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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중앙 139호 - 2014.가을

문예중앙 139호 - 2014.가을

중앙books 편집부 (엮은이)
중앙books(중앙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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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중앙 139호 - 2014.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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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문예중앙 139호 - 2014.가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 잡지 > 기타
· ISBN : 9771277298100
· 쪽수 : 488쪽
· 출판일 : 2014-08-29

목차

2014 가을호를 펴내며

* 특집
좌담_게임과 예술에 관한 6가지 퀘스트
이정엽_게임은 예술에 무엇을 빚졌는가?
이강진_네, 그래서요?
김승일_각명관

* 단편소설
진연주_사막
백수린_여름의 정오
설은영_연두

* 장편소설
조해진_여름을 지나가다 (제3회)

* 발바닥소설
김언_칼맛과 살맛 외

* 시
김언희_개양귀비 외 4편
강정_봄눈사람 외 4편
장이지_플라나리아 외 4편
정영효_심판 외 4편
강지혜_가진 것이 없는데 외 4편

* 가사―울림통
이랑_너무 다른 외 1편

* 인터뷰―쓰다듬
안현미_삶의 두 가지 ‘픔’에 대한 자서

* 바보산보
이준규+박지혜_방울내로 왈츠

* 대담―크로스오버
김연수+박창범_하늘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다채로운 무늬

* 현대시 산고
황현산_김종삼의 ‘베르가마스크’와 ‘라산스카’ (1)

* 족들의 탄생
엄광현_신인류세대, 상품과 트렌드로 자신을 드러내다

* 한 글자 사전
김소연_룰 외

* 리뷰―책과 악마들
금정연_나, 혹은 ‘나’라는 자리

책속에서

[문예중앙 2014년 ‘가을호를 펴내며’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유주, 소설가

지금, 눈앞에 1톤트럭 한 대가 서 있다. 횟집에 수산물을 공급하는 트럭인지 옆면에 어느 지역 ‘수산물유통업협동조합’이라 적혀 있고, 그 위에는 보다 크고 눈에 띄는 글자체로 ‘우리 수산물 안전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의문이 든다. 이런 글을 쓰고 있지 않았다면, 저 문구가 눈에 띄었을까. 저 문구를 시간을 들여 생각하는 일이 있었을까. 아마도. 그리고 잊었을 것이다. 다음 문구가 눈에 들어올 때까지.
밤새 일에 매달리다 해가 뜰 때쯤 24시간 영업하는 분식점으로 간다. 해장을 위해서인지 중년의 남자들 여럿이 들어와 라면을 한 그릇씩 주문한다. 라면이 나오는 동안 그들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된 뉴스에 시선을 던지다 이내 한마디를 던진다. “아니, 대학도 보내준다는데 왜들 그래.”
위에서 ‘중년의 남자들’이라고 쓰다가 잠시 멈칫하는 순간이 있었다. ‘중년’과 ‘남자’를 하나로 묶어 그들을 쉽게 분노하고 쉽게 잊으며 쉽게 짜증을 내는 사람들로 매도하는 표현으로 읽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대로 썼다. 청년이든 중년이든 노년이든, 남자든 여자든 생물학적 성별이 불분명한 사람이든, 도처에서 그들의 “이제는 잊고 싶다.”는 말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나의 가족도 있다. 어쩌면 나도, 당신도 그들에 포함될지 모른다.
몇 년 전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어느 국가에 간 적이 있다. 안내자를 동반한 속 편한 여행이었다. 오랜 내전을 겪었던 그 나라의 격전지는 관광지가 되어 있었다. 아직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지뢰를 아이들이 파낸다고 했다. 그러다 다리나 팔을 잃은 아이도 있었다. 더 작은 아이들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한국 동요를 불렀다. 나를 비롯한 관광객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우리는 쉽게 울 수 있었다. 돌아서면서 나는 잊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잊지 않았다. 잊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와 생필품과 매달 일정금액의 후원금을 보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충분하지는 않았다. 그 무엇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지금도 하루 400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되고 있다고 한다. 400톤은 체감하기 어려운 단어다. 뉴스에서는 일반적인 방사능측정기로는 생선의 오염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수산물을 먹을 것인가, 먹지 않을 것인가는 일상적인 화제가 되었다. 오염의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산물을 먹는 사람들에게는 거칠게 구분해서 대략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수산물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수산물을 먹지 않으면 이를 둘러싼 경제체계에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생선살을 한 점 발라낼 때마다 내 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란 유쾌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애써 잊는다. 내게 문제가 생기기 전에도 잊고, 남에게 문제가 생기기 전에도 잊고, 남에게 문제가 생긴 후에도 잊는 우리는 그러나 내게 문제가 생긴 다음에는 결코 잊지 못한다. 잊지 못하는 것은 언제나 그 후다. 그러나 그때는 잊지 않는 것/잊지 못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다른 어떤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주어지지 않으며 좀처럼 찾을 수도 없다.
얼마 전 한 대학에서 UN행사를 유치했다. 초대된 각국 대표자들 중에는 아프리카 지역 학생들도 있었다. 일반적인 한국인에게 아프리카는 너무나 먼 나라다. 에볼라 발병국과 여타 국가들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프리카 대표자들이 입국하는 즉시 남한 전체가 에볼라 바이러스로 뒤덮이리라는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순진하고 무지한가. 세월호와 윤 일병, 에볼라 바이러스를 비롯한 수많은 것들 앞에서 우리는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 아직 충분히 듣지도, 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채로.
많은 사람들이 문학의 무기력함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문학은 어쩌면 늘 무기력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모든 문학이 무기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학은 사람들 앞에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직접 말하지 않고, 직접 보여주지 않으며, 직접 들려주지 않는다. 문학은 다만 스며드는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조금씩, 천천히, (베케트는 “더 나쁜 쪽으로”라고 썼지만)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 더 나은 쪽을, 더 나은 쪽이 있으리라는 것을 지시하며, 설령 우리는 그곳에 닿지 못하거나 설령 더 나쁜 쪽으로 가더라도 가능한 더 나은 쪽을 바라보게 한다. 결코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여전히 갈피는 잡히지 않는다. 차마 희망이라는 단어는 사용할 수 없다. 희망을 구하기 전에 우리는 썩을 것이다. 문학적으로. 롤랑 바르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너무도 분명한 것을 그러나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무능력, 그래서 문학이 탄생한다.”
알리바이로 삼기에 너무나 좋은 말이다. (여기서 알리바이라는 단어는 중립적으로 사용된 것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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