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던져주기 (창업벤처 40년 톺아보기)
김동열 | 반도기획
13,500원 | 20241001 | 9791198823717
잡은 물고기 던져주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활력있는 다수의 육성이라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다.
이 책은 1982년 전두환 정부부터 2022년 문재인 정부까지 40년에 걸친 창업벤처 정책을 ‘정책수단’이라는 렌즈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타겟팅, 프레이밍, 디자이닝의 순서로 들여다보고 있다. 창업벤처 정책과 관련된 법률
의 변화 속에서 정책수단의 유형을 뽑아내고 통계로 만들어, 40년의 유구한 정책흐름을 숫자와 그림으로 보여주는
점도 새롭다. 선호하는 미래의 정책을 위해 자신의 보유 자원을 기꺼이 투자하여 정책을 혁신했던 Policy
Entrepreneur, 정책선도자 7인(우병규, 이민화, 정해주, 송종호, 이장우, 한정화, 정태호)을 선정한 점도 흥미롭다.
이 책은 창업벤처 정책의 문제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에 있다고 진단한다. 1982년 이래 창업벤처 정책 40년이 지
났지만, 기회형 창업의 비중보다 생계형 창업의 비중이 여전히 높고, 창업기업의 생존율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
지는 이유를 정책수단에서, 정책의 세부 내용(디테일) 설계에서 찾는다. 즉,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고 보호하고
규제하는 방식으로, 잡은 물고기를 던져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본다.
반대로, 정부의 직접적이고 권위적인 지원방식을 벗어나 성공한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시장
이 스스로 선택하고 투자하면 정부가 매칭해서 추가로 투자하는 팁스(TIPS) 프로그램이다. 팁스 프로그램의 성과가
좋고 스타트업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게 된 이유가 바로 정책 수요자 중심으로 설계했기 때문이
라는 게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이 책에서 정책수단을 누차 강조하는 이유는 향후 예상되는 정책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수많은 정책실패의
원인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정책의 디테일 설계, 정책수단의 조합(tool mix)이 잘못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책이란 정책수단을 통해 만들어지고 목표를 추구하며(카파노 & 하울렛, 2020), 좋은 목표라고 해도 나쁜
수단에 의해 왜곡될 수 있기(밀턴 프리드만, 1980) 때문이다. 그래서 정책수단이라는 디테일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창업벤처 관련 프레임과 수단 선택의 변화를 시기별로 정리했는데, 창업의 양적 촉진(전두환-노태우 정부)에서
질적 육성(김영삼 정부)으로, 벤처투자 촉진(김대중 정부)에서 간접적 성장기반 조성(노무현 정부)으로, 절차와 규제의
혁신(이명박 정부)에서 선순환 창업생태계의 조성(박근혜 정부)으로, 민간과 투자 중심의 혁신 생태계
조성(문재인)으로 프레임이 달라졌고 정책수단도 진화했다.
우리 정부의 정책 디자인이 미국의 1980년대처럼 민간과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新국정관리’(new
governance)로 이행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했다. ‘잡은 물고기 던져주기’ 방식과 유사한 직접형 수단과 권위형 수단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창업벤처 정책수단의 유형(종속변수)과 이해관계, 이념, 제도, 정책선도자
등(설명변수)의 관계를 분석해 본 결과, 이해관계와 정책수단 유형의 관계가 가장 분명했다. 창업벤처 관련
이익집단과의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와 같은 분석에 기반하고 있다.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 요구되는 저성장 시대에 직면한 2024년 한국경제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정부가 나중에 뒤따르는 정책”일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시장경제의 미래를 위해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지만, 정부 규제의 포획도 흔히 발견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포획의 우려 때문에 정부-시장-시민단체의 환상적 삼각구도가 긴요하며, 정부가 과잉
개입하지 않는 사회, 작지도 크지도 않은 정부, 간접형과 역량형성형 수단의 비중이 높은 정책설계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면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