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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하나를 팠다

연못 하나를 팠다

임덕연 (지은이)
교육공동체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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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하나를 팠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연못 하나를 팠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8802218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5-12-22

책 소개

강아지와 고양이, 산새와 들새가 먼저 자리를 잡고 사람은 그 곁을 어슬렁거리며 살아가는 풍경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한강가 작은 마을에서 건네는 “저녁은 먹은 겨?”라는 안부는 인간과 동물, 뭇 생명을 가르지 않는 관계의 태도를 드러낸다.
“저녁은 먹은 겨?”

강아지와 고양이, 산새와 들새가 먼저 자리를 잡고
사람은 그 곁을 어슬렁거리며 살아간다
안부는 소박하고, 관계는 소란스럽지 않다
남한강가 작은 마을에서
인간과 동물, 뭇 생명과 공동체에 전하는 따뜻한 안부

남한강가에서 태어나 다시 남한강가로 돌아가 농사지으며 사는, 교사이자 농부인 임덕연의 신작 시집이다. 텃밭과 텃논을 손수 일구며 살아온 삶의 자리에서, 시인은 교사로 하루를 보내고 농부로 계절을 건너며 시를 써 왔다. 《남한강 편지》 이후 13년 만에 펴낸 시집에는 삶의 터전인 여주 ‘수리실’ 마을과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집은 1부 ‘봄, 마실 한번 와라’, 2부 ‘여름, 습기가 너무 많다’, 3부 ‘가을, 헤어지기로 했다’, 4부 ‘겨울, 고립되어도 좋겠다’, 5부 ‘다시 봄, 눈물 떨어진다’로 구성되어 있다. 계절과 농사일의 순환을 따라 배치된 시편들에는 자연의 질서와 함께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통찰이 담겨 있다. 그리움과 쓸쓸함이 배어 있으나, 감정을 앞세우거나 의미를 밀어붙이지 않고 담담하게 두는 태도가 시 전반에 배어 있다.
시집의 배경은 집과 마을, 논밭 등이다. 강아지와 고양이, 산새와 들새, 고라니 같은 존재들이 오가는 풍경 속에서 이웃의 안부를 묻고 몸을 써 일하는 하루가 이어진다. 인간과 동물을 가르지 않는 애정이 시집의 바탕을 이룬다. 집과 밭 사이에는 연못 하나가 놓여 있다. 이 연못은 농사와 일상이 이어지는 생활의 한가운데에 마련된 공간으로, 시인이 자신과 마주하기 위해 선택한 자리다.
임덕연의 시는 편안하게 읽힌다. 오랜 교직 생활 속에서 길러진 감각, 먼저 바라보고 귀 기울이는 태도가 시의 언어를 간결하고 친근하게 만든다. 사소한 풍경과 일상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관찰이 시 전반에 배어 있다. 일상어로 쓰인 시편들은 독자를 재촉하지 않는다. 농촌의 삶과 계절의 흐름이 겹쳐지며 시집은 천천히 읽히고 오래 남는다. 삶의 터전에서 켜켜이 살아온 시간이 낮고 단단한 서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 ‘벗들’은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들이 삶의 이야기, 경험, 지혜를 나누기 위해 함께 생산하고 나누는 시리즈입니다.

[해설]

그 집 사는 사람이 좋으면
강아지도 들어와 살고

그 집 사람이 순하면
새들도 새 친구까지 데려와서
산다는데

이십 년 된 시골 우리 집
사람은 찾아오지 않는다

들어온 강아지가 강아지를 낳아 기르고
산새 들새 모두 날아와
아침저녁으로 합창을 해대는데
뭐 그 집 사람도 어느새
강아지처럼 어슬렁어슬렁 마을 길을 걷고
이집 저집 삐죽삐죽 찾아 들어가 말참견하고
가끔씩 노래를 흥얼거린다는데

한 귀퉁이 조금씩 무너져내리는
시골집 창고에
벌써 서너 배 새끼를 치고 나가는
저 누렁 고양이

저녁은 먹은 겨?

- 〈시골집〉 전문

집 사람이 “순해야” 강아지도 고양이도 들어와 살고 새들도 찾아든단다. 하긴 제비도 아무 집에나 둥지를 짓지 않는다. 시인의 집엔 강아지가 강아지를 낳아 기르고, 산새, 들새가 떼로 모여든다니 뭇 생명을 품는 너비가 이쯤은 돼야 시인이라 할 것이다. 빼고 더할 것도 없이 농부 시인의 면모가 한 풍경 안에 다 담겼다. 게다가 말미에 “밥은 먹은 겨?” 한마디를 툭 얹어 풍경에 질감을 입히는 이 절묘한 시적 완결성이라니!
인생의 가을쯤의 노정(路程)에서 비로소 ‘집’으로 돌아온 임덕연은 이처럼 한갓지고 여유롭다. 집을 떠난 적은 없으나 시의 무대가 온전히 수리실 집과 농사에 집중돼 있으니 ‘집으로 돌아왔다’라는 말이 적합할 것이다. “더 나아질 것 없는 삶”에 때론 쓸쓸하기까지 하다고 몸을 낮추었지만 기실 생활로 돌아온 시인은 여유롭고 서두를 게 없다. 동네 고양이 안부도 챙기고, 곡식 자루를 둘러메고 재두루미 먹이 주러 들판에도 나간다. 입으로 들어오는 게 없다는 아내의 지청구를 들으면서도 들깨도 심고 참깨도 심는다. 겨울 땅을 파다가 문득 찬바람 속에 만주로 떠난 옛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

감자는 늦게 심으면
감자알이 부실하고

메밀을 서두르면 대만 길쭉하고
알갱이가 시원찮다.

산마늘 모종은 장마 때 심어야 하고
파는 장마 때 녹아내린다.

사는 것도 농사 같다.

떠날 사람 너무 일찍 떠나보내지 말고
머무를 사랑 진득하니 기다리며
노을이 다 지도록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사랑도 다 때가 있다.
애쓰지 마라

- 〈때〉 부분

‘농사는 다 때가 있다’라는 말은 농사를 오래 지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첨단 농법 쪽에서야 철 지난 소리로 여기겠지만, 농사야말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농사꾼 임덕연의 소신이다. 그럴 때야 비로소 “사는 것도 농사같”아서 ‘이르게 움직일 때는 서둘러야 하고 때로는 진득하니 늦춰야 할 때도 있다’는 깨달음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도 다 때가 있다 애쓰지 마라”라는 시구가 우리 뒤통수에 다정하게 와닿는 것도 그런 통찰 덕분이다. (……)

잔디밭 한쪽에 연못이 하나 있으면 제격이지
연못에는 연꽃이 있어야 제멋이지
맑은 물 받아 놓고
연꽃을 보면서
이순 환갑을 견뎌보자

외로운 나이 예순

외로울 시간도 없는 쓸쓸한 나이
그동안 안 보이던 그대도 이제 보인다.
하늘의 뜻도 들린다는 지천명은 뭐
고집이 줄고 귀가 순해지는
이순은 개뿔

더 외로워지라고
더 쓸쓸해지라고

연못 하나를 팠다.

- 〈연못〉 전문

나이 예순에 임덕연은 연못을 판다. 이 시에서 단연 주목할 공간이 ‘연못’이다. 더 외로워지라고, 더 쓸쓸해지라고 팠다는 연못. 연못은 실제 연못일 수도 있겠으나 은유로서의 연못일 수도 있다. 임덕연은 이제 곧 40년 가까이 몸담았던 교직에서 퇴직한다. 이제 오롯이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먼 길을 걸어온 생애가 향후 삶을 바라보는 일이 설레고 즐겁기만 할까. 아마도 그보다 더 큰 외로움과 쓸쓸함을 마주할 터이고, 그것과 맞서는 비유적 공간이 ‘연못’이리라.
임덕연의 다음 시가 기다려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의 ‘연못’에선 어떤 시 꽃이 필까. 그는 시 〈수선화〉에서 “나도 안간힘 쓰며 피워 올릴 / 꽃 같은 희망이 있을 것 같아 / 물끄러미 수선화를 바라보다 / 나도 이쯤 살았다면 뭔가 펼쳐 보이고 싶었다.”라며 의지의 일단을 보였다. 어쩌면 펄럭이는 성취를 낳을 수도 있고 패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가면 나가는 대로, 주저앉으면 주저앉는 대로 그것이 시편으로 곰삭아 연못가를 흥건하게 채우기를 기대해 본다. 가닿을 수 없는 것, 까맣게 잊힌 것, 흘러가서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묵상은 어떤 꽃으로 필지 그 또한 궁금하다. (……)
이상대(작가)

목차

시인의 말

1부 봄, 마실 한번 와라
봄비 갠 후
봄이다
산밭
수선화
시골집
어디서나 출렁이는 바다
우수
우수 즈음
지금쯤
첫 완두

2부 여름, 습기가 너무 많다
백합
상사화
비 오는 아침
사랑은
연못
인연
참깨를 심으며
담석

반딧불이 나는 저녁
대서 즈음

3부 가을, 헤어지기로 했다
고라니
고욤나무
들깨

모과
수리실
낙엽
다음 해는 뭘 심을까
수타사에서
재두루미 여인
헤어질 결심
회복기

4부 겨울, 고립되어도 좋겠다
첫눈 온다고
겨울 흙을 파며
까치밥 1
까치밥 2
농부의 사계
고립
만두
눈 내리는 시골집 밤에
소설 즈음
다 돼, 다 하고 살자

5부 다시 봄, 눈물 떨어진다
개구리
게으른 농부
농부 냄새
냉이죽
달래
동거차도 미역
마늘쫑을 뽑다가
몸살

시골살이

해설
다음 시가 기다려지는 이유 _ 이상대

저자소개

임덕연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3년 9월 남한강가에서 태어나 안양에서 자랐다. 텃밭, 텃논 농사를 지으며 여주 이포 강가에 살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열 살 언저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사실은 아이들한테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교사문학》 동인으로 시를 쓰기 시작해 시집 《산책》, 《남한강 편지》를 냈다. 교육문예창작회, 여주 민예총 문학위, 여주작가회의 회원이다. 어린이 책 《속담 하나 이야기 하나》, 《고사성어 하나 이야기 하나》, 《똥 먹은 사과》, 《우리 집 전기 도둑》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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