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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81643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6-09-01
책 소개
목차
제1부•강물은 흐르고
강물은 흐르고
세상의 불빛
강물 위엔 또 하나의 강이 흘러
화염산
늘 가득히 채워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길 위에서 죽다
밤섬
비가 잔잔하게 오시는 날은
새들은 낮과 밤의 경계에서 운다
가을 강물은 깊어가고
수묵으로 흐려져가는 정물화처럼
제2부•황홀한 귀향
먼 편백나무 숲 향기
황홀한 귀향
물비린내
물안개
첫눈
단풍 든다
휴식
해발고도 307센티미터, 밤섬
저마다의 우담바라
편안한 길
로빈 후드, 어떤 좌절 후에도 희망은 있다고
제3부•깨어진 달 한 조각
산귀(山鬼)
벚꽃이 진다
꽃이 지는 것을 시샘하나
유리창
한월(寒月)
초롱꽃
금강초롱
지귀(地鬼), 봄
지귀, 겨울
귀성(鬼星)
한씨 할머니
귀교(鬼橋)
다시 길 위에 서서
제4부•유목의 나날
유목
뼈의 노래
불멸(不滅)
오래된 길
누구신가
까막잠
어느 늙은 시인의 고향집 풍경
표선
감자에 대한 명상
즐거운 일기예보
이 지구라는 푸른 별에서
제5부•그 여자의 지옥도
이별을 연습했다
그 여자의 지옥도
욕망이 가면을 벗을 때
전설
까마귀
새벽 첫 전철, 심청
내 몸 안의 역사 유적
참혹한 것에는 입이 없다
우리는 신들을 죽이며 살아왔구나
똥 배
두근두근
당신의 한미워킹그룹
해설|권정우
시인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강물 위엔 또 하나의 강이 흘러
어쩌면 우리는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너무 오래 바람의 말을
잊어버리고 살았는지도 모르겠어
그렇지 않다면 어찌 잔물결의 반짝임이
도무지 해독할 수 없는
그대의 설렘처럼 느껴지겠어
그렇지 않다면 어찌
강가의 흔들리는 미루나무들이
도무지 해독할 수 없는
그대의 속삭임처럼 느껴지겠어
강물 위엔 또 하나의 강이 흘러
강물의 영혼처럼
자유로이 불어 가는 바람의 강
―「강물 위엔 또 하나의 강이 흘러」 부분
오래전이었을 거야
어딘가 정말 돌아가야 할
영원의 집이 있을 것만 같아
저들이 홀연히 말에 올라
이곳의 낡은 고샅길을 떠난 것은
영원을 향한 터무니없는 그리움처럼
끝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푸른 살의 혼 하나하나 깃발처럼 흔들며
(…)
언덕에서 문득
마침내 도달한 영원의 집이
오래전 뿌리치고 떠났던 고향집임을 깨닫고
망연히 바라보고 서 있는 거야
영원의 집을 찾아 멀리 떠나는 자만이
비로소 영원한 고향에 이를 수 있는 걸까?
번개처럼 스치는 깨달음에
하나하나 피 묻은 깃발처럼 흔들던 푸른 잎
저렇게 망연히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거야
영원의 고향에 바치는 눈물처럼 헌사처럼
황금빛 살의 혼 마지막 한 잎까지 흩뿌리고
찬 하늘에 앙상한 뼈의 혼으로 서서
자유혼의 긴 휘파람 휘? 휘? 불고 있는 거야
―「황홀한 귀향」 부분
지쳐 돌아와 남모르는 가슴앓이로 이마에 식은땀 촉촉이 젖을 때쯤
어머니는 내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씀하셨다
신혼 때 어느 혼자 사는 과부댁이 하도 무섭다고 해서
네 아버지 헌 신발을 주었더니
그 집 댓돌 위에 아버지 헌 신발이 놓이고부터
밤마다 그 집으로 가는 꿈을 꾸시더구나
캄캄한 그믐밤 네 아버지 또 그런 꿈을 꾸시기에
수십리를 걸어 그 과부댁 집 댓돌에 놓인 헌 신발을 찾아왔단다
오늘 밤 또 백리라도 걸어 네 헌 신발도 찾아오꾸마
어머니 돌아가시고 헌 신발 꼼꼼히 챙기는 이 없어 그런지
형제들 다 뿔뿔이 흩어져 가고
나도 내 헌 신발이 댓돌에 놓인 집마다 찾아다니다
그것도 참 별게 아니로군, 남모르는 가슴앓이도 식어
까맣게 잊었었는데
오늘 또 어쩌자고 어스름 속으로
길들이 새하얗게 뻗어 소름 돋게 하는 것이냐
(…)
아무래도 저 고갯마루 당산나무 높은 가지 위
별들 총총한 하늘 어디쯤 먹빛 대청마루 시원한 집이 있어
그 집 댓돌 위에 내 헌 신발이 놓여 있나보다
그 헌 신발 찾아올 이 지상에 없어 이제 먼 길 떠나야 하나보다
등 굽은 당나귀 한마리 동무 삼아 가면 좋으련만
당나귀 방울 소리 쨍쨍한 별들로 흩뿌리며 가면 좋으련만
내 몸 밖에 내가 있는 것처럼
달빛 속에 새하얀 길이 아득하다
―「다시 길 위에 서서」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