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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41335801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2-04-23
책 소개
목차
0…007
1…031
2…057
3…081
4…127
5…146
6…164
7…189
8…226
9…252
10…280
11…297
12…319
13…355
14…383
15…400
∞…413
작가후기…42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도란도란 대화하는 낮은 음성과 계단을 오르는 묵직한 발소리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부들거리는 팔을 뻗어 한 뼘 남은 미닫이문을 최대한 소리를 죽여 겨우 닫을 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기 무섭게 방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은주가 왜 안 보이냐? 벌써 집에 왔다더니.”
“형이 왜 은주를 찾아?”
“자식, 질투 하냐?”
‘질투’라는 단어에 머릿속에서 괘종이 울렸고, 누군가가 드럼스틱으로 심장 한가운데를 요란하게 두들기는 것처럼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댔다.
“질투? 중학생을 두고 못하는 소리가 없다.”
‘하아, 그러면 그렇지.’
역시 스물셋의 다 큰 성인이 열여섯의 여중생을 보고 다른 마음을 품는다는 건 상식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긴 하다. 정말 갈 길이 멀고도 험난하구나. 우울하기가 딱 비올 때의 생리 둘째 날과 맞먹었다. 절로 터지는 한숨이 나올세라 두 손으로 입을 꾹 눌렀다.
“이제 좀 있으면 여고생이다, 인마. 요새 애들 발육상태가 얼마나 좋은지 아냐? 눈 깜짝할 새에 쭉쭉 큰다니까. 난 저번에 어떤 손님이 왔는데 아가씨인줄 알고 들여보냈더니 세상에 중1이라지 뭐냐? 겉모습은 완전 나이스바디를 가진 아가씨였는데 말이지!”
세진이 기막혀하며 코웃음을 작게 터뜨린다.
“성훈 형, 어디 가서 함부로 그런 소리하지 마.”
“정색하기는……. 어쨌건 진짜 은주한테 털끝만큼도 관심 없다는 거냐?”
“아직 애야. 그리고 내겐 동생 같은 녀석이고.”
“은주는 널 그렇게 안 보던데?”
“주위에 젊은 남자래 봤자 나밖에 없었잖아. 동경일 뿐이지 뭐.”
은주는 접은 무릎을 끌어안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숨어있지만 않다면 당장에라도 ‘난 오빠를 이성으로 좋아한단 말이야!’ 라고 소리쳐주고 싶었다. 성훈이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충격이었다. 동시에 그녀의 마음을 가벼이 여기는 세진이 야속했다.
“동경이 가족 간의 애정으로 변할지, 남녀 간의 사랑으로 발전할지 네 놈이 어떻게 아냐?”
“그건 은주 문제고, 내 일은 아니지.”
철렁.
가슴 저 깊이 무언가가 와르륵 무너졌다. 턱이 덜덜 떨려왔다. 냉정한 말이 비수가 되어 살갗을 파고들었다.
이럴 순 없다. 자신에게만 보이던 따스하고도 특별한 느낌들은 다 뭐였던 걸까. 모든 게 착각이었을까. 상대방은 전혀 그럴 여지를 주지 않는데 그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헛물만 켰던 걸까.
비참했다. 울지 않으려 어금니에 힘을 주고 앙다물어 보아도 눈물샘을 막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단칼에 자를 정도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냐?”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집요해?”
“아무튼 대답해봐.”
“은주는.”
다음으로 이어질 세진의 말이 무서웠다. 마치 경각에 달린 목숨을 동아줄 하나에 의지해야하는 절박함처럼 은주는 덜덜 떨어댔다. 제발, 제발. 썩은 동아줄은 사양이다. 무너지려는 마음을 단단히 잡고 뻑뻑해진 눈가를 꾸욱 눌렀다.
“가족이지.”
“그래도 미래는 알 수 없는 거지.”
“아니, 여자가 은주 혼자뿐이라도 은주는 가족이야.”
“죽어도?”
“그래, 죽어도.”
끝내 확인 사살을 하는 세진이었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어.”
중3 겨울 방학을 앞둔 12월. 고백 한번 못해본 그녀의 첫사랑은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