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에 다시 읽어보는 퇴계집 선생 (70세에 다시 읽어보는 『퇴계집』)
이성원 | 학자원
22,500원 | 20240910 | 9791162473290
설명글
문(文)은 ‘예로부터 내려온 서적’을, 헌(獻)은 ‘예로부터 지혜를 간직한 현인’을 말한다. 이성원 님의 책, 「선생」은 옛 서적 내용과 옛 현인의 지혜를 포괄하여 쓴 책으로, 그야말로 ‘문헌(文獻)’이 될 만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문헌 고증이 철저한데, 그동안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先生’에 초점이 맞추어 있으며, 퇴계 이황(退溪 李滉)의 면모를 예리하게 고찰하고 있다. 퇴계를 전연 새로운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런 글들이 도산서원에서 인정되어 재간행된 바 있다. 도산서원 간행은 아마 역사상 처음인 것 같다.
그리고 이성원 님이 집안에서 전해오거나 고로(古老)로부터 들은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이런 글들은 살아있는 언어로서 독자들을 주목시킨다.
책 내용은 퇴계 시대, “퇴계에게 제자, 선생, 학교, 교육은 무엇인가”의 문제를 담고 있다. 실체와 해법도 쓰여있다. 그 가운데 ‘선생’ 부분은 저자의 관점이 강조되어 있어 제목마저 ‘선생’이라 한 것 같다. 퇴계의 ‘선생’은 단순한 선생이 아니었다.
퇴계는 농암 이현보, 정암 조광조, 회재 이언적의 일대기, 즉 ‘행장行狀’의 글을 짓고 ‘선생’이라 했다. 퇴계 생애에 유일하게 선생이라 한 인물들이다. 왜 이 세 사람인가? 퇴계 안목에 이들만이 온 나라의 사표가 될 만한 인물이라 판단한 것인가?
이현보는 조선조 정계 은퇴식을 한 유일의 인물이며, 조광조, 이언적은 기묘, 을사사화의 중심인물이다. 이런 인물의 일대기를 짓고 ‘선생’이라 했다. 왜 그런 글을 쓰는가? ‘선생’은 당시 그 누구도 쓰지 않은 사문화된 용어여서 더욱 주목된다. 당시에는 모두가 ‘공公’이었다.
‘행장 저술’과 ‘선생 칭호’는 한국의 도학자 있음을 표방한 인물 서사敍事였다. 세 사람은 중국 인물과 대등하다는 판단이고 공개적인 선언이다. 일대기는 퇴계의 지성과 양심, 역사적 시각이 함축된 시대정신의 보고서이다. 즉 퇴계 역사관의 반영이다. 문화 중심국 선언이며, 국가 정체성 확립에 초석을 놓고자 함이었다. 퇴계에게 ‘고인古人’은 한국의 인물이며, ‘선생은 그 모든 것의 압축이었다.
이들 글은 퇴계가 왜 ‘한국의 퇴계’인가, 왜 ‘한국의 선생’인가를 증명하는 결정적 글이며,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를 진리의 나라로 끌어올리려는 크고 원대한 우리 모두의 이상과 함께한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 책에서 퇴계의 교육자적 면모를 ‘충고하지 않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나이를 먹으면 충고하고픈 마음이 든다.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퇴계는 ‘충고는 마음의 상처만 준다’고 판단하여 아끼고 아꼈다.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만 충고가 효력이 있는 법, 나를 각성시킨 부문이다.
이 책은 500년 전 이야기다. 과거의 내용이지만 가벼이 볼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붕괴하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아니면 그 어떤 단초를 이 책에서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