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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연습했다

이별을 연습했다

김진경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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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연습했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이별을 연습했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81643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6-09-01

책 소개

올해로 등단 52년을 맞은 김진경 시인의 여덟번째 시집 『이별을 연습했다』가 출간되었다. 『지구의 시간』(실천문학사 2004) 이후 무려 22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반세기가 넘는 시적 연륜이 오롯이 녹아든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과 죽음이 서로 번지고 만남 속에 이별이 스며든 존재의 근원적인 문제의식을 담백하면서도 서늘한 서정의 언어로 풀어낸다.

목차

제1부•강물은 흐르고
강물은 흐르고
세상의 불빛
강물 위엔 또 하나의 강이 흘러
화염산
늘 가득히 채워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길 위에서 죽다
밤섬
비가 잔잔하게 오시는 날은
새들은 낮과 밤의 경계에서 운다
가을 강물은 깊어가고
수묵으로 흐려져가는 정물화처럼

제2부•황홀한 귀향
먼 편백나무 숲 향기
황홀한 귀향
물비린내
물안개
첫눈
단풍 든다
휴식
해발고도 307센티미터, 밤섬
저마다의 우담바라
편안한 길
로빈 후드, 어떤 좌절 후에도 희망은 있다고

제3부•깨어진 달 한 조각
산귀(山鬼)
벚꽃이 진다
꽃이 지는 것을 시샘하나
유리창
한월(寒月)
초롱꽃
금강초롱
지귀(地鬼), 봄
지귀, 겨울
귀성(鬼星)
한씨 할머니
귀교(鬼橋)
다시 길 위에 서서

제4부•유목의 나날
유목
뼈의 노래
불멸(不滅)
오래된 길
누구신가
까막잠
어느 늙은 시인의 고향집 풍경
표선
감자에 대한 명상
즐거운 일기예보
이 지구라는 푸른 별에서

제5부•그 여자의 지옥도
이별을 연습했다
그 여자의 지옥도
욕망이 가면을 벗을 때
전설
까마귀
새벽 첫 전철, 심청
내 몸 안의 역사 유적
참혹한 것에는 입이 없다
우리는 신들을 죽이며 살아왔구나
똥 배
두근두근
당신의 한미워킹그룹

해설|권정우
시인의 말

저자소개

김진경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53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교육과와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4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5월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1985년 『민중교육』 사건으로 수감되고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대 정책실장을 맡는 등 교육운동에 헌신했다. 그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 국가교육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시집 『갈문리의 아이들』 『광화문을 지나며』 『우리 시대의 예수』 『별빛 속에서 잠자다』 『슬픔의 힘』 『지구의 시간』, 장편소설 『이리』, 연작동화 『고양이 학교』, 동화 『목수들의 전쟁』 『거울 옷을 입은 아이들』 등을 출간했으며, 그밖의 저서로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 『김진경의 신화로 읽는 세상』 『시대의 경계에서 일인칭으로 말 걸기』 등이 있다. 『고양이 학교』로 프랑스 어린이·청소년 문학상인 앵코륍티블상을 수상했다.
펼치기

책속에서

강물 위엔 또 하나의 강이 흘러

어쩌면 우리는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너무 오래 바람의 말을

잊어버리고 살았는지도 모르겠어

그렇지 않다면 어찌 잔물결의 반짝임이

도무지 해독할 수 없는

그대의 설렘처럼 느껴지겠어

그렇지 않다면 어찌

강가의 흔들리는 미루나무들이

도무지 해독할 수 없는

그대의 속삭임처럼 느껴지겠어

강물 위엔 또 하나의 강이 흘러

강물의 영혼처럼

자유로이 불어 가는 바람의 강

―「강물 위엔 또 하나의 강이 흘러」 부분


오래전이었을 거야

어딘가 정말 돌아가야 할

영원의 집이 있을 것만 같아

저들이 홀연히 말에 올라

이곳의 낡은 고샅길을 떠난 것은

영원을 향한 터무니없는 그리움처럼

끝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푸른 살의 혼 하나하나 깃발처럼 흔들며

(…)

언덕에서 문득

마침내 도달한 영원의 집이

오래전 뿌리치고 떠났던 고향집임을 깨닫고

망연히 바라보고 서 있는 거야

영원의 집을 찾아 멀리 떠나는 자만이

비로소 영원한 고향에 이를 수 있는 걸까?

번개처럼 스치는 깨달음에

하나하나 피 묻은 깃발처럼 흔들던 푸른 잎

저렇게 망연히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거야

영원의 고향에 바치는 눈물처럼 헌사처럼

황금빛 살의 혼 마지막 한 잎까지 흩뿌리고

찬 하늘에 앙상한 뼈의 혼으로 서서

자유혼의 긴 휘파람 휘? 휘? 불고 있는 거야

―「황홀한 귀향」 부분


지쳐 돌아와 남모르는 가슴앓이로 이마에 식은땀 촉촉이 젖을 때쯤

어머니는 내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씀하셨다

신혼 때 어느 혼자 사는 과부댁이 하도 무섭다고 해서

네 아버지 헌 신발을 주었더니

그 집 댓돌 위에 아버지 헌 신발이 놓이고부터

밤마다 그 집으로 가는 꿈을 꾸시더구나

캄캄한 그믐밤 네 아버지 또 그런 꿈을 꾸시기에

수십리를 걸어 그 과부댁 집 댓돌에 놓인 헌 신발을 찾아왔단다

오늘 밤 또 백리라도 걸어 네 헌 신발도 찾아오꾸마

어머니 돌아가시고 헌 신발 꼼꼼히 챙기는 이 없어 그런지

형제들 다 뿔뿔이 흩어져 가고

나도 내 헌 신발이 댓돌에 놓인 집마다 찾아다니다

그것도 참 별게 아니로군, 남모르는 가슴앓이도 식어

까맣게 잊었었는데

오늘 또 어쩌자고 어스름 속으로

길들이 새하얗게 뻗어 소름 돋게 하는 것이냐

(…)

아무래도 저 고갯마루 당산나무 높은 가지 위

별들 총총한 하늘 어디쯤 먹빛 대청마루 시원한 집이 있어

그 집 댓돌 위에 내 헌 신발이 놓여 있나보다

그 헌 신발 찾아올 이 지상에 없어 이제 먼 길 떠나야 하나보다

등 굽은 당나귀 한마리 동무 삼아 가면 좋으련만

당나귀 방울 소리 쨍쨍한 별들로 흩뿌리며 가면 좋으련만

내 몸 밖에 내가 있는 것처럼

달빛 속에 새하얀 길이 아득하다

―「다시 길 위에 서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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