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고마워

봄비 다녀간 뒤
비 갠 오후
씨앗 뿌리기
할아버지 댁 염소
외갓집에 갓더니
땅에 절하기
자연에서 배우기
누가 주인일까
나비 손님
바람 많은 날
옥수수밭 풍경
또 다른 식구
잠 못 이루는 밤
참새가 되어
도둑이라 하지 않는다
숟가락 내려놓기
보물찾기
엄마 손 놓지 못하더니
큰골 할머니들에겐
명석골 영월댁 할머니
모두가 이야기꾼이에요
장한 어머니상
엄마와 아들
엄마, 밥 주세요
나의 영웅은 위인이 아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건
내 짝꿍 투명인간
오늘만큼은
그림자는 다 안다
아침에 눈뜨면
낡은 소파
소원이 너무 많아서
고마워 고마워

시인의 말
약력

마법을 풀어 주고 싶다
시장 골목 풍년 종묘상회
비닐봉투 안에서
깊은 잠 자고 있는 씨앗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바람 한 점
나비 한 마리 드나들지 못하고
어두컴컴한 방



굳게 잠긴 자물쇠를 따고 들어가
잠들어 있는 배추밭 한 뙈기
들깨밭 열무밭 쥐눈이콩밭……
밖으로 끌어내고 싶다.



-「봄비 다니간 뒤」전문