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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753354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5-04-3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부 몰락과 유랑
석유병
구류
삼겹살
첫사랑
화재
유랑
부정(父情)
9회 말 투아웃 풀카운트
유학
탐욕의 도시
편지
사업가
박사
가족 여행
모녀
귀향
씻김굿
잔치
유산
2부 탐욕의 늪
손가락 약속
유서
배신
폭행 치사
파혼
노숙자
틈
몽골
금광
응징
비극
포기할 자유
…그리고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글을 마치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형구는 돌을 들어서 형남을 향해서 힘없이 던졌다. 형구가 던진 돌이 큰 돌에 맞고 튕기면서 석유병에 맞았다. 석유병 중간 부분이 깨져 버렸다. 형남과 형구는 서로 마주 보았다. 형남이 석유를 주워 담으려고 길바닥에 흘러내리는 석유를 손으로 쓸었다. 형구도 덩달아 반은 남은 됫병에 석유를 주워 담으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깨진 날카로운 병 조각에 손을 베어서 둘의 손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형남은 피가 떨어지는 손바닥으로 형구의 뺨을 세차게 갈겼다. 형구는 형남의 장딴지를 부여잡고 몸부림쳤다. 석유가 묻은 그들의 손바닥에서 시뻘건 피는 멈추지 않았다.
“불이야, 불이야! 정미소에 불났네!”
평산댁은 잠결에 꿈인가 했다. 옷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정미소 쪽으로 뛰었다. 정미소는 기름과 나락을 태우는 매캐한 연기와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창고도 불이 붙어서 나락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정미소로 몰려들었다. 정미소를 지키는 머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불타는 정미소 앞에서 시아버지는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집안이 망했어. 장손이 멍석말이를 당했는데, 이놈의 정미소가…. 조상들이 벌을 내린 거야. 이년아, 이 폐병쟁이년!”
평산댁은 그 어떤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나락을 꺼내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입안이 마른 논처럼 타들어 가고 혀는 뱀의 꼬리처럼 감겨들었다.
“나락…. 나락…!”
평산댁은 주문처럼 나락을 외더니 혼절했다. 마을 사람 몇 명이 아직 타지 않은 창고 방향에서 나락을 꺼내려고 했다. 그 와중에도 시아버지는 소리를 질렀다.
“조상들이 벌을 내린 거야. 나락은 우리의 목숨이네. 죽음은 또 다른 잉태야. 다들 경거망동하지 마. 도깨비불로 벌을 내린 것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