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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28315956
· 쪽수 : 64쪽
· 출판일 : 2018-09-19
책 소개
목차
내 인생으로 말할 것 같으면
놀 수 있을 때 놀아 둬
정말로 미안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형
정정당당하게 놀고 싶어요
집으로 가는 길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내 인생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진짜 고달프다.
그러던 어느 날, 민구 형이 내 인생에 등장했다.
학교 앞에서 논술 학원 차를 타야 하는데 깜박하고 영어 학원 차를 타게 되었다. 둘 다 노란색 차라서 헷갈린 것이다. 그것도 학원에 도착해서야 내가 차를 잘못 탄 사실을 알았다. 영어 학원에서 논술 학원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지만 한 번도 걸어서 간 적은 없었다.
쭉 가서 편의점 사거리가 나오면 왼쪽으로, 거기서 또 쭉 가면 오른쪽에 큰 빵집이 있고, 그 건물 3층이 논술 학원이다. 분명히 내 기억으로는 그랬다.
난 차에서 내리자마자 논술 학원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때 날 따라오는 형이 있었다. 바로 민구 형이었다.
“너 학원 땡땡이 치는 거지?”
“아니거든!”
“야, 나도 땡땡이 치는 거야.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돼.”
“아니라고. 그리고 우리 엄마가 처음 보는 사람이랑 말하지 말라고 그랬거든.”
“난 너 처음 보는 거 아닌데?”
“날 알아?”
“마스터 영어 학원 다니잖아. 그럼 다 아는 거지.”
“그, 그런가…….”
생각해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땐 민구 형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넌 어디 가려고 땡땡이 치는 거야? 난 저 아래 숲마을 놀이터 갈 건데.”
“숲마을 놀이터?”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숲마을 놀이터는 공원 안에 있다. 나무로 만든 미끄럼틀과 터널이 있어서 재미나게 놀다 올 수 있다. 가끔 엄마, 아빠랑 가지만 오래 놀 수는 없었다.
“같이 갈래?”
민구 형 말에 가슴이 덜컹거렸다.
마음 한쪽에서는 민구 형을 따라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마음에서는 엄마의 화난 얼굴이 떠오르면서 얼른 학원에 가야 된다고 말했다. 놀이터와 엄마의 얼굴이 동시에 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인생 별거 없어. 신나고 즐겁게 살아.”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아빠가 자주 하는 말이야.”
“그래서 형은 재밌어?”
“당연하지!”
순간 형을 따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의 화난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아, 안 돼…….”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그럼 나 먼저 간다!”
그러고는 민구 형은 멀어져 갔다.
‘한 번만 더 말해 주지…….’
그랬다면 나는 분명히 따라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