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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잡지 > 교양/문예/인문 > 문예지
· ISBN : 9772713873004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3-05-01
목차
시가 있는 풍경
이숙미
인터뷰
김이랑
에코에세이
윤영남
권두에세이
한상열
동서 문학 이야기 2
민용태
제20회 신인문학상
이혜숙
박창현
책속에서
자연을 대하는 시각은 나라 안에서도 차이가 있다. 같은 산이라도 어느 산은 아버지 산, 어느 산은 어머니 산이라며 존숭尊崇의 개념을 달리한다. 그것은 백두대간의 줄기에서 뻗어내린 산들은 모두가 한 뿌리에서 태어난 가족으로서 백두산을 1대조로 여기는 족보개념으로 보는 데서 기인한다. 영조시대의 실학자 신경준은 산경표山經表에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1대간大幹 13정맥正脈으로 구분하여 그 장대한 줄기 아래 산山, 봉峰, 영嶺, 치峙의 분기分岐 위치를 밝혀 놓았다. 그래서 족보처럼 상하의 개념으로 산은 봉峯의 어머니요, 봉은 령嶺의 어머니와 같이 위계를 형성한다. 그런 관계 때문에 전국 어느 산에서든 산줄기만 타고 가면 백두산에 오를 수 있는 산의 줄기를 그린 것이 산경표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산맥은 일본의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小藤 文次郎 1856~1935)가 1년 남짓 조선의 산하를 조사한 후 1903년에 산맥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작성한 지도에 의한 것이다. 그 지도는 땅속의 자원을 수탈하기 위하여 제작한 것이기 때문에 산줄기가 끊기고 강이 산을 지나는 등 모순투성이다. 더구나 백두산과 지리산이 하나의 줄기가 아니라 두 개의 줄기로 나뉘어 함경산맥으로 이어졌다. 즉 남북으로 뻗은 마천령산맥과 태백산맥의 줄기를 동서로 뻗은 함경산맥으로 이어 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인들이 전통적인 정맥正脈의 개념보다 일제가 수탈을 위해 제작한 산맥山脈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학교에서는 우리 고유의 개념으로 가르치지 않고 산맥으로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