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꿈속으로 호출될 때 누구는 내 꿈을 꿀까
정영선 | 파란
9,000원 | 20220915 | 9791191897302
구르는 돌은 지구의 눈물이다
[누군가의 꿈속으로 호출될 때 누구는 내 꿈을 꿀까]는 정영선 시인의 네 번째 신작 시집으로, 「나비가 기억되는 방식」, 「석고 캐스트」, 「재를 긁는 여자」 등 63편의 시가 실려 있다. 정영선 시인은 1995년 [현대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장미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가지고 있다]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 [나의 해바라기가 가고 싶은 곳] [누군가의 꿈속으로 호출될 때 누구는 내 꿈을 꿀까]를 썼다.
존재와 삶의 이토록 많은 구멍들 때문에 정영선은 시인이 되었다. 정영선의 시에서 ‘구멍’은 결코 메울 수 없는 결핍과 부재의 별칭이다. 또한, ‘없는’ 형태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무언가와 누군가, 알 수 없는 것들과 말할 수 없는 것들의 총칭이기도 하다. 구멍은 비어 있음을 내용물로 하는 공동(空洞)의 형식이며, 지금 여기에 있는-없는 존재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空同)의 형식이다. 인간 역시 이 형식을 빌려 존재한다. 텅 빈 구멍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 질료와 형상을 구성하고 있으며, 인간은 살아-죽어 가면서 어떤 형태로든 ‘구멍의 불가피하고 불가해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 정영선의 시에 의하면, 이 구멍의 기원은 타자, 욕망, 사랑, 눈물, 믿음, 꿈, 노력, 고통, 상처, 상실 등 삶을 추동하는 동시에 훼손하는 것들이다. 구멍은 본래의 내용물이 사라진 자리에서, 본래의 내용물이 엄연히 여기 있었다는 듯이, 텅 빈 형태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드러낸다.
‘구멍’이 정영선의 시 쓰기의 기원이라는 것은 그녀의 삶과 시가 동심원의 관계에 있음을 암시한다. 정영선은 ‘삶의 구멍’을 ‘구멍의 시’로 필사하고, 구멍 난 삶을 향해 구멍을 품은 시로 응답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살아가는 것은 매 순간 삶의 총량이 줄어드는 일이며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구멍과 맞닥뜨리는 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멍이 늘어나는 것에 반비례해 삶의 에너지는 줄어든다. 그러나 이 진술은 절반만 타당하다. 정영선은 ‘구멍’이 상실한 삶을 응시하게 하는 부재의 입구인 동시에,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출구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하고 성찰한다. 정영선의 삶과 시는 구멍과 구멍 사이에서, 입구와 출구 사이에서, 없음과 있음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살아 내고 사랑하고 슬퍼하는 과정이 된다. (이상 김수이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