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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잡지 > 정기구독
· ISBN : 6000613760
· 쪽수 : 122쪽
· 출판일 : 2025-07-01
목차
목차
햇살 마루 | 사람이 답이다 - 강원국 님
가꾸는 생활 | 함께한 모든 순간 - 임이랑 님
동행의 기쁨 | 성북 소방서 화재 진압 대원 천현영 님
우리가 사랑한 명화 | 소로야의 바다 앞에서, 다시 여름을 배우다 - 정우철 님
특집 | 추억의 놀이
함께 그린 오늘 | 오해 - 이석구 님
미국에서 | 미국의 소비 방식 - 홍예진 님
나를 흔드는 한마디 | 0, 30 - 윤재윤 님
축하합니다 | 선생님의 퇴직을 축하합니다 외
과학의 눈 | 공기의 쓸모 - 이지유 님
인류애 충전 | 끌차에 담긴 따스함
친절한 클래식 | 비엔나의 창문 너머 - 허명현 님
군대 이야기 | 시티 100
장사의 기쁨과 슬픔 | 독불장군과 고집불통 - 쁢깔꼬울루우 대표 이형호 님
그러나 수기 | 세상에 가장 필요한 나
좋은 날 일력 | 초복 - 임진아 님
절기 이야기 | 여름의 삼복 - 지호진 님
튼튼한 몸 단단한 맘 |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 백종우 님
나를 지키는 법 | 재산 명시 사건 - 임남택 님
지금, 여기 | 아들이 글을 씁니다 - 김혜민님
좋은님 시 마당 | 아카시아 잎
대나무 숲 | 사실 내가 누나야
새벽 햇살 | 아버지 전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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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님 메아리
이달의 필자
강원국 님 | 작가
정우철 님 | 전시 해설가
전명원 님 | 수필가
허은실 님 | 시인
홍예진 님 | 작가
조정민 님 | 영화감독
이도훈 님 | 도시 철도 기관사
김택수 님 | 독립 책방 지구불시착 대표
김장훈 님 | 정원사
김동섭 님 | 어원 전문 언어학자
이형호 님 | 쁢깔꼬울루우 대표
박수빈, 이대호 님 | 계단뿌셔클럽 공동 대표
김재욱 님 | 작가
김혜민 님 | 경찰관
김주연 님 | 공공 디자이너
한성진 님 | 외교관
지민채 님 | 치과 기공사
백은별 님 | 작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907] 좋은생각 특집
그럴 수 있어
부모님은 내 응석을 받아 주지 않고 엄하게 교육했다. 난 자연스레 조심성 많고 말수 적은 아이로 자랐다. 지하철에선 뛰는 시늉도 하지 않았고, 난생처음 간 추어탕집에서 또래들이 돈가스를 시킬 때도 나는 부모님이 주문한 추어탕을 숨 참고 삼켰다. 심지어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도 떼쓰지 않았다.
스물다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군대에 갔다. 운전병이었는데, 수동 운전이 익숙지 않아 자꾸 시동을 꺼뜨렸다. 옆에 간부가 타기라도 하는 날에는 위축돼 실수까지 저질렀다. 소대에서 운전 못하는 운전병으로 낙인찍혔지만 내 무거운 입은 열릴 줄 몰랐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다른 보직으로 바꾸고 싶다는 말도 못했다. 그러던 중 신임 하사와 운행을 나갔다. 여느 때처럼 시동도 꺼뜨리고 과속 방지 턱도 우악스럽게 넘으며 헤매는 내게 그는 태연히 같은 말만 반복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긴장이 풀리며 눈에 띄게 실수가 줄었다. 다음 날부터 나는 실수할 적마다 마음속으로 '그럴 수 있어.'라는 마법의 말을 외쳤다. 운전 실력은 나날이 나아져 상병 때는 장거리 무사고 경력으로 포상 휴가까지 받았다.
전역 후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처음 담임을 맡은 5학년 제자들은 들꽃처럼 예뻤다. 그중 문제아로 전교에서 유명한 남학생이 있었다. 학기 초 상담을 하는데 부모님이 자주 다투는 눈치였다. 아이는 그럴 때마다 동생과 귀 막고 이불에 들어가 있는다고 했다. 불안한 정서 때문인지 교실에서 폭력적인 언행을 보일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의 티끌만 한 잘못이라도 발견하면 교실이 울리도록 "선생님!"을 외쳤다. 쉬는 시간에 아이의 불만을 들어 주는 것이 나의 일과였다. 다툼이 나면 "화가 날 수 있어. 그렇지만 친구를 아프게 해선 안 돼."라며 설명해 주고, 친구의 사소한 잘못까지 이야기할 때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법을 알려 주었다.
3월 내내 아이와 줄다리기한 결과,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거친 언행이 차츰 줄더니 친구들과 사이좋게 어울렸다. 4월의 어느 아침, 친구와 장난치며 교실을 누비던 한 여학생이 우유를 마시는 아이의 팔을 건드렸다. 입 주변과 옷에 우유가 쏟아졌다. 여학생은 깜짝 놀라며 사과했고, 현장을 목격한 나는 '또 한바탕 소동이 일겠구나.' 생각했다. 싸움이 번지기 전 두 학생을 불러 화해의 시간을 가져 볼 참이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아이는 옷으로 입을 쓱 닦으며 말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뭐."
아이는 이제 우리 반 분위기 메이커가 되었다. 아이의 작년 담임 선생님이 비결을 물었다. 신규 교사인 내가 무슨 특별한 재주가 있어 아이를 변화시켰겠는가. 다만 '그럴 수 있어.'라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대했을 뿐이다.
초등학생만이 아니라 어른의 마음속에도 어린아이가 숨 쉬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스스로를 어루만지고 품어 주어야 한다. 마음속 아이가 또렷하게 생각을 드러낼 수 있도록.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얼마든지 틀린 답을 말하라고, 자꾸 실수해 보라고 한다. 그리고 대답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이종훈 님 | 경기도 의정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