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새로운 이해
길종백, 하정봉, 곽창규 | 박영사
17,100원 | 20230302 | 9791130316840
일반인을 대상으로 지방자치에 관한 특강을 할 때가 있다. 강의가 끝나면 중앙정부가 유능한 공무원을 자치단체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질문의 이면에는 우리 지역 단체장이 대단한 능력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시의원도 유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니 주민이 직접 시장, 시의원을 뽑지 말고 중앙정부가 해당 지역의 특성에 적합한 공무원을 파견하자는 것이다. 중소도시의 부시장이 보통 공무원 직급으로 3급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시장으로 파견되는 공무원은 과거로 따지면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행정고시 출신의 시장이 주민이 직접 뽑는 시장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질문을 받으면 일순 생각이 멈춘다. 나름대로 질문자에게 의견을 제시하지만, 설득력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제도로서의 지방자치는 시작하였지만, 사람들이 지방자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생활에서 느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방자치를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경험한 비대면 강의를 통해 이러한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인터넷만 있으면 궁금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과거와 같이 많은 정보를 책에 담을 필요가 줄어들었다. 지방자치에 관한 기본 내용은 비대면 강의를 통해 전달하고, 학생들이 관련 주제를 토론하는 방식으로 대면 강의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제도로서의 지방자치를 이해하면서도 주요 쟁점을 파악하고 논의할 수 있는 책이 더 필요해졌다.
이 책의 특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지방자치 제도와 현황을 다루고자 하였다. 지방자치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일본 등 외국의 제도를 많이 모방하고 학습하였다. 지방자치에서 다루는 중요한 주제가 한국, 미국, 일본에서는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서술하였다. 비교라는 관점에서도 지방자치를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둘째, 지방자치에서 고민하고 토론해야 할 내용을 담았다. 각 장의 3절에는 생각해 볼 문제를 담았다. 과거와 같이 이론 중심의 교재나 수업은 학생들의 문제발견과 문제해결 역량을 높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 독자들이 생각해 볼 문제에 관하여 직접 고민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주요 논점을 정리함으로써 지방자치를 더 깊게 이해할 것이다.
셋째, 지방자치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논의를 소개하였다. 흔히 지방자치법을 자세히 설명하면 지방자치를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법률은 현재의 제도에 관하여 사회적으로 합의한 최소한의 규칙에 불과하다. 법률 외에도 지방자치와 관련된 제도, 관리, 정책 등을 관련 이론과 함께 이해해야 한다. 본문에서 다룬 이론적 내용으로도 독자가 지방자치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하였다. 그리고 〈쉬어가기〉를 통해 본문에서 다루지 못했으나 알아두면 좋을 내용을 보충하였다. 또한 지방자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론이나 개념을 일부 장에서 〈한 걸음 더〉에 담았다.
책의 전반적인 얼개를 소개하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며 지방자치를 제도, 관리, 관계, 정책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였다.
제1부는 제1장에서 제3장까지로 주로 지방자치의 제도적 측면을 다루고 있다.
제1장은 지방자치는 필요한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를 탐색한다. 그리고 지방자치의 두 측면인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를 대비하며 양자의 차이점과 연관성을 살펴본다.
제2장은 지방의 계층구조와 구역설정을 포괄하는 지방행정체제를 다룬다. 지방행정체제는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원, 주민자치의 범위 등에 큰 영향을 주는데,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외에 준(準)지방자치단체의 존재에 대해서도 검토한다.
제3장은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의회와 단체장을 주제로 살펴본다. 지방정부 구성의 원리에 해당하는 대의민주주의, 정당제도, 선거제도의 일반적 의미를 설명하고, 지방의회와 단체장의 역할을 알아본다.
제2부는 제4장에서 제5장까지인데 주로 지방자치의 관리적 측면을 다루고 있다.
제4장은 지방정부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지방자치단체의 조직 및 인력 운영의 바람직한 방향을 탐색한다. 지방이 당면하는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역량이 중요하다. 자치조직권에 주목하면서 조직편제와 인적 구조 등에 관해 탐구한다.
제5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결정하고, 사업을 집행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지방재정을 다룬다. 중앙과 지방의 세입과 세출 비중과 항목별 지출내용을 비교하며, 국가별 정부 간 재원 이전 제도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초점을 맞춘다.
제3부는 제6장에서 제7장까지이며 주로 지방자치의 관계적 측면을 다루고 있다.
제6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권한과 책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 간 관계를 살피고 있다. 정부 간 관계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서술하고, 정부 간 관계를 유형화하는 의미를 파악해 본다. 그리고 거시적 행정환경과 정권 성향에 따라 변화하는 정부 간 관계의 양상과 그 동인을 알아본다.
제7장은 지방정부와 주민의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주민의 참여를 다루고 있다. 주민참여의 의미, 유형, 수단 등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서술하고, 국가별 주민참여 현황과 사례, 그리고 과제 등을 살펴본다.
제4부는 제8장에서 제9장까지로 지방자치의 정책적 측면을 다루고 있다.
제8장은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을 다룬다. 먼저 복지국가의 유형을 서술하고, 중앙과 지방 가운데 어느 쪽이 복지를 담당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소개한다. 그리고 실제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있는 복지영역은 무엇인지, 국가별 특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제9장은 도시공간을 다루고 있다. 도시의 공간 매력도는 주민의 삶의 질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도시계획에 대한 주민참여는 지방자치의 중요 요소이다. 도시공간 형성에 대한 대표적 이론을 소개한 후 국가별로 도시계획에 대한 주민참여 방식을 알아보고 매력적인 도시공간 사례를 소개한다.
제10장은 한국의 지방자치 과제와 방향성을 탐색한다. 현재 한국은 지역의 인구감소와 자치권 강화라는 현상을 함께 겪고 있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한국에서 지방자치의 당면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지방자치가 미래에도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노력하면 좋을지 알아본다.
필자들은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서 이 책을 준비하였다. 각자가 맡은 부분은 화상 토론을 통해 발표하고 논의하였다. 필자들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집필을 구상했던 2021년 늦여름의 생각대로 책이 만들어졌는가를 자문하니, 출판을 앞둔 지금 비로소 출발점에 서게 되었고 앞으로 갈 길이 멀리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이 발간되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 필자들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학술적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동료 교수님들과 초고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 주신 전남대학교의 배정아 교수님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필자들을 각각 학문의 길로 이끌어 주신 지도 교수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부족한 책이지만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늘 응원해준 가족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여건에도 이 책의 출판에 애써주신 박영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2023년 2월
집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