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 태어나는 용기 (오페라에 담긴 진리의 가르침)
맥스 하인델 | 마름돌
13,500원 | 20181126 | 9791195088508
전설과 신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진짜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얼마 전 모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서 ‘드라마의 특징’이라는 제목의 재미있는 글을 봤다. 일반적으로 한국 드라마는 재벌 2세 또는 부잣집 아들인 남자 주인공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 여자 주인공이 처음에는 악연으로 만났다가 우연한 기회에 사랑에 빠지고, 집안의 반대로 갈등이 골이 깊어지는 와중에 여자의 아버지가 죽을병에 걸리고, 설상가상으로 여자까지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상황이 최악을 향해 치닫다가, 기적적으로 여자의 기억이 회복되고 서로를 향한 두 남녀의 마음이 더욱 강해져 부부가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뻔한 줄거리가 주를 이룬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서양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래된 신화에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정의로운 영웅과 사악한 악당 또는 마법사의 주문에 걸려 깊은 잠에 빠진 아름다운 공주가 거의 고정급 주연배우로 등장하고, 할리우드에서는 《귀여운 여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러브 인 맨하탄》,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 등과 같은 신데렐라 류의 영화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심리학계에서는 이처럼 남성에게 기대어 안정을 추구하려는 여성의 심리를 가리켜 ‘신데렐라 콤플렉스’라 부르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취업’과 ‘시집’을 합친 ‘취집’이라는 신조어마저 생겨났다. 하지만 백마 탄 왕자 또는 기사가 위기에 처한 공주 또는 여인을 구출한다는 전형적인 로
맨스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는 무엇일까?
‘로맨스romance’를 현대 사전에서 검색하면 ‘사랑’, ‘연애’라고 정의되어 있지만, 이 단어는 본래 ‘기사, 영웅 등의 모험을 담은 이야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중국 삼국시대 영웅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삼국지》의 영문 제목도 그래서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다. 즉, 로맨스는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성별을 불문하고 한 인간이 영적으로 성장하는 험난한 과정을 다룬 이야기다. 전설과 신화에 나오는 영웅처럼 위험 앞에서도 등을 돌리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면 자신의 영혼을 상징하는 잠자는 공주를 깨울 수 있고, 희생과 봉사를 삶의 신조로 삼았던 기사처럼 약자를 위해 싸우고 헌신하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절망 속에서 태어나는 용기》의 저자, 맥스 하인델에 따르면 정확한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세계의 유명한 전설과 신화는 인간의 진화와 성장을 돕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그림책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섯 편의 오페라 역시 신비스러운 색채가 묻어나는 고대의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여정, 과제, 난관, 함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선량한 구도자 파우스트는 깨달음을 얻겠다는 성급한 마음으로 악마와 거래하는 불장난을 저지른 뒤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지극히 순수한 성배의 기사 파르지팔과 북유럽의 영웅 지크프리트는 세상에서 두려운 것이 없기 때문에 진리를 구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두 영웅의 대조적인 행보를 통해 힘들게 얻은 보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과 세상의 운명이 바뀐다는 것도 배울 수 있다. 음유시인 탄호이저는 성장의 가시밭길을 걸으며 베푸는 사랑과 요구하는 사랑, 영적 사랑과 관능적 사랑의 차이를 배우고, 백마가 아닌 ‘백조 탄 기사’ 로엔그린을 의심했던 엘자는 뼈아픈 신뢰의 교훈을 얻는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섯 편의 오페라 중 네 편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작품이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오페라와 차별되는 그의 작품들은 뮤직 드라마Music drama, 즉, 악극樂劇으로 불린다. 이 세상의 모든 인생은 같은 종착지를 향해 나아가는 한 편의 드라마이며, 우리가 이 실전 드라마에서 대본대로 위기에 빠진 여인을 구출하고 자기도 구원하는 영웅의 역할을 할지, 권력의 반지를 탐하며 온갖 음모를 획책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난쟁이가 될지, 아니면 물질과 허상으로 영웅을 유혹하고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 사악한 마법사 역을 맡을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이 책에 소개된 영웅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이해한 후에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