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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3801581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08-01-2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제1장 나이프
제2장 후까시
제3장 콤플렉스
제4장 발푸르기스의 밤
제5장 키싱 피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정신개조봉(타조가 늘 가지고 다니는 회초리로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다. 플라스틱하고 고무를 합성해서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테두리는 금색이다)을 휘두르며 타조는 앞에서 두 번째 줄로 달려갔다.
또 시작이군.
혹시나 오늘은 그냥 넘어가나 했더니 역시나, 아니었다.
타조의 영어 수업시간은 매시간 이렇게 진행된다. 그날의 새로운 소식 한 가지, 예를 들면 타조가 핸드폰을 새로 장만했다던가 하는 소식으로 10분, 말도 안 되는 교칙을 들먹거리며 아이들 달달 볶아대기 10분, 그 나머지 시간은 욕설과 폭력으로 채워진다. 물론, 타조도 때론 공부를 가르친다. 그런 경우에는 프린트 나눠주는 데 5분, A4 용지 하나 가득 빽빽하게 씌어 있는 단어 읽어주기 5분, 읽어준 단어 전부 외우는 데 10분, 시험 보는 데 10분, 나머지 시간은 역시 욕설과 폭력으로 채워진다. 타조가 공부라는 걸 가르치는 경우에는 욕설과 폭력에 꼴통들이라는 수치감까지 하나 더 플러스 된다. - 제2장 '후까시' 중에서
2학년 대가리의 키는 1미터 42센티미터이다. 남들은 다 크는데 대가리만 왜 안 컸지?라고, 묻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가능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녀의 작은 키는 그녀에게서 모든 것, 이를테면 여군이 된다거나, 미스코리아에 나가거나 연예인이 된다든가 하는 장래의 희망에서부터 작게는 키 큰 남자와 연애를 하는 것과 같은 사소한 가능성마저 뺏어버렸다. 인생에 아무런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은 소녀는 하루하루 난폭해져갔다. 작은 키에 비해 턱없이 커다란 얼굴은 그녀에게 '대가리'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었다. 그녀는 <숏다리>보다는 <대가리>라는 닉네임이 마음에 들었다. '대가리'는 짧은 다리로 학교 안을 볼썽사납게 휘젓고 다니는 대신에 <대가리>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그 큰 얼굴 가득 인상을 쓰고 서 있었다. 한 곳에 진득하게 서서 모든 것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아이들을 노려봤다.
어떤 년이든지 내 레이다 망에 걸려만 봐라. 다 죽여버리겠어.
특히, 너! 너같이 키 큰 년들! 그리고 너! 너는 얼굴이 왜 그렇게 작어, 썅!
멀리서 대가리가 노려보기만 해도 우리 같은 1학년들은, 그 중에서도 키 크고 얼굴 작은 애들은 숨소리를 죽였다. 우리들은 인생을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인생에 아무런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가리 같은 애들은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제1장 '나이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