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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34951650
· 쪽수 : 152쪽
책 소개
목차
똑똑똑 – 9
세대교체 계약 – 20
2조 3항 놀이 의무 – 37
심술 도깨비들 – 50
첫 시식 – 64
아빠와 도도 형제 – 81
기가 막힌 계획 – 99
소문난 잔치 – 109
펑! 친구를 위해 – 127
새봄 - 143
작가의 말 - 150
리뷰
책속에서
자욱한 구름에 별마저 모습을 감춘 어두운 밤이었다. 나는 마당을 지나 천천히 창고로 다가갔다. 문 앞에 서서 귀를 대 봤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슬그머니 문을 열고 창고 안을 찬찬히 둘러봤다. 어두웠지만 평소와 같았고 쌓아 둔 떡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맞은편 문틈 사이로 아스라한 빛이 보였다. 창백한 푸른빛이었다.
‘저 뒤는 온통 대나무 숲뿐인데. 어디서 빛이 오는 걸까…….’
나는 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동그란 문고리가 반짝거렸다. 저절로 움직인 손끝이 문고리에 닿자, 문이 벌컥 열리면서 강한 빛이 몰아쳤다. 얼른 눈을 가리고 빛을 피해 문 뒤로 숨었다. 그때 창고에서 무언가 후다닥 튀어나왔다.
그들은 나를 보지 못하고 할아버지 방으로 총총총 뛰어갔다. 하나는 나보다 키가 컸고, 하나는 머리카락이 파랬다. 사람처럼 생겼지만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 아냐고? 그런 건 그냥 마주하면 알 수 있다.
“에이, 곧 죽겠네. 한 달만 더 버티면 되는데.”
“그래도 대단해. 도깨비터에서 무려 50년을 버텼잖아!”
“그럼 무슨 소용이야? 결국 제명에 못 사는걸.”
“여기 손바닥을 올려.”
“이게 뭐야?”
“강씨 가문 계약서. 손바닥 도장을 찍어야 해.”
(...)
“여길 봐. ‘매달 그믐에 음식을 올린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에는 더 성대히 준비한다’고 되어 있잖아.”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면……. 12월 31일? 오늘이야?”
“아니, 우리 달력으로는 1월 30일이야.”
나는 할아버지 댁 거실에 걸려 있는 음력 달력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길 봐라. ‘계약 완료는 백 번째 섣달그믐’, 그러니까 다음 달이다.”
“어라? 고작 한 달 남은 거야?”
내가 안심하며 배시시 웃자 도깨비들이 피식 웃었다.
“뭘 모르는 소리. 도깨비터에 있으면 매일매일 몸에서 기운이 쭉쭉 빠져나간다고.”
“암, 그렇고말고.”
도깨비들이 지레 겁을 주었다. 그래도 나는 기죽지 않았다. 백 년도, 십 년도 아닌 고작 한 달. 그 정도는 어떻게든 견딜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