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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52213983
· 쪽수 : 456쪽
· 출판일 : 2010-05-14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자신의 부모님 시절보다는 평균수명도 늘어난 요즘 세상에 60세를 ‘할아버지’의 범주에 넣기에는 아무래도 위화감이 있다. 혈연관계상 자신을 ‘할아버지’라 부르는 가족이 있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할아버지’ 취급을 당한다는 건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은 아직 만원전차를 타고 매일 출퇴근할 수 있고 전차 안에서 누가 자리라도 양보하면 겉으로는 내색은 하지 않아도 울컥 화가 난다. 60이면 아직은 아저씨로 남고 싶은, 갈등하는 남편의 심정도 모르고 화갑 축하 이야기나 들먹이는 아내에 대해 기요카즈는 서운하고 불쾌한 생각이 들어 입을 꼭 다물었다.
엘렉트릭 존으로 출근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기요카즈의 복장은 최근 손자에게 교육 받은 ‘캐주얼’이었다. 유키가 선물해준 붉은 벽돌색과 엷은 회색 체크무늬로 된 남방셔츠에 안에는 유키의 감수에 따라 단색 티셔츠 차림이었다. 물론 티셔츠 자락은 바지 안에 넣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색깔은 흰색. 그리고 아래는 청바지에 운동화다. 신발은 유키가 ‘싫증이 나서 더 이상은 안 신는다’며 자기 운동화를 한 켤레 주었고 기요카즈가 갖고 있는 신발들을 검증해서 신어도 될 것과 제외시켜야 할 것들을 선별했다. 마음먹고 장만한 고급 가죽으로 된 서류 가방은 즉각 퇴짜를 맞고 제외당하더니. 다소 멋쩍은 느낌으로 시작한 캐주얼 복장이었지만 요시에의 전언에 의하면 이웃 아주머니들의 평판도 제법 좋은 모양이다. 그건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너 이놈! 감히 우리 딸을…….”
분노에 차서 이를 악물며 외친 노리오의 모습을 본 남자가 노골적으로 얕잡아보는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남자가 땅을 발로 찼다. 표적은 노리오였다. 덤벼들어 싸울 것까지도 없이 태클로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어깨를 앞으로 내민 자세로 달려들었다. 충돌 직전 노리오의 윗옷이 전에 그랬든 활짝 펼쳐졌다.
“노리오 엘렉트리컬 퍼레이드……!”
파사삿, 하고 전류가 튕기는 빛이 파랗게 출렁거렸다. 더구나 노리오가 남자에게 내민 것은 양손이었다. 남자는 아예 싸워보지도 못하고 넘어졌다. 달려들던 기세를 타고 그대로 땅바닥에 고꾸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