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전송하다

시인의 말

1 바람을 전송하다
투명한 난꽃/ 노을/ 새벽/ 바람을 전송하다/ 담배를 피우며
빈 자장면 그릇을 문밖에 내 놓았다/ 숲은 신성하다
내장사에서의 노을/ 등/ 봄이 오는 소리/ 새해 아침
손/ 물 따라 걷기/ 낙엽을 밟으며/ 그리움의 섬

2 어떤 하관
허수아비/ 청명/ 어떤 하관/ 겨울/ 겨울나기/ 태안사
보현사를 지나며/ 여름 숲길/ 배고픈다리/ 감기/ 안개
비둘기가 나에게/ 화이트 크리스마스/ 영산강의 아침
가을 메뚜기의 날갯짓/ 우수

3 바이윈산 자락에 깃들어
톈진의 겨울바람/ 그 사내/ 바이원산 자락에 깃들어/ 새섬
롱옌을 먹으며/ 군밤 한 톨/ 하이링도에서/ 격포항 방파제
서귀포 해변에서 파도를 보다/ 처사탐진최공찬익지묘
소나무를 노래함/ 금강하구의 목소리/ 탁족
금강하구의 새떼들/ 겨울 해운대/ 착륙

4 벌초를 하며
벌초를 하며/ 강변에서/ 풀잎 냄새/ 기다림은 폐허된 역사 앞에 서 있다
금목서/ 벚꽃 지는 날/ 연못/ 장작패기, 혹은 '화려한 휴가'/ 아침
제비꽃/ 내리던 눈 그치고/ 어둠 속의 낡은 악기/ 빈 소주병
한 해를 건너는 다리 위에 서서/ 달빛 소리/ 배롱나무

I 해설 I
거처와 심처 사이; 시의 '길'에 대한 재인/ 백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