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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34975205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16-06-29
책 소개
목차
영감이 물었다 /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던 토요일에 여기로 왔다 / 식사 시간은 정말 죽을 맛이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누구일까 / 지금까지 여러 방에서 살았다 / 동물에게 시간이란 어떤 걸까? 아무래도 핑크색은 적응이 안 된다 / 햇빛이 낯설었다 / 그 애는 위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푸른 불꽃의 유령 / 나는 매일 아지트에 갔다 / 벌써 세 번째 전학 / 담임이 나를 소개했다
나도 눈치라는 게 있다 / 친구가 생기면 해 보고 싶은 것 /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엄마가 달라졌다 / 내 몸은 우주 쓰레기 /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 것 같다
저수지의 물빛은 날마다 더 짙은 청록색으로 변했다 / 끔찍해 / 모든 게 키스 때문이다
지영이가 고백했다 / 어떤 단어는 듣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 생각해 봤어? / 자해 사건 이후
엄마와의 전쟁은 늘 시시하게 끝났다 / 파라솔 아래 자리를 잡았다 / 저녁 식사 시간은
건전한 풍토를 마련하기 위한 설문지 / 병원 가는 길 윤건영이 따라왔다 / 이주예는 차분했다
지영이와 멀어졌다 /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 것 / 자리를 옮겼다 / 집안 꼴이 엉망이다
그날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 똑똑똑 / 새벽 3시 / 여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담임과 고입 상담을 했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 영감이 깊은 잠에 빠졌다
새 교복을 입었다 / 지구를 열두 바퀴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식사 시간은 정말 죽을 맛이다.
가족도 아니면서 영감과 한 식탁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 나 혼자 먹겠다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다. 이 집에서는 밥을 혼자 먹을 권리도 없다. 혼자 먹을 권리가 없으면 맛있는 반찬을 먹을 권리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없다. 뭐 내 의지로 반찬에서 멀어진 거라 할 말은 없지만. 눈이 자꾸만 옥돔으로 향했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옥돔을 보자 혀 밑에 침이 고였다.
흠흠.
엄마가 헛기침을 하며 눈으로 말했다. 그건 그만 보고 어서 밥이나 먹어. 나는 모든 기를 눈동자에 모아 투정을 부렸다. 나도 옥돔 줘. 엄마가 눈으로 대답했다. 그건 귀한 거라 선생님만 드셔야 돼. 나는 눈에서 레이저를 쏠 듯한 기세로 말했다. 나도 입 있어.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게 먹는 걸로 사람 차별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영감은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인간이다. 아무리 내가 멀리 떨어져 앉아 있어도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이상 맛있는 음식은 나눠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영감이 식탁을 한번 훑어보더니 엄마한테 물었다.
“옥돔 더 없나?”
“더 구울까요, 선생님?”
참 나 어이없다. 영감한테만 주려고 달랑 한 마리만 구운 거였군. 이제는 영감보다 엄마가 더 싫어지려고 한다.
나도 눈치라는 게 있다.
영감을 대할 때의 엄마는 지금까지 내가 알던 엄마와 너무 다르다.
이곳에 온 첫날부터 엄마는 이상했다. 영감 앞에서 필요 이상 넘치게 행동하고 황송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물론 나를 데리고 들어온 게 미안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는 엄마의 저자세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는 엄마와 영감의 관계가 의심스럽다.
영감이 왜 이렇게 큰 집에서 혼자 사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거라고는 영감은 돈이 많다는 것과 가족이 없다는 것뿐이다. 젊었을 때 무슨 일을 했는지, 왜 가족이 없는지, 그건 영감 사생활이니까 알고 싶지 않다. 단 한 가지 분명한 건 엄마가 영감을 그저 단순히 고용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영감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은 나를 볼 때나 예전에 아빠를 볼 때와는 전혀 달랐다. 아빠를 볼 때는 증오에 가득 차 있었고, 나를 볼 때는 늘 자포자기에 가까운 눈빛이었다. 그런데 영감 앞에만 가면 180도 확 달라졌다.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히 그랬다. 영감을 볼 때는 연민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한없이 존경스러워하는, 수줍어하고 설레는 감정이 가득 찬 그런 눈빛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