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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897302
· 쪽수 : 151쪽
· 출판일 : 2022-09-1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구르는 돌은 울음이다
얼굴의 문장 – 11
귤나무 – 12
이해력 – 14
슬픈 짐승 – 16
구르는 돌은 울음이다 – 18
석고 캐스트 – 19
모순 – 22
극락조 – 24
파묻힌 사람 – 26
거품들 – 28
지우개 – 30
문지기 – 32
불임의 돌 – 34
재를 긁는 여자 – 36
창고 세일 – 38
제2부 나를 지나가는 문을 잡는다
구명환 – 43
유치원 마당 – 44
나를 지나가는 문을 잡는다 – 46
흑화 – 47
호박밭의 미학 – 50
증언 – 52
폐허의 방식 – 54
동의어 – 56
언 강을 보러 갔다 – 58
밤은 잠을 수거해서 어디다 모으는가 – 60
이사 – 62
시간의 문 – 64
귤껍질 – 66
짧은 그림자 – 68
제3부 나비가 기억되는 방식
부유하는 시간 – 71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때 – 72
봉인 – 74
흙내 – 76
백 일을 건너는 건 너만이 아니다 – 78
집 – 80
갈대숲에 나를 두고 왔다 – 82
스타벅스와 꽃집 사이 – 84
나비가 기억되는 방식—오즈로 가는 길에서 1 – 86
과수원—오즈로 가는 길에서 2 – 88
이것은 항아리 이야기가 아니다—오즈로 가는 길에서 3 – 89
수치의 기둥—오즈로 가는 길에서 4 – 91
원통 유리 집—오즈로 가는 길에서 5 – 93
실종—오즈로 가는 길에서 6 – 95
유리 다리—오즈로 가는 길에서 7 – 96
누군가의 꿈속으로 호출될 때 누구는 내 꿈을 꿀까—오즈로 가는길에서 8 – 98
물방울—오즈로 가는 길에서 9 – 100
제4부 가을이면 제 노랑 존재를 드러낸다
손바닥선인장 – 105
밤의 분수 – 106
격리 – 108
로스코식 색채 – 110
모딜리아니의 여자처럼 – 112
도둑의 딸 – 113
거미 – 114
생몰 연대 – 116
용담호 – 118
연금술 – 120
우는 토끼 – 122
전시 – 124
당신, 비자나무 – 126
소금호수 –128
짐 – 130
파랑새 – 132
마그네틱 카드 – 134
해설
김수이 구멍과 돌멩이로 빚어진 ‘나’ 혹은 모두의 이야기 – 13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비가 기억되는 방식―오즈로 가는 길에서 1
졸음이 왔다 아른아른 나비가 날았다 노랑 날개를 손끝으로 만졌을 뿐인데 과꽃에서 과꽃으로 여름의 끝물을 마시고 있었다 마실수록 마시고 싶었다 그 꽃물을 마시면 영원히 나비로 살 거라는 말을 아득히 들었다
어떤 손에 붙들렸다
흥정하듯 매미들이 울어 댔다
어둠을 열고 닫는
두 개의 나무판 이음새에
노랑 날개는 활짝 펼쳐졌다
못 박는 소리 쟁쟁했다
누군가 내 슬픔에 보자기를 덮어도
빠져나온 슬픔에 부르르 떨었다
구석에 앉은 나비장은 하염없어라
닫힌 어둠에서 기억의 누더기를 꺼내는 손이 있었다
기억을 훑는 자석 손이었다
쓰디쓴 기억들이 쇠붙이처럼 딸려 나왔다
내 것 아닌 아름다움을 헤맨
허방 세월이 나비 날개에 얹힌 거였다
경계 너머로 가 본
경첩에 준 날개는 펄럭여지지 않았다
기억에서 빼거나 더하고 싶은 허상들이 사라졌다
내게서 나를 뺀, 나를 더한 나비장은 슬픔이어라
나비의 불멸을 털고 싶어라
못이 빠졌다 백 년 내 꿈, 아니 저주에 함몰되어 온
헐거워진 몸에서 들리는
상여꾼의 삐거덕 소리 듣는 밤이다
별똥별 떨어진다
나비의 감옥에서 몸 뒤틀며 빠져나오는
나를 내가 바라보고 있다 ■
석고 캐스트
몸이 울었던 구멍이다
살려고 격렬히 뒤틀던 몸을
죽음이 고요히 바라보던 구멍이다
뛰어가다 엎드린 장딴지 힘줄
급습하던 유황 냄새에 급히 코를 막던 포갠 손 선연하다
화쇄암이 덮친 도시
술병은 새긴 그림을 붙들고 버텼다 이천여 년을
도자기 그릇은 무늬와 함께 잔해를 지켰다
문을 똑똑 두드릴 누군가를
재를 덮어쓰고서 기다렸다
부르던 이름이 사라지고
살랑거리는 머리카락, 입술
굴리던 생각, 갈망, 설렘도 흔적 없어진 자리
저토록 슬픈 자세의
몸 구멍 하나씩 남겼다
저 구멍이 애걸복걸을 실은 삶의 원형이다
의욕 애욕 슬픔을 담은 몸 그릇의 원천이다
청동거울이 고대인의 심연을 비췄다면
아크릴 거울은 내 심연을 비춘다
나는 허기이고 절벽이고 도화선이고
사랑에의 갈구이고 흐르는 시간이다
그 전부는 예정된 구멍
몸이 건널 절명의 순간을 숨긴 구멍이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나를 지나간다
절절한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오늘 어떤 자세로
어느 방향으로 걸어야 할지를
허공은
몸이 빠져나간 구멍들이 겹겹 누운 시간의 심연이다
목줄을 풀어 주지 못한 개에 대한 죄책감
목줄을 당기며 앞발을 세운 개의 핏빛 눈과 헐떡거림은
구멍에 찍힌 영원한 지옥도다
그날 올리브나무 아래
빵이 구워지길 기다리는 줄에는
그날 처음 눈을 맞춘 연인도 있었을 텐데
●석고 캐스트: 고고학자 피오렐리는 폼페이 화산재가 덮은 구멍만 남은 자리에 석고를 부어 죽은 사람의 자세를 복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