다.
소설 『일심一心』은 유례없이 참혹한 대지진을 겪는 일본을 구원하는 방법으로 팔만대장경을 등장시키는 흥미로우면서도 탄탄한 이야기와, 이를 뒷받침하는 등장인물의 다채로운 성격의 조화를 통해 세계적인 유산인 팔만대장경의 위대성을 실증적으로 자각하게 하면서도, 그것이 만들어지는 일심一心의 과정을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또한 역사와 종교에 대한 깊은 자각으로 조탁된 소설 문장은 간토 조선인 대학살, 메이지 유신, 일본의 조선 문화재 찬탈, 고려대장경판, 가야산 해인사, 흥왕사와 의상, 원효의 일체유심조 등과 같은 이야기를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있다.
팔만대장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한마음이 만들어낸 일심一心은, 무불 탁정식과 히라노 대통 그리고 요코야마 야스타케의 삶 마지막 버팀목으로 작용하는데, 어떤 현실적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국가의 흥망을 일심一心으로 극복하려는 그들의 강렬한 형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소설은 유장한 역사에 비하면 인간의 삶은 너무나 보잘 것 없지만 나와 너, 우리 모두를 위한 화和의 보편적이고 영원한 일심一心을 만들어 후세에 남길 때, 사상 초유의 대지진 같은 참혹한 현실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런 확고한 메시지를 통해 작가는 나라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도 소멸되지 않고 영원히 남는 것은 인간들의 한마음 一心이라는 것을 감동적으로 들려주는데, 그것이 이 소설의 뛰어난 성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