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은 왜 망했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충돌)
신현한 | 박영사
16,200원 | 20250730 | 9791130323640
우리는 왜 다시 ‘산업자본’을 말해야 하는가? 오래전부터 산업은 낡은 단어가 되어 있었다. 공장, 노동, 설비, 기계, 용광로, 작업복… 이 단어들은 경제 신문보다 역사 교과서에 더 잘 어울리는 말처럼 느껴졌다.
플랫폼과 금융, 스타트업과 콘텐츠, AI와 데이터가 미래의 키워드라면, 산업은 과거의 그림자였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다시 이 단어를 꺼낸다. 산업자본. 왜 지금 다시 산업자본인가? 그 이유는 하나씩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사라지고, 병원이 줄어들고, 청년이 도시를 떠나고, 중산층이 약해지고, 지역의 불빛이 희미해진다. 누가 이 도시를 지탱하고 있었는지를 우리는 산업이 떠난 뒤에야 깨닫는다.
산업은 단지 생산의 수단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구조의 근본이었다. 미국은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1980년대, 월가의 논리에 따라 기업들은 쪼개지고 팔렸고, 기술은 축소되고 공장은 닫혔다. 그리고 그 대가는 러스트벨트의 몰락, 중산층의 해체, 지역 공동체의 붕괴로 돌아왔다. 미국은 산업 없이도 버틸 줄 알았다. 그러나 결국 제조업을 되찾기 위해 수십 년의 시간을 쓰고 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기록하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한국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아직 산업이 살아 있다. 반도체가 있고, 배터리가 있고, 조선과 철강과 화학이 있고, 도시마다 산업단지가 존재하고, 기업마다 기술 인력이 있으며, 청년들은 여전히 ‘대기업’을 꿈꾼다. 그러나 동시에, 과도한 상속세, 반복되는 경영권 분쟁, 반재벌 정서와 정책의 불확실성은 산업자본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 결과, 공장은 해외로 나가고, 기술은 외국 자본에 팔리고, 기업은 방어에 에너지를 쓰고, 정치는 산업을 외면하고, 시민은 냉소에 빠진다.
이 책은 선언한다.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 우리는 산업자본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재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일자리를 위한 일이고, 중산층을 지키는 일이자, 복지를 유지하는 일이며, 국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 책은 미국 제조업 쇠퇴의 역사와 사례를 따라가며, 산업자본이 무엇을 의미했고, 무엇을 잃었고, 어떻게 다시 회복을 시도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지금 한국 사회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우리는 지금 다시 산업자본을 말해야 한다. 기술을 말해야 하고, 공장을 말해야 하며, 지역과 공동체를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연결하는 신뢰와 제도의 언어로 산업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첫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